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는 솔로>를 보는 몇 가지 이유

관찰자의 시선: 타인의 삶을 통해 나를 다시 세워 보다

by 에스더리

​나는

사람, 그리고 그들이 엮어가는 인생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인지 습관처럼 사람들을 관찰하곤 한다.

직관적인 성향이라 처음 봤을 때의 느낌대로 직진하는 편이지만, 결코 섣불리 판단하지는 않는다.


​학창 시절 수학여행 때도 유적지를 관람하기보다 벤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했고,

여행을 가서도 노천카페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지나가는 이들의 스타일을 살피는 재미에 푹 빠지곤 했다.

때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관찰에 몰입하다 목적지를 지나쳤던 적도 있었으니

'관찰'은 무료한 내 삶을 지탱해 온 오래된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을 관찰하는 일은 결국 그 끝에서 '나'를 다시 세워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인 <나는 솔로>는 내게 참 흥미롭다.


1. 화면 속 청춘에 투영해 본 과거의 나


​내 나이는 이미 그 시절을 지났지만, 화면 속 청춘들을 보며 이따금 과거의 나를 대입해 보곤 한다.
'내가 저 자리에 나갔다면 어땠을까?'
'나는 나를 충분히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일상에서는 타인에게 적지 않은 호감을 얻으며 살아왔지만, 저토록 날것의 현장에서도 과연 선택을 받을 수 있었을까

만약 아무의 선택도 받지 못해 홀로 짜장면을 먹어야 했다면, 나는 그 상황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상황 상황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외면이 여과 없이 드러나고,

호감뿐 아니라 냉정한 평가와 부정적인 피드백까지 감내해야 하는 그 자리는 사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래서인지 볼수록 그들은 자신의 민낯을 인정할 줄 아는 건강한 자아와 용기를 가진 사람들로 보인다.


2. '젠지(Gen Z)'의 마인드를 읽는 유익한 통로


​나의 청춘 시절에도 SBS <짝> 이라는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당시 주변에서 출연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끝내 용기를 내지 못했다.

방송은 특별한 사람들만 나가는 것이라 생각했고, 무엇보다 나를 온전히 드러낼 용기가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어떨까?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한 번쯤은 경험해 보고 싶다.

이제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타인과 부딪히며 성장하는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조금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인적인 성찰 외에도,

부모의 시선으로 요즘 세대인 '젠지' 마인드를 읽는 매우 유익한 통로가 된다.

감수성이 짙은 여자사람으로 살아온 내가 아들 둘을 키우며 느끼는 점은, 확실히 아이들과 공감대가 형성되는 지점이 적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솔로>를 통해 요즘 청춘들의 연애관과 인생관을 들여다보며,

내가 미처 다 알 수 없는 내 아이들의 세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는다.

남자 출연자들의 속 얘기를 통해 아들들의 고민과 생각을 예측해 보고,

여자 출연자들의 가치관을 통해 미래에 내 아이들이 만나게 될 동반자의 모습도 그려본다. 부모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득템'이 없는 셈이다.

화려한 연예인이 아닌,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직장인들의 패션과 사고를 보며 소소하게 배우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3. 결국, 아름다운 용기에 대하여


​결론을 내려 본다.

내가 <나는 솔로>를 보는 이유는, 그들을 통해 '용기'를 배우고 민낯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법을 익히기 때문이다.

또한 내 청춘의 때와 현재의 삶을 조명해 보고, 내 아이들의 생각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유익함이 있기 때문이다.​


화면 속 청춘들의 용기가 아름다운 이유는 단순히 누군가에게 선택받고 사랑받기 때문이 아니라,

선택받지 못할 가능성까지도 기꺼이 감당하기로 선택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단단한 용기가 있기를 바라본다.


타인의 연애를 보며 결국 자기 자신을 깊게 돌아보는 사람이 또 있을까 궁금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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