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저글링

by 이기장


요즘 제 하루는 정말 숨 가쁘게 흘러갑니다. 비행을 준비하느라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고, 임무를 마치면 녹초가 된 몸으로 대학원 수업을 듣습니다. 숙소에 돌아오면 밀린 집안일을 챙기고, 다음 아침이면 다시 새로운 비행 임무를 위해 계류장으로 향합니다. 수업이 없는 날 밤이면 야간비행이 이어지고, 그 와중에 자격증을 따기 위해 책을 붙잡습니다.


주말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우선 주말의 시작에 앞서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합니다. 주말이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내와 아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짧디 짧은 주말 동안 가정을 돌보다 보면 어느새 한 주가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한눈팔 새 없이 집중하며 비행을 하듯,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문득 ‘인생은 저글링’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저글링은 멈출 수 없습니다. 한 번이라도 삐끗하면 모든 공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제 삶도 그렇습니다. 쉼 없이 공중으로 공을 던지고 떨어지는 공을 받아내듯, 당장 눈앞의 일을 해내야만 다른 일 또한 감당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손에 쥐어야 할 공의 개수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학생일 때는 학업이라는 공 하나만으로도 버거웠는데, 지금은 직장인의 역할, 대학원생의 과제, 남편과 아빠로서의 책임이라는 공까지. 손이 무척 바쁠 수밖에 없습니다.


인생의 저글링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손을 바쁘게 놀려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공은 떨어뜨려도 다시 주워 던질 수 있는 고무공이지만, 몇몇 공은 한 번 깨지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유리공이라는 사실입니다. 학업과 자격증은 고무공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전, 건강, 가족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유리공입니다. 단 한 번의 방심이 산산이 부서져 버리면 다시는 원상태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잠자리에서 눈을 뜨기가 무섭게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정말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여유를 찾기 위해 애쓰려 합니다. 눈앞의 일들에 쫓기다 보면 무엇이 유리공인지 잊어버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안전을 챙기고, 건강을 살피며, 가족을 돌보는 일에 ‘다음’이란 없습니다. 모든 공을 완벽히 돌릴 수는 없겠지만, 유리공만큼은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한 박자 쉬어 가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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