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아.
남편에게 말하자, 남편은 말했다.
-아니야, 자기는 아이를 좋아해. 오히려 내가 안 좋아하는 것 같아.
분명 우리는 아이를 무척 좋아했는데, 그래서 아이를 가졌는데, 서글프다. 육아는 생각 이상으로 너무 힘들다.
아이가 웃고 있을 때는 정말 아무 문제가 없다.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행복하다. 문제는 아이가 왕 울음을 터트릴 때. 그 울음이 아무리 달래도 멈춰지지 않을 때, 새벽에 시작된 울음이 그쳤다가 다시 울었다가를 한 시간, 두 시간 동안 계속될 때다. 우리는 정말 각오가 되어있던 게 맞을까. 왜 이렇게 힘들고 지치는 걸까.
자주 둘째를 생각한다. 내 인생에 아이는 세 명쯤은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둘째를 갖는 것도 고민이 된다. 둘째를 갖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텐데, 이렇게 또 살아갈 자신이 없다. 아이가 조금만 울고, 방긋방긋 웃으며, 푹 잘 자고, 새벽에 안 깨고, 밥도 잘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정말 아기를 좋아했던 게 맞을까. 미디어의 환상에 속은 걸까. 나의 아기는 왜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고, 가끔은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이 생활이 벅찬 걸까.
그런데 내가 육아하지 않는다면 나의 쓸모가 없어진다는 게 구슬프다. 나는 어떤 쓸모를 타고 난 걸까. 육아하려고만 태어나진 않았을 텐데,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나는 그냥 '육아하고 집안일 하는 사람'이지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버렸다. 나는 무엇일까. 무엇이었을까. 그래도 글을 쓰며 내 존재를 찾는다 생각했는데 요즈음은 글을 쓰는 일도 벅차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