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석에 앉아 점검표를 펼치기 전, 제가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있습니다. 바로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 일입니다. 단순한 호흡 같지만, 저에게는 하나의 의식이자 다짐입니다. 엔진에 시동을 걸기 전부터 머릿속은 복잡한 절차와 변수로 가득 차 있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마다 이 경건한 루틴처럼 반복되는 심호흡은 어지러운 생각을 덜어내고, 경직된 몸에 힘을 빼는 작은 전환점이 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안전'이라는 단어를 조용히 마음속에 새길 수 있습니다.
비행 전 절차는 조종사에게 무척 익숙한 과정입니다. 점검표를 확인하고, 장비 상태를 살피고, 비행 계획을 재점검하는 모든 과정은 반복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그 익숙함 속에서도 긴장을 다잡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에 있다고 할지라도 방심은 용납되지 않으며, 항공기의 작은 진동에도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불확실성을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 조종사의 숙명일지도 모릅니다. 심호흡은 바로 그 숙명을 받아들이는 시작점인 것입니다.
처음 조종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 '시작부터 좋은 습관을 들여야 한다'라는 충고를 수도 없이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그 충고가 너무 진부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비행시간이 늘어나고, 임무 경험이 쌓이며, 아찔할 뻔한 순간들을 마주하면서 저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반복되는 행동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그리고 좋은 반복을 이어가기 위해서도, 나쁜 반복을 끊어내기 위해서도 심호흡은 유용한 출발점이 된다는 것을요.
항공기의 로터 블레이드가 굉음을 내며 회전하고, 모든 시스템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한 뒤, “Before Takeoff Check!”을 외치며 마지막 점검을 수행합니다. 관제탑에 이륙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알리고, 조종간 위에 손을 올리는 순간, 저는 다시 한번 깊고 단단한 숨을 들이쉬고 내쉽니다. 익숙한 루틴의 끝자락에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으며 창공으로 날아오를 준비를 마칩니다.
조용히 들이시고 내쉬는 한 번의 호흡은 매 비행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저는 오늘도 조종석에 앉아, 익숙하지만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이 한 번의 심호흡으로 비행을 마주합니다. 바로 이 심호흡이 저를 떠오르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연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 "스으으읍! 후우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