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

삶의 균형

by 괜찮아샘

“선생님 쉬는 시간에 책 읽어도 돼요?”


우리 반 A가 물었다.


“그럼, 당연히 책을 읽어도 돼지.”


내 말이 끝나자마자, A는 책을 꺼내 들었고, 이후에도 틈만 나면 책을 읽었다. 그 덕분인지 아주 논리적이고, 발표도 잘했다.


그런데 A가 유독 싫어하는 시간이 있었다. 체육 시간이 되면 다른 친구들은 활기차고 즐겁게 운동을 했지만, A의 표정은 밝아 보이지 않았다. 하루는 체육 시간 후에 A가 내게 물었다.


“선생님 체육 꼭 해야 해요? 저는 운동하는 게 재미도 없고 싫어요. 책을 많이 읽는 게, 운동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지 않나요?”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단다.”


내 답이 흡족하지 않았는지 A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내 경험 하나를 떠올렸다.


초임 교사 시절, B선생님의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주제는 ‘신규 교사에게 중요한 것’이었다. B 선생님이 우리에게 물었다.


“선생님, 교사 생활을 잘하려면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책을 많이 읽는 것, 수업 준비를 잘하는 것, 동료 교사들과 또 관리자와 관계를 잘 맺는 것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그때, B 선생님이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다.


“그렇죠. 말씀 해 주신 것들 전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번에는 다들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전부 중요한데 한 가지만 선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때 B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제 생각에는 가장 중요한 건 '선생님의 건강'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이 건강해야 학생들의 하루도 행복할 수 있으니, 모두 건강 관리를 잘하셔야 합니다.”


내심 대단한 대답을 기대했던 나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건강이 중요하다는 건 잘 알지만 당시 젊었던 내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이후에도 줄곧 건강 이외의 것들만 신경 쓰며 살았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선생님 말씀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내 건강 상태와 컨디션이 학생 지도를 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닫게 된 것이다. 컨디션이 좋은 날엔 마음에도 여유가 있었다. 학생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고, 실수에도 너그러웠으며, 수업 분위기도 좋았다.


'반대로'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났다. 평소라면 그냥 넘어갈 일도 눈에 가시처럼 거슬렸다. 그러지 말자고 다짐해도, 그때뿐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일 외엔 달리 해결책이 없었다.


운동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해야 하듯, 교사도 마찬가지다. 이는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자 도리인 것이다. 결국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2~3번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운동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은 '운동을 꼭 해야 하나?' 생각도 한다. 첫째 딸이 태어난 후에는 여유 시간이 없어서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든다. 그럼에도 없는 시간을 억지로 만들어서라도 운동을 하려고 하는 이유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육체적 건강 없이 정신력만으로는 삶을 지탱할 수 없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도 내 생각과 비슷한 구절을 발견했다.


활기차게 살자고 마음먹었지만, 몸은 여전히 따라주지 않았다.

정신력 하나로 모든 걸 극복할 만큼 인간의 몸은 단순하지 않다.

-고바야시 히로유키, <죽기 전까지 걷고 싶다면 스쿼트를 하라>, 동양 북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알다시피 삶의 균형은 하고 싶은 일만으로 이룰 수 없다. 하기 싫은 일을 지속해야만,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해야만 교사로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학교에 가서 A를 만나면 운동과 건강에 대한 내 생각을 자세히 이야기해 줘야겠다. 삶에서 깨달은 것을 학생의 눈높이에 맞게 쉽게 전해주는 일도 내가 교사로서 꼭 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전 07화특별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