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 '예방살수' 임무

by 이기장


오늘은 제가 수행하는 여러 임무 중 하나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예방살수' 임무입니다. 예방살수란 말 그대로 산불이 나기 전, 위험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미리 물을 뿌려 산불 발생을 사전에 막는 작업입니다. 헬리콥터 조종사에게 산불진화는 익숙한 임무이지만, 예방살수는 최근 몇 년 사이 그 비중이 더욱 커졌습니다.


몇 해 전 강원도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한 이후, 정부는 산불이 발생하기 전 단계에서부터 더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향을 세웠습니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제가 속한 헬기본부에도 예방살수 임무가 만들어졌고, 산불조심 기간에는 그 수행 횟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본부는 경기북부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지역은 군부대와 사격장이 특히 많은 곳으로, 포병 사격, 전차 사격, 각종 공용화기 사격이 연중 진행됩니다. 군의 전투력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훈련이지만, 사격 중 발생하는 불씨가 주변 산림으로 옮겨 붙는 사고가 종종 발생합니다. 군에서도 다양한 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산불 위험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군과 산림청은 사격 일정에 맞추어 우리 본부에 예방살수 임무를 요청하게 됩니다.


예방살수는 헬기 임무 중에서도 난도가 높은 편입니다. 많은 분들이 헬기가 하늘에서 물을 뿌리며 한 바퀴 돌고 오면 되는 간단한 임무라고 생각하시지만, 실제로는 훨씬 섬세한 비행 기술이 요구됩니다. 수면 위에서 제자리비행을 하며 물바켓을 가득 채우는 과정부터가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합니다.


물바켓에 물이 가득 찬 무게는 약 1.5톤에 이릅니다. 이 무게가 헬기 하부에서 흔들릴 때마다 조종사는 그 움직임을 상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순간적인 돌풍이라도 만나면 기체와 물바켓이 동시에 요동치기 때문에 조종사는 더욱 예민하게 조작해야 합니다.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을 줄이는 일'이야말로 조종사에게 가장 묵직한 책임 중 하나인 것입니다.


게다가 예방살수 임무는 대부분 새벽에 이루어집니다.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하늘 아래 손전등을 비추며 항공기의 구석구석을 점검하고, 동시에 임무지역의 기상을 파악해 임무 가능 여부를 판단합니다. 일출 시간이 다가오면 곧바로 시동을 걸고 장비 점검을 마친 뒤 임무지역으로 향합니다. 현장 인근의 임시 활주로에서 물바켓을 장착한 후,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때 즘 저수지 위에서 물을 퍼 올리고 사격장 주변의 메마른 피탄지를 적셔나갑니다.


그 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막 하루를 시작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하루를 한 차례 마친 듯한 피로감을 느끼곤 합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뿌듯함이 자리합니다. 오늘도 산불 위험을 조금이나마 줄였다는 생각, 누군가의 일상과 우리 산림이 더 안전해졌다는 믿음 때문일 것입니다.


어스름한 하늘의 새벽공기를 마주하며, 가끔 이런 생각을 떠올립니다.

"이게 진짜 미라클 모닝 아닐까?"라고요.



출처 : https://www.fnnews.com/news/202509101517197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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