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교사가 학생을 움직입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어느 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도 전부 다 아는 건 아니잖아.”
순간 멈칫했습니다. 왜 이런 말을 했을까 곰곰이 돌아보았습니다. 아빠가 된 후, 저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줄 때가 많았습니다. 아이가 궁금한 것을 물어볼 때 설명하는 건 괜찮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묻지도 않은 일에 제가 먼저 ‘아는 체’하며 가르치려 할 때가 많았다는 겁니다. 종종 단정적인 말투로 아이를 대했죠. 아마 아이는 그런 태도가 거슬렸을 겁니다. 모든 것을 아는 사람처럼 자만해 보이는 아빠의 모습이 싫었던 거죠.
그날 아이의 말을 듣고 저는 제 태도를 돌아보았습니다. 저는 아빠이면서 동시에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두 역할이 겹치다 보니 ‘가르치는 습관’이 생활 속에 깊이 배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그 말 이후로는 더 조심하려고 합니다. 아이에게는 지식의 내용 못지않게, 가르치는 태도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 순간이 많습니다. 이때 저는 마음속으로 늘 이렇게 되뇝니다.
“아무리 옳고 중요한 내용이라도, 가르치는 사람의 태도가 받쳐주지 않으면 학생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공부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합니다. “공부해야 한다.”, “공부가 중요하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반복하죠. 그러나 그 말이 학생들에게 깊이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교사 자신이 배우는 일을 즐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교사의 말보다 교사의 모습을 먼저 읽어냅니다. 책을 즐겨 읽고, 새로운 것을 배우며 눈을 반짝이는 선생님을 보면서, 그들은 배움이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삶의 즐거움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반대로, 말로만 ‘공부하라’고 하는 모습은 공허하게 들립니다.
그래서 교사도 늘 배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배움의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깊이 있고 오래 가는 방법이 읽기와 쓰기입니다.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배우고, 글쓰기를 통해 자기 생각을 가다듬습니다. 그렇게 쌓인 배움은 수업 속에서, 대화 속에서, 심지어 교사의 표정과 행동 속에서도 묻어납니다.
저는 최근 사단법인 좋은교사운동에서 주최하는 내일 아카데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각 교사 단체의 리더들이 모여 서로의 성장을 돕는 자리입니다. 그곳에서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첫째, 본받을 만한 선생님들이 많다는 것. 둘째, 그들 대부분이 읽고 쓰는 일을 꾸준히 한다는 사실입니다. 아마 그 습관이 그들을 지금의 자리까지 이끌었을 것입니다.
읽다 보면 쓰게 되고, 쓰다 보면 다시 읽게 됩니다. 읽으며 생각이 정리되고, 쓰며 깨달음이 다듬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또다시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믿습니다.
‘읽고 쓰는 교사는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며, 그 배움이 학생을 가르치는 힘이 된다.’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한 기록이 아닙니다. 글을 쓰는 동안 우리는 다시 배우고, 배운 만큼 더 나은 교사가 되어갑니다. 눈에 띄지 않더라도 읽고 쓰는 삶을 반복한 만큼 우리는 성장합니다. 쓰는 교사는 배우는 교사입니다. 그리고 그 배움은, 오늘은 보이지 않더라도 언젠가 학생들의 삶 속에서 조용히 꽃을 피울 것입니다. 함께 읽고 쓰는 일을 꾸준히 실천해 보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