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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우 김윤후 Jul 29. 2019

블랙리스트 1

블랙리스트 1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냈다. 공연을 준비하다가 엎어진 것으로 인한 충격이 컸기 때문일까. 그저 친구들이나 만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싶었다. 절반 이상이 나가 버린 메신저의 단체 채팅방을 보면서 서운한 감정을 느꼈다. 우리는 일적인 관계를 뛰어넘는 사이라는 믿음이 내 착각이었다는 생각과 더불어.

  그러던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연락이 왔다. 저번 연습 때 술을 마시고 연출에게 실수를 했던 후배가 캐럴송을 녹음하자는 것이었다. 개그맨들과 함께 녹음 작업을 하면 되는데 페이가 괜찮다고 했다. 나는 개그맨 누구냐고 물었다. 입대 전 개그맨 선배들과 작품을 하면서 사적으로 꽤 많은 개그맨들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제대 후 개그맨 선배들에게 연락을 하지 못했다. 새로운 공연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때 연락을 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일로서 만날 수 있다면 내겐 너무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후배는 개그맨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다며 일단 내일 오전 9시까지 강북에 있는 유명 빌딩으로 오라고 했다. 나는 알겠다며 내일 보자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이 마침 알바가 없는 날이라 쉬고 싶은 마음이 더 컸지만 내 생각을 해주는 후배가 기특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다음날 약속 장소로 가서 후배를 만났다. 전날 연습할 때는 운동복을 입고 다녔던 녀석이 캐주얼 정장 차림으로 내 앞에 나타나서 내심 놀랐다. 커피를 마시면서 서로의 근황을 나누었다. 그는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이곳에서 녹음 작업을 하면 된다고 했다. 같이 녹음할 개그맨은 아직 누구인지 모른다는 말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커피를 마시고 후배와 함께 그의 회사로 올라갔다. 대형 빌딩의 한 층을 통째로 쓰는 큰 회사였다. 일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지나가는 직원들 모두 나를 보며 친절하게 인사했다.  

  “너 좋은 데서 일하는구나. 출세했네! 고맙다 야!”

  회사 로비에 도착한 나는 후배에게 페이를 받으면 술과 고기를 사겠다고 말하며 어깨를 두드렸다. 그는 작은 소리로 웃더니 내가 가지고 있는 짐을 맡아 주겠다며 내 가방을 들고 로비와 연결된 복도 쪽으로 사라졌다.

  곧바로 한 여직원이 나타나 나를 사무실로 안내했다. 그녀가 건네주는 음료수를 받아 마시면서 의자에 앉아 목을 풀었다. 녹음실은 어디 있냐는 말에 앞에 앉은 그녀는 웃으면서 이따가 말씀드리겠다고만 할 뿐 핸드폰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노래를 부르면서 계속 목을 풀었다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후배가 방에 들어오자 나는 들뜬 마음에 목소리 컨디션이 좋아서 녹음이 잘 될 것 같다고 소리쳤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같이 녹음할 개그맨이 누구냐고 물었다. 그러자 후배가 내 눈을 피했다. 그때 여직원이 사실은 이곳에 부른 이유가 녹음 때문이 아니라 나에게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배우들이 힘들게 생활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편하게 돈을 벌며 연기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것이었다.

  '다단계!'

뮤지컬 근초고왕(2014)


순간적으로 이 세 글자가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배우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절반이나 빠져나간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자리를 박차고 사무실을 나가 복도를 따라 빠른 걸음으로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후배가 뒤따라와서 내 앞을 가로막았다. 나는 그에게 내 가방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속인 것은 미안하지만 쉽게 큰돈을 벌 수 있게 해 주겠다며 나중에 자신에게 고마워할 거라고 했다. 나는 그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전날 버스 정류장에서 그와 헤어지고 차창 밖으로 본 만두가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돈을 벌려면 노력을 해야지.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해?”

  그러면서 우리가 존경하는 대학로 출신의 유명 배우들이 우리 나이 때에 너처럼 유혹에 넘어가서 남들 등쳐먹으며 배불렸다면 과연 위대한 배우가 됐을까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어디 가서 배우라는 소리는 입도 뻥끗하지 말라고 했다. 역겨우니까.

  가방은 가지라는 말을 던지고 그를 지나쳤다. 속았다는 것도 화가 났지만 마음이 아팠던 것은 함께 고생을 했던 동료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이었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후배가 달려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내가 이대로 가버리면 자신이 큰 불이익을 당한다면서 제발 회사가 하는 이야기라도 들어 달라고 했다.

