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마지막

by 홀연

나는 7월 9일부터 9월 5일까지 일하기로 예정되어있었다. 하지만 중간에 생긴 생각 못한 일련의 사건 때문에 나는 8월 31일까지 일하기로 결정 내렸다. 관리자는 좀 더 해줄 수 없느냐며, 최소한 일요일까지라도 해줄 수 없겠냐며 말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나가면 내 자리를 채울 대기자까지 생겼다. 유동성이 많은 것은, 그 대체제를 구하기 쉽다는 뜻도 된다. 그렇기에 나는 왠지 안심되었다. 내가 좀 더 일찍 나가는 것에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이틀을 쉬고 나서 마지막 출근인 8월 31일에 출근을 하자, 기분이 색달랐다. 나는 마지막 날에도 한 시간 일찍 나와 일을 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자,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옷을 입고, 이런 멘트를 하고, 이렇게 응대를 하는 것도 마지막이겠구나. 그동안 번 돈과 더불어 느낀 많은 것들에 나는 감사했다. 그것이면 내 두 달여는 충분히 가치 있었다. 하지만 스물셋의 여름이 아니라 스물의 여름이면 더 좋을 뻔했다. 그랬더라면 덜 부담스럽게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을 텐데. 나는 일을 하면서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빌려놓은 책은 연체가 되어 계속 반납하라는 문자가 날아왔으며, 7월 초에 끊어놓은 2개월짜리 인강은 단 한 번도 보지 않았으며, 휴대폰 데이터는 무제한으로 바꿔 계속 폰을 들여다보았다. 그동안 계획을 짜곤 했지만 그 계획을 짜는 일이 너무 늦어 나는 혼란을 겪었다. 나는 나태해졌고 게을러졌다. 피부는 점점 나빠지고 손목은 가늘어지고 발은 이상한 모양이 되어갔고 피부는 검게 타버렸다. 그래도 나는 내 2개월에 만족했다.

쉬다 와서 그런지, 추석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주말 중에서도 유독 바빴다. 차는 계속해서 밀려들어왔고 주차장으로 가는 줄이 계속해서 줄 서있었다. 마지막임을 감상에 젖을 새도 없이 너무 바빴고 힘들어서 얼른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면서 가장 친해진 J와는 다른 시간에 배정되어 J를 잘 보지 못했으며, 거기다 점심과 저녁 식사마저 맛이 없었다. H는 무엇 때문인지 나한테 삐져서 나를 본체만체하였다. 모든 것이 아쉬운 마지막 날이었다.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 마지막 교대시간이 되었다. 백지로 올라가는데 관리자와 마주쳤다. 내일 뭐해? 내일 약속 있어요. 그러지 말고 내일 하루만 도와줘, 제발! 나는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싫어요!! 하고 내뱉고 도망치듯 올라갔다. 처음 시작했던 백지에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자 기분이 묘해졌다. 그리고 정말 내일 오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한 시간은 길고도 길었다.

그래도 발레 기사님들과도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교대를 온 J와도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언니, 가지 마요. 내일 나와서 나랑 같은 타임에 일해요. 하는 J의 말에 나는 잠시 흔들렸다. 무엇보다 J와 이렇게 헤어지는 것이 아쉬웠다. 나는 내려가는 길에 관리자와 다시 마주쳤다. 관리자가 웃으며 말했다. 하루만, 제발!

십 분여간의 실랑이 끝에 나는 하루 더 나오기로 했다. 나는 나를 필요로 한다는 말에 너무나도 약했다. /1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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