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길 잘했어...
안녕하세요! 카라멜팝콘입니다.
오늘은 6월1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를
가볍게 훑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물론 스포는 없게!
다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 대한 소문은 많이들 들으셨겠죠?
뭐 동성애에 관한 영화라더라~ 레즈비언을 다루고 있다더라~
등등. 박찬욱 감독의 영화 대부분이 그렇듯 대중적 기호를 떠나 일단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은데요, <아가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워낙 디테일하고 또 메타포가 많아 조만간 한번 더 보고 난 후에 해석을 써볼까 합니다.
<곡성>과 마찬가지로 평론가들과 관람객 평점의 간극이 크지 않고, 모두 7점대중반을 기록하고 있는 걸로 봐서 앞으로도 당분간 흥행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한국청불영화의 역사를 새로 써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작년말 흥행했던 청불영화 <내부자들>의 경우 감독판까지 합쳐 900만을 기록했었고, 과연 박찬욱감독이 반년만에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제 개인적 의견으로는 아마 내부자들만큼은 못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재 자체가 대중적이지 않은데다, <내부자들>의 경우 재관람관객의 비중도 생각보다 많았지만, <아가씨>는 그보다 더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장르와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감독과 배우들의 티켓파워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관객동원동력을 회복하기는 힘들다고 예상합니다.
영화의 기본 구조는 3장으로 구성되어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문학적 서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줄거리가 간단하지는 않지만 시놉시스를 짧게 정리를 하자면,
써놓고 보니까 뭔가 굉장히 로맨틱하고 드라마틱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하지만 박찬욱 감독님께서 그렇게 호락호락 하신 분이 아니죠!
각자의 목표를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반전의 연속이 물론 있답니다.
앞서 영화가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는데요,
각 장을 빠르게 스캔하고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한자로 뜨니까 당황하지 마세요)
1부는 숙희(김태리)의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보영당에서 아기들을 보살피다가 백작에게픽업되어 히데코의 하녀로 들어가게 되죠. 처음 백작이 5만+패물을 제의하는데받고 10만 더! 를 외치는 맹랑하고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또 숙희가 나레이션으로 '나로 말할 것 같으면...'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부분도 재미가 있죠. 도둑질은 물론 장물감정에도 탁월하다며..ㅋㅋ 하지만 일본글은커녕 조선글도 읽지 못하는 까막눈이라는 점은 함정!
분위기가 어둡고 무거운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김태리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할 만큼 밝고 활기찹니다.
숙희는 히데코에게 모성애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데요,
무엇을 하든 자기가 보영당에서 아기를 돌보던 습관대로 한다는 점이죠.
"내가 씻기고 입힌 것 중에 저보다 고운 것이 있었나?"
백작과 투닥거리고, 히데코를 질투하는 숙희의 모습에 관객들은 혼란스럽죠.
2부는 히데코(김민희)의 이야기입니다. 히데코가 코우즈키의 저택으로 들어온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요, 코우즈키의 아내, 즉 히데코의 이모로 출연하는 문소리의 연기가 또 아주 맛깔집니다.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문소리는 역시 문소리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되죠.
여기서는 문소리 뿐만 아니라 김민희의 깜짝 놀랄만한 일본어 연기도 확인할 수있는데요, 대저택의 대서재에서 소설낭독을 하는 김민희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정말 긴장감을 놓칠 수 없습니다. 보여지는 게 중요한 영화에서 가만히 앉아서 책 읽는 걸 이렇게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얼마나 될까, 또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아가씨>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 내에서 가장 큰 반전요소를 쥐고 있는 것도 히데코이고, 영화의 주제를 말하는 사실상 주인공도 히데코입니다. 김민희의 덤덤한 표정과 숙희가 없을 때의 행동들 또한 히데코의 본심이 무엇일지 궁금하게 만듭니다.
3부는 후지와라 백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1,2부가 같은 시간까지의 이야기를 숙희와 히데코의 시점에서 다루고 있다면 3부는 시간상으로 1,2부 이후에 이야기들이 나온다는 점이죠. 따라서 1,2부의 주인공들만큼 백작의 비중이 높은 것은 아니고, 숙희, 히데코, 백작의 시점을 자유자재로 넘나듭니다.
역시 믿고 보는 하정우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하정우의 연기는
보는 내내 관객을 편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하정우의 시대물 연기는 우리에게 처음이 아닌데요, <암살>에서 돈 밝히는 용병을 연기해서 호평을 받았던 적이 있죠? 능청스러운 연기는 하정우를 따라갈 배우가 원탑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하정우의 먹방연기가 짧게 나오니 확인해 보시길!
이 짝퉁 후지와라 백작은 사실 돈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로망을 위한 수단으로 돈을 원합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가격표를 보지 않고 와인을 주문하는 어떤 것이라고 말하는 이 백작의 허영심과 모든 여자, 나아가 모든 돈을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취할 수 있다고 믿는 오만함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요?
<아가씨>가 숙희, 히데코, 백작 3명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그 배경은 거의 코우즈키의 대저택입니다. 코우즈키 또한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고,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하는 인물입니다. 조진웅의 변태 할아버지 연기가 생각보다 자연스러워서 놀랐고, <시그널>의 이재한 형사를 잊어버릴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습니다.
코우즈키는 역관인 중인이었지만, 신문물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기회를 놓치지 않아 부를 축적한 동시에 문학과 책을 아주아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왜 그가 그토록 대서재와 책에 미쳐있는지 알아가는 것은 영화에서 중요한 과정입니다. 또한 한식, 일식, 양식의 혼재된 코우즈키의 대저택을 눈여겨 보시고 각 양식이 어느 장소, 어느 장면에 사용되는지 생각해 보시는 것도 영화를 더 재밌게 보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소재 자체가 자극적이라 가족, 연인들과 보시면
조금 불편한 장면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저도 혼자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구요~ 하하하
<아가씨>는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라는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도 조만간 이 책을 한 번 정독하고 어떤 점이 다른지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또한 박찬욱 감독님이 스스로 이 영화는 퀴어영화, 동성애영화가 아니라고 하셨고,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 왜 이런 소재를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는지에 대해서도 더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아가씨>
지극히 개인적인 프리뷰로서 ★★★★
(5개: 재미+작품성=어머, 이건 꼭 봐야해!)
(4개: 작품성or재미=딱히 싫어하는 취향이 아니라면 보면 좋을 영화)
(3개: 무난하게 볼 수 있는 킬링타임용)
(2개: 취향을 심하게 타고, 굳이 안 봐도 될...)
(1개: 왜 만들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