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의 가장 큰 특징은 '제자리 비행(Hovering)'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자리 비행은 "항공기가 일정한 고도를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아니하는 상태로 공중에 떠 있는 비행" (출처 :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을 의미하는데, 비행기가 일정한 고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앞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헬리콥터든, 비행기든 하늘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양력(揚力)'을 만들어내야 한다.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양력을 "유체 속을 운동하는 물체에 운동 방향과 수직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보다 쉽게 표현하자면 지면으로 내리누르는 중력을 이겨내고 하늘로 떠오르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헬리콥터는 속도가 없는 상태 즉, 제자리에서도 양력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이륙하기 위하여 굳이 넓고 긴 공간인 활주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행기는 그렇지 않다. 비행기는 양력을 만들기 위하여 어느 정도 이상의 속도가 필요하고, 이 속도를 얻기 위하여 넓고 긴, 그리고 아주 평탄한 지면의 활주로가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다.
헬리콥터가 제자리 비행이 가능한 이유는 동체 상부에 장착되어 있는 회전 날개의 존재 덕분이다. 이 회전 날개가 매우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강력한 바람을 지면을 향하여 쏟아내는데,헬리콥터는 이 바람의 영향으로 동체에 작용하는 거대한 중력을 이겨내고 마침내 공중으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조금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하여, 선풍기에서 불어 나오는 바람을 떠올리면 좋을 듯하다. 단, 선풍기의 회전 날개는 돌아가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바람이 강해지지만, 헬리콥터의 회전 날개는 항상 일정한 빠르기로 회전하는 상태에서 회전 날개의 각도가 커짐에 따라 바람이 강해진다는 차이가 있음을 기억하자.
헬리콥터가 지면으로부터 떠오르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회전 날개의 각도가 점점 커지면서 지면을 향하여 점차 강한 바람이 만들어질 것이고, 회전 날개에서 출발한 바람은 지면을 때리고 누르고, 뒤이어 출발한 바람이 앞서 도착한 바람에 이어 다시 지면을 때리고 누르고,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서 헬리콥터는 점차 지면을 떠나 공중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회전 날개에서 출발한 바람이 도착하여 이르는 곳이 딱딱한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같은 지면이 아니라면 어떨까? 풀숲 위, 수목 상공이라면? 혹은 지면이 아니라 수면이라면? 더 나아가, 회전 날개의 바람이 지면에 닿지 않을 정도로 높은 고도에 헬리콥터가 위치하고 있다면 또 어떨까?
출처 : IVAO Documentation Libary
여기서 '지면효과(ground effect)'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헬리콥터가 지면 가까이에서 제자리 비행을 할 때, 회전 날개에서 만들어지는 바람이 지면에 부딪치면서 회전 날개와 지면 사이의 공기를 압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높아진 공기 압력이 헬리콥터가 지면으로부터 부양된 상태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쿠션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효과를 바로 '지면효과(ground effect)'라고 하는 것이다. 지면효과를 누리는 헬리콥터는 그만큼 양력을 만들기 위한 수고를 덜 수 있고, 자연스레 동력 사용량이 감소하면서 연료 효율을 높이는 이점을 얻는다.
그렇다면 지면효과는 어느 정도 높이까지 누릴 수 있을까? 답은 바로, 헬리콥터 '회전 날개의 직경 높이'까지만 그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따라서 회전 날개의 직경 높이 이상에서 제자리 비행을 할 경우, 지면효과를 받을 때보다 많은 동력을 사용하면서 더 큰 양력을 만들어내야지만 고도 손실 없이 제자리 비행을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산 높이에 해당하는 아주 높은 곳에서의 제자리 비행은, 지면효과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지면에 가까우면 다 같은 지면효과를 만들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면효과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회전 날개와 지면 사이의 공기가 충분히 압축이 되어야 한다. 즉, 공기가 충분히 압축되기 위해서는 회전 날개에서 만들어지는 공기를 잘 받아서 차곡차곡 쌓아줄 만큼 충분히 견고한 지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높은 잔디로 뒤덮인 지면, 나무나 수풀이 우거진 지면, 물이 고여 있는 지면 등과 같은 곳은 회전 날개에서 만들어지는 바람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견고한 지면이 아닌 곳에서의 제자리 비행은 효과적인 지면효과를 만들어낼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비행기의 활주로, 헬리콥터의 헬리패드 등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곳의 지면이 단단한 이유를 이제 조금은 알 수 있을 듯하다.
'지면효과'를 떠올리던 조종사 아빠의 생각은, 자연스레 육아하는 아빠의 생각에 가 닿았다. '단단한 지면이 헬리콥터에게 효과적인 지면효과를 선사하다면, 아기들에게 든든한 지면효과를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부모'라는 존재이다'라는 생각에 말이다.
아직 우리 아가는 제대로 기어 다니지 못할 정도로 어리고 약한 존재이다. 지금도 거실 매트 위에서 짧은 팔다리를 열심히 허우적거리며 기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다.
파닥 거리는 아가를 보며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오래오래 건강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해 본다. 아가가 마주할 세상은 생각보다 더욱 거칠고 투박할 텐데, 엄마·아빠 마저 아가의 비상을 막아서는'중력'이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우리 아가도 언젠가는 기고, 걷고, 뛰다가, 결국에는 엄마·아빠 품을 벗어나는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엄마, 아빠가 변함없이 튼튼한 지면이 되어, 우리 아가에게 든든한 지면효과를 만들어 줄 수 있기를 간절히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