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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Feb 17. 2019

낚시로 잡은 곰치

 수심이 30여 미터가 넘는 정박지이다. 연신 찾아오는 거룻배(바지선, Barge)에 실려진 석탄을 열심히 본선의 크레인으로 옮겨 실어 주며 선적 작업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진행되는 선적 작업을 위해 본선에 올라와 있는 대리 점원을 포함한 작업 인부들의 합친 숫자는 우리 배의 전체 선원 20명에 버금가는 숫자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 중 몇 사람은 열심히 낚싯줄을 당겨가며 고기잡이를 하는 모습을 보이어 무슨 일을 하려고 배에 올라왔는지 의심스러워지는 사람도 있을 지경이다.


 시간이 점점 한밤중으로 치닫는 10시가 넘어갈 무렵 그런 낚시꾼의 낚시에 커다란 장어가 걸렸다는 이야기가 내 귀에 까지 흘러들어온다.


 모든 작업 상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계속 켜 놓고 있는 워키토키를 통해 들려온 말이다.


 잠시 후 사진을 찍겠다며 카메라를 들고 내려갔다는 3 항사가 제법 큰 고기가 물린 것으로 보고해와서 구경 삼아 내려가 보기로 한다.


 5번 창 옆 좌현 갑판 위에 길게 널 부러져 있는 모습의 고기를 보니 어딘가 색깔이나 모양 모두가 장어는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갑판 위로 올라 온 곰치의 모습. 길이가 2미터가 넘었다

 .

사진을 찍는다니까 자신도 한 장 찍어주기를 바라 며 포즈를 취한 하역회사의 직원


 어쩌다 작은 미끼에 홀려서 갑판 위로 끌어올려지게 녀석의 모습을 가까이 살피려 하는 데 아직 살아 있다는 말에 조심스레 접근하여 머리가 있는 쪽의 헤 벌려진 입을 조심하며 자세히 들여다보니 곰치가 틀림없다.


 녀석을 낚시해 낸 친구가 처음에는 위스키 한 병과 바꾸자고 했다가 아무도 응하는 사람이 없으니 다시 맥주와 바꾸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 고기를 어찌 요리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우리들로서는 무조건 덥석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가 없기에 계속 눈치를 보며 관망하는 입장이다.


 이제 사진은 찍었으나 더 이상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 우리들이 야속했는지, 그 친구 앞으로 나서며 물로 다시 넣어 돌려보내겠다는 말을 하며 눈치를 살피려 한다.


 어쩌면 최후 흥정의 꼬투리로 하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별다른 뾰족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라 그럼 그렇게 하라는 우리말에 낚시꾼은 완전히 흥정할 전의를 상실하고 물러서는 모양을 보인다.

 나중 찍은 사진으로 확인할 것이란 마음을 가지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 곰치에 대한 그 후 이야기를 아침에 보고 받으며 들은 상황은 이렇다.

내가 방으로 돌아온 후 낚시를 했던 친구가 축 늘어진 곰치의 꼬리 부분을 잡아들어 물 위에다 휘익하니 던져 넣었을 때 다 죽었거니 생각하며 주시하는 눈길들 가운데서 멈칫하니 물 위에 떠서 머무르던 모습에서 꼬리 부분부터 스멀스멀 움직이나 싶더니 어느새 정신을 되찾은 듯 녀석은 급히 물속을 휘저으며 살아졌다고 했다.


 지옥과 천국을 오간 경험을 하며 적어도 몇십 년은 살았음직한 녀석이 보여준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을 아니할 수가 없었단다. 


 그렇게 되돌려 보낸 녀석이 근 30여분 정도 놓였던 갑판 위에는 녀석의 몸에서 흘러나온 끈적거리는 점액질 때문에 상당히 미끄럽게 되었던 모양이다. 무심히 그 위를 걸어가던 우리 배의 선원 한 명이 미끄덩~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크게 다칠 뻔한 일이 생겼었단다. 


 괜찮다고 너스레를 떠는 선원을 돌아보고 실제로도 별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그곳에다 곰치를 끌어올려 미끄러지게 만들었던 낚시를 했던 친구를 찾아내어 갑판에 남아있는 점액질을 모두 닦아내도록 지시하여 미끄러지는 사고의 재발을 막았다는 사족도 달린 당직사관의 보고였다.


 ps:서울에서 살아있는 곰치를 보려면 지하철 선릉역 부근 POSCO 빌딩 수족관에 가면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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