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어.
좀 뒤처져도 괜찮아.
망하면 어때?
돈이 좀 없어도 괜찮아. (당근 있으면 더 좋겠지만)
사랑하는 사람, 좋은 친구들과 깔깔거리고 놀면 기분이 좋아지잖아. 그런 것들은 돈으로 못 사잖아.
친구들이 없으면 식물들과 에너지를 교감하며 대화할 수도 있어.
내 경우에 기분 좋아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운동이지. 꼭 헬스장에 갈 필요는 없어.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키고, 스트레칭을 한 후 집안일을 하는 거야. 움직이는 거지. 빨래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이불을 예쁘게 개고, 체력이 되면 푸시업을 하는 거야. 유튜브 보면서 홈트도 좋고. 공원에 가서 철봉도 좋지.
헬스장 가면 기분 좋은 이유는 대화소리가 별로 들리지 않기 때문이야. 쓸데없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잠시 쉴 수 있어. 모두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고 있어.
그리고 밤에 가면 모두 하루 일과를 마치고도 피곤한 기색 없이 좋은 에너지를 내뿜어. 자신을 사랑하는 느낌들이 좋아. 분명 긍정의 에너지가 있어. 헬스장 뿐만 아니라 어떤 운동하는 곳도 마찬가지야.
지난달 크리스마스이브 그리고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헬스장에 갔지.
그랬더니 친구들이 농담 삼아 ’다 외로운 사람들이구먼.‘이라며 웃더라고.
뭐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내 눈에는 두 번 다 오후쯤이었는데, 운동하는 사람들 스타일도 좋고 눈빛도 빛나고 관리하는 모습이 멋지더라. 괜히 크리스마스에 뭐라도 해야 한다는 싱숭생숭한 기분에 얽매이지 않고 일상처럼 루틴대로 운동을 하는 모습이 오히려 좋아 보이더라고. 아마 운동 끝나고 좋은 컨디션으로 파티에 가려고 했을지도 모르지.
아침 괜히 기분이 좋아서 간단하게 글을 쓰려고 했는데, 또 말이 길어졌네.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인생은 정말 살 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거야.
철학적인 근거는 잘 모르겠는데, 아니라면 왜 태어났겠어.
며칠 전 현관 앞에 새끼손톱 반만 한 동그란 검정 쇳조각이 뒹굴뒹굴하더라고. 도무지 뭐에 쓰는 물건인지 알 수가 없었어. 그래서 어디 구석에다 처박아 뒀지. 그러다 갑자기 한파가 들이닥친 날 패딩을 입고 나가려는데, 목 맨 윗부분 똑딱이 단추 끼우는 부분이 떨어져 있었던 거야. 생각해 보니 그때 조그만 쇳조각이더라고.
그래서 그날 목 윗부분이 벌어진 채 목도리로 빈부분을 메꾸고 나갔지. 뭐 그렇게 목으로 바람이 들어오지는 않았지만…뭐랄까 나를 꼭 감싸주는 안정감이 살짝 부족했다고나 할까?
우리는 그 떨어져 버린 똑딱이 단추 조각인지도 모르겠어. 아직 삶의 의미를 모를 수도 있다는 얘기야. 하지만 분명 우리는 필요한 존재야. 그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삶의 이유인지도 모르겠어.
며칠 방에서 뒹굴뒹굴하다가 핸드폰만 보고 아무것도 안 했어도 괜찮아.
뇌도 쉬어줘야 하니깐, 잠시 쉬었던 거지 뭐.
눈이 온다. 친구들 오늘 좋은 하루 보내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