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육아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a Sep 27. 2020

1일~3일_출산 후기

 “아 참, 탯줄을 세 줄 감고 있더군요.”

1일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아프다는 생각보다 먼저 떠오른 것은 ‘더 이상 내 안에 아이가 없구나’하는 생각이었다.


*


 나는 아픔을 잘 참는 편이다. 항상 병원에 가면 ‘아픈 걸 잘 참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내진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아픔이었다. 벌써 이렇게 아픈데, 이 몇 배의 아픔을 느껴야 된다고? 정말 무서웠다.

 새벽 5시에 유도분만을 시작했지만, 오전 9시가 되도록 진행이 거의 되지 않았다. 남편과 수다를 떨고, 복도를 걷고, 잠도 자며 시간을 보냈지만 아이는 아직 나올 생각이 없는지, 자궁이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생리 때처럼 살살 배가 아팠지만 이게 진통이구나 싶을 정도로 아픈 것은 느끼지 못했다. 의사는 내일까지 시도해보자고 했고, 나는 제왕절개를 하고 싶다고 했다. 너무 길게 진통을 느끼고 싶지 않기도 했고, 아이의 상태도 걱정이 되었다. 아이는 목에 두 개의 탯줄을 감고 있었다. 초음파 상으로는 태변으로 보이는 것도 관찰되었다.(태변을 먹으면 아이가 위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의사는 조금만 더 지켜보자고 한 뒤 자리를 떠났다. 나는 얼른 수술을 하고 싶었는데 왜 바로 안 해주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시간은 느리고도 빠르게 흘렀다. 한 시간 뒤에 다시 의사가 오더니, 제왕절개를 하자고 했다.

 제왕절개를 위한 과정은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남편은 수술 설명을 듣고, 나는 수술을 위한 처치를 진행했다. 남편과 인사 후에 수술방으로 이동되었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의료진들의 모습에 긴장이 되었다.

 “마취과 의사입니다. 마취 진행합니다. 하나, 둘, ...”

 그리고 모든 기억이 끊겼다.


 아이가 응애, 하며 울고, 남편은 탯줄을 자르고, 갓 태어난 아이는 내 품 속에 안기는, 그런 출산을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전신마취로 수술을 진행했고, 수술 후 하루 동안 아이를 보지도 못했다. 마취에서 깨어난 뒤 엄청난 고통이 따라왔다. 남편이 아이의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아이는 버둥거리면서 울고, 아이를 안은 간호사가 손가락 다섯 개, 발가락 다섯 개가 있다고 알려준다. 아이는 잔뜩 찡그린 채 울고 있다. 그 모습마저 귀엽다.


 “아 참, 탯줄을 세 줄 감고 있더군요.”

 의사의 무덤덤한 말에 깜짝 놀랐다. 왠지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빠르게 수술을 결정했는데,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하루종일 잠에 들었다가, 잠시 깨었다가를 반복했다. 내 수발을 하느라 남편도 참 많이 고생했다.


2일


 아이를 보러 가려면 소변줄을 뺀 뒤 걸을 수 있어야 했다. 아이를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어서 빨리 걸으려 노력했다. 유리창 너머의 아이는 너무나도 작고, 예쁘다. 하품을 하는 아이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내 안에 어떻게 이런 생명체가 있었지? 놀랍다.


3일


 “내일은 아이 안으러 가세요.”

 출산 3일차, 처음으로 아이를 안아볼 수 있게 되었다. 모자동실이 되는 병원이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모자동실이 금지되었고 하루에 5번 있는 수유시간도 3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정해진 시간에 수유실로 내려가 아이의 출생기록이 적힌 카드를 보여주면, 간호사가 확인 후 아이를 건네준다. 처음으로 아이를 가까이서 만났다. 나는 어떻게 아기를 안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이가 부서질 것만 같아서 두렵다.

 “안녕, 엄마야 엄마.”

 곤히 자고 있는 아이를 향해 말해본다.


 인체의 변화란 얼마나 신비한 것인지. 아이가 살짝 내 가슴을 빨았고, 그 후부터 내 가슴에서 초유가 나오기 시작했다. 내 가슴의 용도가 이런 것이었구나 깨닫게 되며, 놀랍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했다.

 3시간에 한 번은 유축을 해줘야 모유가 끊기지 않고 생성된다고 했다. 열심히 유축을 해봐도 아주 작은 양이 나왔다.

 내 몸 상태는 많이 회복되었다. 다른 산모들이 허리를 굽히고 천천히 걸어 다닐 때 나는 허리를 펴고 잘 걸을 수 있었다. 간호사들은 내게 ‘젊어서 회복이 빠르다’고 했다. 내가 젊은 산모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런 반응이 신기했다. 자연분만은 고통이 선불제고, 제왕절개는 고통이 후불제라는 말에 겁이 많이 났는데 딱 하루 극심하게 아팠을 뿐 괜찮았다. 이만하면 출산도 별로 안 힘드네,라는 오만한 생각을 하며 나는 잠에 들었다. 그리고 새벽에 깨어나 펑펑 울었다.


 가슴이 아파서 잠에서 깨었다. 단단해진 가슴이 당황스러웠다. 단단한 가슴을 손으로 주무르면 모유가 나왔다. 아, 이런 것이었구나. 당황스럽고 슬프기도 했다. 눈물이 계속 나왔다. 그리고 그 후부터 수유실에 가는 일과 유축하는 일은 참 힘겨웠다.



* *


정말 많이 아팠던 것 같은데, 지나고보니 기억이 잘 안난다. 나한테는 버틸만한 고통이었을까? 임신, 출산이 별로 힘겹지 않아서(수술을 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다음번 임신때도 이정도의 힘듦이라면 또 임신하고 출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웃기지만, 조리원에서 가끔 둘째는 이름을 뭘로 짓지? 딸은 얼마나 예쁠까? 이런 생각을 했다. 물론 집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육아를 하니 한명만 키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매거진의 이전글 언젠가 오늘이 그리워지는 날이 올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