  그와 보낸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뮤지컬 배우가 꿈이라며 경력 몇 줄 안 되는 나에게 항상 형처럼 되고 싶다는 말을 하던 후배. 나를 유난히 잘 따르던 그 후배가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뮤지컬  미추홀에서 온 남자(2015)

  순간 나는 후배에 대한 분노보다 이 회사를 박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후배에게 알겠다고 말하고는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후배는 몇 번이나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밖으로 나갔다. 처음 나를 안내하던 그 여직원이 조금 전과 비슷한 말로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쉽게, 그리고 편하게 돈을 벌면서 배우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식으로.  나는 지금 배우 생활을 해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고 했다.

  “저 뮤지컬 배우예요!”

  나는 연예인들과 공연도 했고 내 후배랑은 클래스가 다르다고 했다(전혀 그렇지 않지만). 또, 공연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게 행복하고 충분히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서 돈 욕심이 없다고도 했다. 결국 그녀는 알겠다면서 사무실을 나갔다.  

  오 분 정도 지나서 후배가 나타나 같이 수업을 듣자고 했다. 삼십 분짜리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 듣는 척하면서 다른 생각을 했다.

  수업이 끝나자 후배가 큰 사무실로 나를 안내했다. 거기엔 나 말고도 여러 명의 남성들이 여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남자 한 사람마다 여직원이 한 명씩 따로 붙어서 설득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모두들 서로 곁에서 하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두 번째 나를 설득하러 온 여직원은 자신의 등급이 루비라고 하면서 아까 수업에서 들었던 것과 똑같은 내용으로 쉽고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논리로 접근했다. 그러나 나를 설득하지 못했다.

  그러자 또 다른 여직원이 나타나서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다이아 등급의 여직원이었는데 제법 말을 조리 있게 하는 편이었다. 그녀는 소비자들이 비싸게 물건을 구입하게 되는 것은 몸값 비싼 연예인들이 홍보를 해서 제품의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자신들은 그런 홍보 대신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직접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므로 막대한 이윤을 창출한다고 했다.

  "저 X라X틴 쓰는 남자예요."

  내 말에 여직원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샴푸를 쓰는 이유가 홍보를 하는 여배우를 너무 좋아해서라고 했다. 그리고 그 여배우가 X장센 홍보를 하게 되면 주저 없이 그 제품으로 갈아탈 거라는 말도.

 나는 소비자는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서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가 출연했던 영화들에 대해서 신나게 떠들어댔다. 주변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들어왔을 때 시끌벅적했던  큰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으니까.

  “X라X틴 샴푸 향 맡아보셨어요? 향기가 장난이 아니에요! 제 머리 냄새 맡아보세요."

  나는 '샴푸의 요정'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주위의 여직원들에게 내 말이 맞지 않느냐며 호응을 유도하기도 하고 주변 남자들에게도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의 청순함과 아름다움에 동의를 받아 내기도 했다. 내 연설이 막바지에 이르자 마침내 남자들이 나에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여러분 부자 되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남자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했다. 내 페이스에 말린 다이아 등급의 여직원은 결국 포기하고 방을 나갔다.  

  다이아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후배가 들어오더니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우리는 아래층에 있는 식당가로 향했다. 말을 많이 해서 배가 고팠다. 후배가 사 준다길래 만 원짜리 삼계탕을 시켰다. 밥을 먹으면서 후배가 나에게 원래 말을 그렇게 많이 하는 사람이었느냐고 물었다.  연습할 때 알던 형과는 다른 사람 같다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너 행복하냐?”

  내 물음에 그는 고개를 숙이며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해 줄 말이 많았지만 순간 무릎을 꿇고 있던 후배의 비참한 모습이 떠올랐다.  이 친구도 마음이 무거울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아무 말 없이 밥을 먹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집에 가려는 나에게 그는 아직 만나야 될 사람이 더 있다고 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에게 말했다.

  “가서 대학로 딴따라가 얼마나 독한지 보여줄게."


연극 만화방 미숙이(2016)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는 후배를 앞질러 나는 다시 그의 회사로 올라갔다.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큰 사무실에 앉아 다음 상대를 기다렸다. 후배가 가져간 가방 안에 핸드폰이 있어서 외부와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부모님이 걱정하실 것 같아 마음에 걸렸지만 여기까지 와서 돌이킬 수는 없었다.

  오후 1시가 되자 안내하는 직원을 따라 큰 강당으로 가게 되었다. 오전에 들었던 강의와 별반 다를 바가 없는 따분한 수업을 들으면서 아까와 마찬가지로 다른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수업이 끝나자 후배가 나를 작은 사무실로 안내하고 나갔다. 사무실 안에 혼자 앉아 있던  여직원이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을 명문 K대학교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명문대학교를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일을 하는 이유는 쉽고 편하게 일을 하고도 막대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들이 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내 앞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제가 K대학교는 너무 잘 알죠!”

  공교롭게도 그 대학과는 나도 꽤 인연이 있었다.

