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이 특별함이 되는 순간
책을 쓰려고 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 삶이 너무 평범한 건 아닐까?”
그렇습니다. 우리의 하루는 때로 지극히 평범해 보입니다. 2024년 기준, 전국 초·중·고등학교 교원 수는 약 44만 명. 이 가운데 내가 특별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평범한 교사가 책을 쓴다는 건 왠지 가당치 않아 보입니다. 글을 쓰기도 전에 주눅이 드는 이유입니다. 전국의 수많은 교사를 떠올릴 것도 없습니다. 우리 학교만 둘러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등교사는 옆 반 선생님, 중등교사는 같은 과목의 다른 교사와 자연스레 비교하게 됩니다. 그들과 견주어도 제 하루는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교실의 풍경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평범한 일상을 굳이 책으로 남길 필요가 있을까요? 이런 생각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정말 우리의 삶이 평범해서, 누군가에게 아무런 위로나 용기를 줄 수 없을까요?
특별한 사람만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저는 발령 첫해에 큰 병을 앓았고, 2년간 휴직했습니다. 복직하던 날, 다시 교직 생활을 잘 감당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그때 한 선배 교사를 만났습니다. 저보다 15년 연배가 많은 학년 부장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분은 학생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말보다 행동으로 그것을 보여주셨습니다. 2년 동안 같은 학년에서 함께 근무하며, 저는 학생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배웠습니다. 덕분에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았고, 지금까지 교사로서 제 몫을 감당하며 지낼 수 있었습니다. 정작 그 선생님은 자신이 누군가를 이렇게 변화시켰다는 사실을 모르실 겁니다. 그저 ‘나는 평범하다’라고 생각하는 분이었으니까요.
세상에 완전히 평범한 사람은 없습니다. 가까이서 바라보면 모두가 특별합니다. 각자가 걸어온 길이 다르고, 교육관이 다르며,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도 조금씩 다릅니다. 그 차이들이 모여 ‘나만의 특별함’이 됩니다.
저는 그런 특별함이 담긴 선생님들의 글을 좋아합니다. 책 속에서 영감을 얻고, 때로는 위로를 받습니다.
임용고사에 떨어져 낙심하던 시절, 《울보 선생》이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의 아픔을 끌어안고 기도하는 한 선생님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죠. 최관하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교사가 된 후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가 ‘교사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깨달음 덕분에 재수 시절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교사 생활이 지치고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는 《교사, 삶에서 나를 만나다》를 읽었습니다. 김태현 선생님의 문장은 마치 제 옆에서 힘듦을 함께 공감해 주는 듯했습니다. 그 공감이 또 한 번 저를 버티게 했습니다. 최관하 선생님과 김태현 선생님은 자신이 쓴 글로 제게 힘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아마 그 사실을 모르실 겁니다. 평범한 두 분이 글을 쓰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요. 돌아보면, 제게 힘이 된 분들은 유명인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학교 현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하는 평범한 교사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글을 씁니다. 평범한 교사의 글이 동료 교사에게 잔잔한 울림이 되기를 바라면서요. 성공담이 아니라 실패담이어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실패에서 얻은 깨달음이 더 깊은 울림을 줄 때도 있으니까요. 저의 첫 책 《선생님, 오늘도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에도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많이 담겨 있습니다. 실패 속에서도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용기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저는 믿습니다. 그래서 실패한 이야기를 주저 없이 실었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글이 되지 않으면 전해지기 어렵습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 한 편이라도, 진솔하게 글로 남겨 보세요. 그 평범함이 누군가의 하루를 견디게 하는 힘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그리고 평범한 당신도, 책을 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