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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Jan 09. 2019

어느새 하지가 되었군요

갈매기와 함께 항해하며


급강하 동작으로 물로 뛰어드는 갈매기 모습

어느새 하지가 있는 6월이 되었군요


 그곳 서울은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제일 긴 하지(금년에는 6월 21일)가 있어서 밤이 짧게 느껴지겠지만 우리는 반대편 쪽인 남반구를 항해하며 계속 남하하고 있으니 어둠의 시간이 너무나 빨리 오고 있답니다.


 오늘 파이로트가 헬리콥터로 오는데 원래의 예정은 밝은 낮시간 대이었건만 도착 시간이 자꾸 늦어지어 저녁 6시가 되었답니다.


 북반구라면 아직 환한 시간이지만 이곳은 어둠이 내려버린 시간이라 그만큼 조심하며 승선시켜야 하는 거죠.


 어제 편지를 써서 보냈으니 오늘은 크게 이야깃거리가 없어 이렇게 서두를 풀어놓고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

실은 내가 당신의 편지를 절절히 기다리고 있으니까 반대 입장인 당신 역시 내 소식을 기다린다면 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로 바꾸고 보니, 내가 먼저 편지를 계속 써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벌려 놓았습니다.

 어때요? 그만하면 꽤 괜찮은 생각으로 당신만을 사랑하는 아주 착실한 남편이 맞지요? 그건 그렇다 치고~


 내가 이 배에 승선한 후 생긴 자잘한 일들 중에 용접을 해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제 그 일의 뒤처리까지 모두 끝내 졌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입항을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약간의 바람이 있기는 하지만 파이로트를 싣고 오는 헬리콥터에게는 크게 영향을 끼칠 것 같지 않은 상태로 생각되니 이 역시 마음 편하게 하는 일입니다. 


 사실 엊저녁에는 휘파람 소리를 함께하는 바람이 지나치면서 배도 제법 춤을 추듯 흔들거렸기에 은근히 걱정을 했었습니다. 


 헌데 아침이 되니 하늘도 맑고 바다는 푸른 상태로 약간의 잔 파도만이 일고 있어 우리 배와 같이 항해하고 있는 갈매기 군이 보여주는 급강하 폭격기 같은 모습을 더욱 용감하게 만드는 배경 역할을 해주고 있더군요. 


 갈매기가 날치를 낚아채는 모습을 지난번 고래 사진을 찍었을 때와 같이 좋은 기회로 포착하고 싶지만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사진기로는 포착이 힘들어 보여 포기하고 있습니다.


  수면에서부터 20미터 이상이 되는 높이에서 그대로 급강하 상태로 물속에 날아드는 그 용감한 모습은 사람들은 결코 따라 할 수 없는 위험한 곡예 같군요.


 그러나 그렇게 날아들었어도 몇 초가 지나지 않아 물 위로 떠 올라서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면 녀석들 머리는 돌덩이 이상 굳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랍니다. 그러나 굳기만 해서 되는 건 아니고 물에 닿는 순간 마찰력을 가장 최소화하여 충격에도 견디는 맵시도 중요한 거겠지요.


 어쨌거나 사냥이 성공한 녀석이라면 되짚어 떠 오를 때에 부리 사이에 생선이 물려 있게 되는 거지만 그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 건 아니지요.


 이 녀석들 생김새도 날개의 앞쪽 중간 부분이 각지게 생긴 유선형이라 많이 날카롭게 느껴지는 실루엣이랍니다.


 우리나라 갈매기 같이 부드러운 곡선의 유선형 갈매기와는 약간의 각이진 날개로 대비되는 전투적인 느낌이 많이 든답니다. 하여간 그런 모습을 같이 보고 있던 누군가 이러더군요.

-우리나라 갈매기는 새우깡만 쫓아오는데, 여기는 아니네요.라고 말입니다. 


 아마도 서해안에서 여객선을 타고 섬으로 놀러 가던 때 배 뒤를 쫓아 나르던 갈매기한테 새우깡을 던지니 마구 덤벼들어 쪼아대던 놈들을 기억하는 말 같더군요.


 이제 부탁의 말씀 한 자락 덧붙이며 편지 마무리하렵니다.


 이번 여름 내가 집에 있게 될 때 (연가 중에) 마당에서 불고기 파티를 한번 해보고 싶은 플랜을 가져 봅니다. 창고에 있는 난로를 마당으로 옮기고 난로 가운데의 고온 벽돌을 좀 더 쌓아주어 숯을 넣는 공간은 좀 줄여주는 게 좋겠네요. 아니면 십 구공탄을 두 줄이나, 세 줄을 2단으로 피울 수 있게 꾸며도 좋을 것 같은데요.


 어쩼건 마당에 심어 놓은 고추나 채소가 영향을 받지 않게 난로를 마당 한쪽에 놓는 것이 좋겠지요. 대문 안에서 하여간 가장 알맞은 곳에다 옮겨 놓는 것 꼭 해 주시겠지요?  옮길 때 허리 다치지 않도록 모두들 조심해서 작업하도록 부탁드립니다.


 당신에게서 좋은 소식 전해져 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오늘은 여기서 소식 줄입니다. 우리들 늘 건강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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