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괜찮아샘 Jun 09. 2021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생존이 아닌 성장

 “그럼 당신은 왜 사나요?”


 왜 글을 쓰냐고 묻는 다면 감히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나에게 글쓰기란 생존을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내 삶은 멈춰버렸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백혈병 판정을 받은 그날, 성장을 위한 내 삶은 멈춰버렸다. 그저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사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었다. '성장을 위한 배움' 같은 말은 뜬구름 같은 이야기였다.


 왜 나에게만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가? 고통 속에서 처절하게 있을 때 하나님은 어디에 계셨는가? 모질게 나를 외면하고, 상처를 남기고 떠난 사람들에게 왜 저주를 퍼붓지 못했는가? 내 아픔으로 인해 가족들이 겪게 된 마음의 상처들을 내가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을까? 혹시라도 다시 올지 모르는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누가 해결할 수 있는가?


 나는 알지 못했지만 이런 수많은 감정들이 내 안에 쌓여갔다 우연히 마음속에 있는 상처의 잔해들을 발견하였다. 그날 이후로 상담을 전공한 아내를 새벽까지 모질게도 괴롭혔다. 착한 아내는 묵묵히 상담을 감내해주었고, 매일 새벽까지 아내와 상담을 했다.


 "아내는 아내이지 상담자가 아니다."


 교사 상담 스터디 모임 인도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한 아내가 자발적으로 상담해 주려고 노력할 것이지만 금세 지쳐버릴 것이라는 말씀이셨다. 그날 나는 아내를 상담자로 대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상처를 처리하기 위해서 감정에 대한 책도 보고, 상담 공부 모임에도 나가봤다. 하지만 내 감정을 도무지 처리할 수 없었다.



 ‘글쓰기 책을 보면 글쓰기로 내면을 치유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공감이 잘 되지 않는 그저 먼 이야기일 뿐이다. 그리고 내면 치유를 위해서는 우선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리적 장애물을 만나곤 하는데 이 벽을 넘어야 본격적인 내면 치유가 시작된다. 예상할 수 있듯이 벽을 넘기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신은영, <이젠 블로그로 책 쓰기다>, 세나북스



  이전에도 물론 가끔씩 글을 쓴 적이 있었지만, 나는 항상 벽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상처를 직면하지 않는 글쓰기로는 치유를 기대할 수 없었다. 이제부터 상처를 직면하는 글을 쓰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리고 솔직한 심정을 담아 글을 써 내려갔다.


 글을 담담하게 써서 아내와 함께 읽었다. 금세 아내와 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서럽게 우는 아내를 보며 함께 울었다. 그렇게 울고 나니 마음이 한결 시원해졌다.


 아직도 글로 쓰고 싶은 일들이 너무나 많다. 내 안에 묻어두고 다루지 못한 감정들과 매일매일 수없이 직면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시간을 쪼개어 이렇게 글을 쓴다.


 스스로 닫았던 눈과 귀를 열고 사람답게 살고 싶다. 세상을 향해 스스로 친 벽을 허물고 싶다. 글쓰기를 통해 그날 이후로 멈춰버린 삶의 시계를 조금씩 다시 돌려 보려 한다.


 상처 받지 않고 사는 방법이 있을까?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고 주변에 온통 벽을 치고 산다면 상처 받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벽이 없어도 상처 받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날마다 상처를 회복하는 자기만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글쓰기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버지의 운동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