  “대만 버블티 집 알죠?”

  나는 그녀에게 K대학교 출신이라면 모를 수 없는 그 학교의 명물에 대해서 물었다.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버블티를 안 좋아해서..."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럼 테리스라는 흑인 친구 아세요? 이 친구 모르면 절대 K대생 아닌데.”

  그 친구는 한국말을 원어민 수준으로 하고 성격도 좋아서 함께 다니면 주변 K대생들이 모두 인사를 할 정도로 K대에서 유명했다.

   나는 계속해서 K대생들이 자주 가는 싸고 맛있는 고깃집부터 인도식 카레집까지 내가 알고 있는 여러 가지 정보에 대해서 물었지만 그녀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내가 질문할 때마다 그녀는 목이 탔는지 가지고 왔던 텀블러의 냉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에게 커피를 좀 얻어 마실 수 있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녀가 괜찮다고 하자 단숨에 얼음만 남기고 커피를 다 마셔 버렸다. 전부 마셔버릴 줄은 몰랐던 그녀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미안하다며 회사 내에 있는 정수기로 가서 물을 채워주겠다고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회사 로비에 있는 정수기로 향하던 중 처음 강의를 들었던 사무실 뒷문을 지나쳤다. 사무실 안엔 처음 나를 안내했던 여직원과 나를 설득하려 했던 여직원, 그리고 모르는 몇몇 사람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배우니까' 어쩌고 저쩌고 이야기를 하는 걸 봐서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정수기에 물을 채우고 인포 직원에게 믹스커피를 받아서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자! 계속 이야기해 볼까요?”

  나는 커피를 타서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

  그녀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다분했지만 애써 침착한 척하면서 나와의 대화에 임했다.

  그녀는 세상에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은 많고 앞으로도 새로운 직업이 계속 생겨날 것인데  그중 하나가 자신들의 회사가 만들고 있는 일거리라고 했다. 그리고 그 일거리는 미래지향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애덤 스미스 이야기를 꺼내고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파는 값싸고 질 좋은 물건으로 수익을 올리면 소비자도 만족하고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 회사가 나라에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거네요?"

  그녀는 내 말에 기뻐하며 더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애덤 스미스는 경제학자이지만 철학가로도 유명한 사람이에요.”

  듣는 척하던 내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녀는 처음 알게 되었다는 표정으로 어정쩡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에게 애덤 스미스가 『도덕 감정론』이라는 책의 저자이며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사회관계가 도덕적 판단을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잘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쉽게 말해서 사람들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거는 도덕적으로 나쁜 건데 사람들이 다단계를 나쁘다고 생각하잖아요?”

  내 말에 그녀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다단계를 나쁘게 생각한다면 이곳은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곳이 아니라 나쁜 일을 하고 있는 곳인데 애덤 스미스가 쓴 『도덕 감정론』이 틀린 거냐고 물었다. 그녀는 당황한 나머지 틀린 거라고 대답을 했다.

  “그럼 아까 말씀하신 '보이지 않는 손'도 틀린 말인가요?”

  그녀는 '보이지 않는 손'은 맞는 말이지만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도덕 감정론' 같은 잘못된 책이 출판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하하하... 그럼요. 사람은 신이 아니니까요.”

  나는 일부러 크게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점점 그녀는 표정이 굳어지고 말이 없어졌다. 불편한  침묵이 흘렀고 나는 그 고요함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녀가 빨리 포기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때 그녀가 가방에서 파일북 몇 개를 꺼내서 책상에 올려놓았다. 또 무언가를 설명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회심의 일격을 가했다.

  “K대 출신 아니시죠?”

  그러자 그녀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친한 고등학교 동문이 K대 통계학과 학생이고 사촌 형이 K대 철학과 학생이라는 말을 이어갔다. 그들을 따라 자주 도강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구들도 사귀게 되었고 심지어 외국인 교환학생 친구들까지 생겼다는 말과 함께. 대화를 하면서 유감스럽게도 그녀가  K대 출신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는 솔직한 나의 생각을 전했다.  

  굳은 표정으로 있는 그녀에게 나는 서울에 있는 전문대학교를 나왔지만 열심히 하다 보니 연예인들과 공연도 하면서 돈도 만족할 만큼 벌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부들부들 떨면서 내 이야기를 듣다가 학벌은 숨기거나 속이거나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는 말에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녀가 나가고 오 분도 되지 않아 삭발을 하고 목에 문신을 한 경호원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는 내게 여직원에게 뭐라고 했느냐고 물었다. 나는 애덤 스미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맞기 싫으면 입 조심하라고 했다. 그 말에 나는 참지 못하고 웃통을 벗으며 크게 외쳤다(부끄럽게도).

  “야! 체육관 가서 한번 붙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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