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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장 Oct 24. 2023

지옥에서 천국까지 (17)



  육아를 한 지 100일 훌쩍 지났다. 최근 들어서 이전과 같은 여유를 찾기 어려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가가 밤사이 여러 번 깨는 바람에, 덩달아 나 또한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니 낮 동안의 생활리듬이 전과 다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간 열심히 해오던 운동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쌓아왔던 체력이 고갈된 것도 하나의 원인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100일의 기적을 만나지 못한 좌절감 때문일 수도.



  아가와 100일 넘는 시간을 보내며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아내와 나는 효율적으로 육아를 분담하는 법을 터득했다. 아침 7시, 아내가 아가를 깨우고 첫 수유를 할 때 나는 느지막이 일어나 아가의 젖병을 닦고 간단히 집안 청소를 한다. 아내가 출근하고 나면 그 때부터 낮 시간 동안 내가 아가를 먹이고 재우며 육아를 한다. 아내가 퇴근하여 집에 도착하면, 아내와 함께 아가를 목욕시키고 아내가 아가에게 맘마를 먹이는 동안 나는 집안 정리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육.퇴!  



  하!지!만! 아내가 일 때문에 이른 출근을 하면서, 또 일 때문에 늦은 퇴근을 하면서 일상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새벽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한 몽롱한 상태로 일어나 아가를 먹이고 아가와 놀아주고 아가를 재우고... 아가가 자면 젖병을 씻고 아가 빨래를 널고... 아가가 일어나면 다시 아가를 먹이고 아가와 놀아주고 아가를 재우고... 그 와중에 내 밥도 챙겨 먹고 설거지도 하고 집안 청소도 하고 정리 정돈도 하고... 또 그 와중에 책도 읽고 글도 쓰려니 과부하가 오고야 만 것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갑자기 없던 허리 통증까지 생기면서 육아 라이프 시작 이후 가장 우울한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던가. 나쁜 일이 있으면 또 좋은 일이 있는 법, 목요일 저녁부터 아내가 다시 구원 투수로 등장하면서 삐걱거리던 나의 일상이 제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산책을 했더니 한결 기분이 나아지기도 하였다.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는 아가가 맘마도 먹지 않고 이른 아침까지 잠을 자기도 했다. 드디어 100일의 기적이?! 무엇보다 토요일은 아내라는 비장의 무기 덕분에 꿀같은 딥슬립 & 늦잠이라는 호사를 누리며 우울함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 봐도 참 지옥 같이 힘든 한 주였다. 하지만 언제 그런 지옥 같은 시간이 있었냐는 듯, 행복한 순간으로 꽉꽉 눌러 담은 주말을 보냈다. 북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도 한잔하고, 아가와 마트 나들이도 하고, 맛있는 소고기에 시원한 맥주도 한잔하면서 '디스이즈 해피니스'를 외쳤으니 말이다. 캬... 천국이 따로 있나. 여기가 천국이다...!!!



  그러고 보니 내 삶은 아내가 없으면 지옥, 아내가 있으면 천국인 듯싶다. 그렇다면 아내가 나를 천국으로 인도하는 수호천사인 셈인가?



  유아 마이 에인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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