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상사와 부하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말을 합니다. 저는 그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특히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인 항공 조직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조종사가 관리자인 상사와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게 되면, 상사로부터 필요한 지적이나 조언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사와 부하 사이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조직이 과도하게 경직되어 조종사의 심리적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최근 제 일터에서는 '상사와 부하 사이의 관계가 소원해진 상태'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팀의 팀장은 조종사들을 과도하게 의심하고,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강요하며, 사소한 부분까지 지나치게 간섭합니다. 물론 그의 행동을 전적으로 부정할 수만은 없습니다. 그 역시 더 안전한 비행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방식이 조종사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종사들이 특히 민감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조종석에 오르기 전, 최종 브리핑 시간입니다. 이제 곧 적게는 수십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 동안 긴장의 연속인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그 순간에, 팀장은 종종 "준비가 부족하다"는 말로 분위기를 가라앉히곤 합니다. 더 나아가 고난도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조종사들에게도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를 건네지 않습니다. 조종사는 조직의 신뢰 속에서 심리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데, 그 부분이 오히려 리더에 의해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 팀장이 휴가를 떠난 기간 동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날 브리핑은 부팀장이 주관했는데, 분위기는 놀라울 정도로 경쾌했습니다. 필요 없는 긴장감 없이 간결하고 명확하게 진행되었으며, 임무를 마친 조종사들에게는 "아침부터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라는 따뜻한 말도 건네졌습니다. 그저 짧은 말 한마디였지만, 그 말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조종사들 역시 "최근 들어 이렇게 부담 없이 임무한 적이 있었나"라며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팀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조직의 공기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리더의 존재는 조직 구성원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 영향이 심리적 안정을 가져올 수도 있고, 반대로 부담과 긴장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리더의 부재가 조직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하지만, 얼마 전 제가 경험한 바와 같이 오히려 조직을 편안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리더가 없을 때 오히려 활기찬 조직이라면, 그 조직을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리더십은 단순히 구성원의 행동을 조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구성원의 '마음' 살피고, 불필요한 긴장 대신 안정과 신뢰를 만들어내는 역할까지 해야 합니다. 어떤 리더는 괜한 언행으로 조직을 경직되게 만들지만, 또 어떤 리더는 별다른 간섭 없이 존재만으로 구성원들을 안정시키고 조직을 활기차게 합니다. 결국 리더에게 중요한 것은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조직의 한 구성원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스스로에게 한 번 질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존재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혹은 내가 없을 때 조직이 더 편안하고 활기찬 것은 아닌가?"라고요. 이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는 순간이, 더 건강한 조직과 더 나은 리더십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