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춘기를 너무 강렬하게 보냈다.
그리고 많이 길었다.
고등학교 때 굉장히 많은 것들이 형성이 되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좌우명이다.
네이버 메일의 서명에 그 내용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운명은 만들어가는 것이고, 기회는 준비된 자의 것이며, 행복은 스스로의 판단이다.'
운명을 만들어간다는 것은 결국 순간순간의 선택을 내가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나의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 당시 나의 모친께서는 운명론과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나의 사춘기 때가 우리 집안이 제일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절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아버지의 죽다 살아난 교통사고, IMF의 시작과 함께 자영업이 잘 안되는 상황들..
그런 상황에서 자주 하셨던 이야기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였다.
그런 이야기가 듣기 싫었다. '삶은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중학교 1학년이던 1999년에 평행우주론에 대해서 접했었고
'나의 작은 선택 하나하나에 따라 수많은 우주들이 생겨날 수 있다.' 라는 생각을 가졌었다.
그리고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이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는 삶일 것이라는 믿음 아닌 믿음이 있었다.
대학에 가고 군생활을 하면서 이런 부분이 많이 옅어졌지만
전역하고 심리학을 공부하고 직업상담으로 일을 하면서
다시끔 운명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에 점집에 갔었다.
고등학교 동창 중에 제일 친한 친구이며 고등학교 3학년을 같은 반, 짝으로 지낸 친구가 있었다.
제약회사 영업을 하던 친구는 점집에서 사업이야기를 들었고 그 길로 일을 그만 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직장을 다닐 때보다 돈은 더 벌면서 시간이 더 생기는 상황들이 발생했다고 한다.
일이 잘 풀려서 와이프도 일을 그만두었다.
점집에서 들은 이야기를 듣고 사업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나름 민간신앙에도 많은 관심이 있던지라 당장 거기가 어딘지 묻고 방문했다.
들어간 점집은 평소 다니던 곳과 달랐다. 거실 같은 곳에 큰 불상이 자리 잡고 있었고 향내가 진동을 했다.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말해주었는데 굉장히 안 좋은 이야기들만 듣고 나왔다.
그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말은 항상 어쩔 수 없는 선택만을 했다는 것이다.
즉, 선택을 강요받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듣고 나왔다. 하고 싶어서 한 선택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찜찜한 마음은 꽤 오랜 시간 갉아먹었다. 좀 먹어가는 마음은 스스로에 대한 비판과 멸시로 이어졌다.
한동안 많이 괴로웠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러 잊혀지다 생각나다를 반복하던 중에 최근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당시 내가 가질 수 있는 패 중에 최선의 패를 나는 선택한 것이니 그거면 된 것 아닌가?'
'그러니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마음에 자리 잡으면서 괴로웠던 감정들은 사라졌다.
나의 좌우명인
'운명은 만들어가는 것이고, 기회는 준비된 자의 것이며, 행복은 스스로의 판단이다.' 임에도
점집에서 들은 이야기를 듣고 불행으로 판단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판단에 대한 책임은 불안한 마음, 스스로에 대한 비판, 자존감 하락이란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고..
조금은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결론은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었다.
중요한건 결국에는 내 생각이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앞으로 곧....중요한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이 올 것 같기 때문이다.
그와 관련된 주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분의 전화연락..
일단은 내려놓은 상태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무엇하나 결정하지는 못한 나..
그리고 주어진 환경으로 인한 고민들..
어떤 선택을 할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그 또한 내 삶에서는 최선의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나의 마음가짐을 잘 다듬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한 번 다들 생각해봤으면 한다.
나를 좀먹고 있는 것에 대해서 잠시 다른 관점으로 돌아보면
저 당시의 나처럼 새로운 모습이 보일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