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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혁 May 31. 2021

그때 그 못난이 1화

전학생

"어? 저 여자?"

"응?"

"단발머리에 체크무늬 남방, 두 손으로 커피 들고 있는 여자."

"저 여자가 왜?"

"초등학교 동창이야. 그리고 내 첫사랑."

우연히 카페를 지나다 여자친구와 나눈 대화다. 우린 맞잡은 손에 한층 더 힘을 주고 다시 걸었다. 나는 말없이 하늘을 봤고, 여자친구는 땅을 봤다.


1994년 어느 날, 여자애 한 명이 전학 온 단 소식이 퍼졌다. 한 반에 고작 40명, 1반부터 4반까지 존재하는 조그만 학교에 비밀은 없다. 인근 유치원끼리 두루두루 교류가 이어지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한 다리 건너 친척, 옆짚, 엄마 친구, 아빠 친구다. 심지어 우리 학교 졸업생의 99%는 같은 중학교로 배정받는다. 그 중학교의 졸업생 70%는 또 같은 고등학교를 간다. 그렇게 깊고 좁은 유대와 교류를 이어오는 동네에 전학생이 오게 된 거다.


전학생이 학교에 온 날, 1반부터 3, 4반 아이들이 2반을 들락날락거린다. 전학생을 구경하겠다고 말이다. 작은 초등학교에 전학생이 온다는 건 흔치 않은 이벤트다. 몇 번 남자애들이 들락날락거리면 2반 여자애들이 텃세를 부리며 못 들어오게 막는다.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면 1, 3, 4반 애들이 창문에 고개를 삐쭉 내밀고 열심히 눈알을 굴린다. 이 조그만 학교에서도 사람이 몰리면 전학생 구경이 힘들다. 단발머리에 흰색 멜빵바지, 길게 잡아끌러 신은 흰 양말의 옆모습만 보곤 종이 울린다.


"뭐야? 못생겼네."

"야, 다 들리거든?"


그게 첫 대화였다. 쉬는 시간 복도에서 마주친 전학생을 보고 중얼거린 내 말이 귀에 제대로 꽂혔나 보다. 고개를 획 돌려 날카롭게 쏘아붙인 전학생과 그렇게 얼굴을 텄다.


"이름이 그게 뭐냐? 못난이를 잘못 지은 거 아냐?"

"아니거든? 네가 못생겼으니까 남이 못나 보이는 거지!"


유치 찬란한 11살, 초등학교 4학년의 불타오르는 논쟁으로 복도는 금세 시끄러워졌고 그날의 나로 인해 전학생은 학교를 다니는 내내 '못난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됐다. 아니, 내 기억 속에선 영원히 못난이로 자리잡았다. 아마 숨을 거두기 전 필름이 돌아갈때도 못난이는 나를 찾아올거다. 내가 그렇게 저장해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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