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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LL May 23. 2020

외로워서 쓴 글인데, 그 글 덕에 외롭지 않게 되었다

내가 쓴 글 덕에 내가 위안을 받았다

 지난번에 ‘외로움’에 관한 글을 썼다.


 사실 글을 올리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너무 ‘찌질’해보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치유 받는 것보다, 공개된 곳에 글을 올린 뒤 내가 올린 글을 다시 수십번 읽어보고, 타인의 공감을 얻을 때 진정으로 치유를 받을 때가 많아서 심호흡을 한번 하고 글을 올렸다. (나는 이상하게도 글을 공개된 곳에 올리면 글을 완성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고는 내가 올린 글을 수시 때때로 다시 읽어보며 다시 깨달음을 얻곤 한다.)    


 글을 올리자마자 예전 글 모임 분께 연락이 왔다.

 “글 읽었어요. 언제든 연락하셔도 괜찮아요.”

 그 말이 정말 감사했고, 많은 위안이 되었고, 사실 눈물도 살짝 났다. 정말 즐겁게 글 관련 이야기를 잔뜩 했다.

 그리고 10여 년 만에 고등학생 때 친구에게 연락을 받았다. 친구와 블로그 이웃인 줄 모르고 있었는데, 친구가 말하는 게 왠지 내 글을 읽은 것 같아서 물어봤더니 ‘왜, 민망하냐’는 답이 돌아왔다. 간만에 연락했는데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정말 즐거웠고, 나눌 수 있는 관심사가 풍부해서 좋았고, 유쾌했고, 고마웠다.

 글에 달린 댓글들도 많은 위안이 되었다. 이 감정은 정말 나만 느끼는 게 아니구나, 시간의 흐름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정이구나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글이 다음 메인에 뜨면서 며칠 새 거의 만 명이나 되는 분들이 내 글을 읽었다. 조회수가 급등하면 마음이 두근거리면서 엄청난 무언가를 해낸 느낌이 든다. 종종 내 글을 메인에 걸어주시는 에디터님, 감사합니다. 태교와 자존감 향상에 좋은 영향이 되고 있어요.   

 

 세상은 내 생각보다 따스하다는 것을 다시 느낀다. 평소에도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정말 그 무엇보다 잘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글쓰기 참 잘했다!


 나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연락이 안 되던 친구가 문득 떠오르면 연락을 해볼 예정이다. 친구가 반가워할 수도, 어색해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그 반응에 덜 상처받을 것 같다. 물론 지금 연락하고 있는 소중한 친구들에게도 잘해야겠다. 간만에 연락하거나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더라도 어색함 없이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참 소중한 일이다. 내가 가장 순수했던 학창시절의 나를 알면서 서로의 변화를 아는 친구들이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외로워서 쓴 글인데, 그 글 덕에 외롭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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