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마다 저와 아내는 아이와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습니다. 밥 먹기 싫다고, 세수하기 싫다고, 양치하기 싫다고, 옷 입기 싫다고,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쉴 새 없이 "싫어!", "아니야!"를 쏟아내는 아이의 투정에 정신이 없습니다.
아이는 밤새 레퍼토리를 준비한 듯,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을 펼칩니다. 우리 부부는 온갖 감언이설과 육체적 제압(?)을 총동원해 아이에게 밥을 떠먹이고, 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겨서 아이를 어린이집 문 앞까지 데려갑니다. 물론, 그 앞에서 다시 오열파티가 시작되지만 말입니다.
아이의 등원 준비는 대부분 제 몫이어야 합니다. 아내는 출근을 해야 하고, 저는 육아휴직 중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작 아이는 제가 뭘 해주길 바라지 않습니다. 아니, 바라지 않는다기보다 "엄마가, 엄마가!"를 외치며 엄마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밥도 엄마가, 세수도 엄마가, 옷도 엄마가, 양치도 엄마가, 신발도 엄마가... 심지어 어린이집 가는 길도 엄마의 손을 잡고 가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저는 옆에서 지켜보는 조연... 아니, 관찰자일 뿐입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들여보내고 나면, 저는 집으로 돌아와 잠깐 숨을 돌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그 길로 바로 회사로 향해야 합니다. 제가 느끼는 피로보다 더 깊은 고단함이 그녀에게 있음을 너무나도 잘 압니다. 아이에게 '엄마'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어떤 무게인지, 아내를 옆에서 지켜보며 매일 느끼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아빠로서 조금 섭섭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내가 2년 동안 어르고 달래며 키웠는데 왜!' 하는 마음도 듭니다. 하지만 곧, '엄마는 엄마다'라는 단순하고도 거대한 진실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에게 엄마란, 한 몸을 나누어 썼던 사이이고, 피와 살과 숨을 공유했던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평생 그런 존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살짝 마음 아프지만,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내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걸 해내고 있는지, 정작 잘 모를 때가 있는 듯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하면서도 아이를 챙기고, 퇴근 후에는 쉴 틈도 없이 다시 육아 전선에 뛰어듭니다. 아내는 회사에서, 집에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 후, 아이를 재우고 나서야 아주 짤막한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마저도 아이의 잠투정이 길어지면 무산되기 일쑤지만요. 저는 그런 아내를 보며, '엄마는 엄마다'라는 말을 되뇌곤 합니다.
오늘 아침도 저는 아이의 “엄마가! 엄마가!”를 조용히 흘려듣습니다. 그리고는 묵묵히 밥을 데우고, 아이의 옷을 꺼내고, 어린이집 가방을 챙겨서 엄마 껌딱지인 아이를 졸졸 따라답니다. 분명히 저는 주양육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에게는 '게스트' 같은 존재인 듯합니다. 하지만 또 모르죠. 언젠가 아이가 "아빠가! 아빠가!"를 외치는 날도 오지 않겠어요? 그때는 '주인' 행세 좀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