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흔들리는 나는 아직 둘째를 가질 때가 아닌가 보다.
출산 전에는 단 한 번도 외동을 키운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많으면 세 명, 적어도 두 명을 키우리라 생각했다. 아이를 낳고 이름을 확정한 뒤 병원에서부터 둘째 이름을 생각했으니까. 둘째는 이름을 뭐라고 하지? 첫째와 비슷하게 지어야지. 하지만 실전 육아에 돌입하자 달라졌다. 특히 아이가 심하게 우는 새벽이면 혼자 두세 시간 아이를 달래다 내 인생에 둘째는 절대 없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주말부부라 더 힘겨웠다) 하지만 해가 뜨고 아이가 까르르 웃으면, 없는 둘째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아이의 신생아 시절이 그리울 때면 더 그랬다.
어느 날은 남편에게 하나만 잘 키우자고 말했고, 어느 날은 둘째를 갖자고 했다. 맘 카페에 글도 써보고 둘째 엄마들에게 얼마나 힘든지 물어도 봤다. 그래도 쉬이 결론이 나질 않았다. 낳지 말자, 진짜 확정이야, 이렇게 다짐했다가 또 몇 시간 뒤에는 아니야 그래도 낳아야지, 로 바뀌길 수차례였다.
몇 달째 똑같이 둘째 고민을 하던 중, 아는 사람들의 둘째 소식이 하나둘 들려왔다. 부러웠고, 어떻게 둘째를 가질 결심을 했는지 대단했다. 둘째를 낳는다면 두 살 터울로 둘째를 낳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지금 임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두려워졌다. 나는 전혀 준비되어있지 않은데 다시 임신해야 한다니... 나는 고민을 유예하기로 했다. 세 살 터울로 하자. 아이는 내년 3월에 어린이집에 보내고 내년 6월쯤에 임신하자. 그럼 세 살 터울이니까 좋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또 고개가 가로지었다. 지금 이 생활이 편한데 꼭 둘째를 낳아야 할까?
주말부부가 끝나고, 아이가 생후 9개월쯤이 되자 생활이 편해졌다. 이제야 사람답게 사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다시 또 인간답지 않은 생활을 해야 한다고? 엄두가 나질 않았다.
첫째와 다르게 둘째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내게는 '당연히' 있는 존재였던 첫째와는 달리, 둘째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혹시나 미래에 둘째가 있다면 이 생각에 서운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왜 둘째를 고민할까?
1. 키울 수 있을까?
가장 큰 고민은 키울 수 있을지 엄두가 안 난다는 것이다. 신생아 시절보다 아이가 새벽에 두세 시간을 울어대던 사 개월에서 팔 개월이 힘들었던 터라, 만약 다시 아이를 낳는다면 신생아부터 최소 8개월은 힘들 것을 각오하고 낳아야 한다. 거기다 첫째는 첫째대로 자라고,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둘을 키우는 것은 두 배가 아닌 최소 네 배는 힘들다는데, 전혀 각오가 되질 않는다.
2. 난 좋은 엄마가 아닌 것 같아
난 게으르고, 희생하는 걸 싫어한다. 감정 조절이 어렵고, 아이가 더럽히며 먹는 걸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 좋다는 촉감 놀이도 안 해보고 자기 주도 이유식은 꿈도 꿔보질 않았다. 육아서를 보기도 게을리하고, 아기 발달에 맞는 책이나 교구를 사주는 것도 게을리한다. 놀아주는 것도 자주 벅차고 지루하다. 이런 난 좋은 엄마가 아닌 것 같은데, 한 명은 어떻게든 키우겠지만 둘이나 키울 수 있을까.
3. 영원히 경력 단절되는 게 아닐까
아이가 두 명이면 정말 영원히 경력단절이 될 것 같다. 지금은 회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수익을 얻을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둘이면 할 수 있으련지 모르겠다. 정말 여전히 경력단절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사회인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4. 다시 살을 빼야 한다니
임신 중 살이 많이 찌진 않았는데도, 지금까지 살을 빼고 근육량을 늘리기가 너무 어려웠다. 여전히 뱃살은 그득그득하다. 그런데 둘째를 임신하고 낳으면 살이 엄청나게 찌고 뚱뚱해지는 건 아닐까. 다시 살찌고, 스트레스를 받고, 지금 이 상태로까지 살을 뺄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
5. 둘이 원하는 것을 모두 해줄 수 있는 경제력이 될까?
유아기는 어떻게든 키운다고 해도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 교육비가 필요할 때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까? 돈을 이유로 아기가 원하는 진로를 포기하게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이가 예체능을 하고 싶어 해도 지원해 줄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는 정말 사랑일까? 이미 둘째를 낳은 사람들이 부럽다. 많이 고민하고 결론을 얻은 뒤에 둘째를 가졌겠지? 여전히 흔들리는 나는 아직 둘째를 가질 때가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