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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샘 Jun 12. 2021

삶이 계획대로만 될까?

아내의 삶, 나의 삶

 ‘당근~♬’


 아내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내는 당근 마켓을 자주 이용한다. 오천 원, 만 원으로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나는 중고 거래를 즐기는 아내를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중고 거래를 하면 푼돈을 아낄 수는 있겠지만, 물건을 사고파는 데는 그 이상의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내가 답답했다.     


 “오늘 오후에 A 엄마 만나고 올게요!”     


 A 엄마는 낯선 이름이었다. 아내는 중고 거래를 통해서 같은 동에 사는 A 엄마를 알게 되었다고 했다. 중고 거래로 만난 또래 아이 엄마와 몇 번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둘은 생각보다 더 친밀했다. 마침 아이도 동갑이라 아이를 동반한 채 서로의 집을 오가며 소통을 한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 아내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또래 아이 엄마를 사귀는 일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문화센터 등에도 갈 수 없었고, 타지에 살기 때문에 기존에 친밀했던 친구들과도 만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에 아내는 생각지 않게 중고 거래를 통해 그렇게 소망하던 또래 아기 엄마를 만났다.     


 아내가 새로운 사람을 사귀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중고거래를 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아내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마음이 맞는 좋은 사람을 만났다. 이런 상황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아내와 달리 이성적이고 계획적인 성향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는 계획을 세우고 노력해서 그 계획을 달성하는 방식으로 살아왔다.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며 살았지만, 돌아보면 현재 내 삶은 과거의 계획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계획대로라면 현재는 본가가 있는 지역에서 교사 생활을 하고 있어야 했고, 또한 당시 만나던 여자 친구와 결혼도 했을 것이다.

     

 계획과는 완전히 다르게 내 삶이 펼쳐졌다. 본가가 있는 지역으로 가기 위해 임용시험을 다시 봤지만, 임용 3차 시험을 1주일 앞두고 내게서 큰 병이 발견되었다. 임용 시험을 끝까지 마칠 수 없었다. 현재는 지명조차 낯설었던 지방의 한 도시에서 교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여유롭고 즐겁게 살고 있다.

     

 오랜 기간 만났던 당시 여자 친구와는 결별하였다. 지역 이동 후 곧 결혼할 것이라고 막연한 계획을 세었지만 계획은 계획 일 뿐이었다. 당시 여자 친구와의 결혼 계획도 이루지 못했다. 현재는 그녀와 비교도 할 수 없이 따뜻하고 매력적인 사람과 만나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돌아보면 과거에 꿈꿨던 장기적인 계획을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그럼에도 현재 내 삶은 과거에 꿈꾸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풍성하고 행복하다.     


 계획을 갖고 노력하며 사는 삶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계획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꿈을 꾸며 노력하는 은 분명 의미 있고 값진 일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자신의 계획대로만 삶을 살 수는 없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낙담하고 슬퍼하지 말자. 살다 보면 모든 것들이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다. 예측하지 못했던 암초를 만나 넘어지기도 하고, 지원한 직장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을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하게 직장에서 해고 통보를 받기도 한다. 마음을 주었던 사람과 갑자기 멀어질 수도 있다. 계획했던 길이 사라지고 갑작스럽게 낯선 길로 들어서게 되기도 한다.


 삶은 원래 그런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루하루 주어진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뿐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마음을 편안한 게 갖자. 목표 달성에 실망했다고 낙심하지 말자.  계획과는 비교할 수 없는 훨씬 멋지고 근사한 일들이 내게 다가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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