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님 댁에 다녀왔다. 만삭 때 가고 처음 갔으니 아이가 태어나고 200일이 되도록 못 보시다가 처음 보셨다.
낯선 환경 때문인지 아이가 대성통곡을 하며 울다가, 곧 적응이 되었는지 방긋방긋 웃었다.
30년생 할아버지와 34년생 할머니, 그리고 20년생 아기의 만남.
여러 마음이 퐁퐁 쏟아졌는데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무언가 그리운 것 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마음. 할머니 할아버지가 6살부터 13살까지 나를 키워주셨는데, 어느덧 내가 30대가 되었고 60대였던 조부모님은 90대가 되었다. 내가 어릴 적부터 할머니와 할아버지였던 두 분은 더더욱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셨다. 등이 점점 굽고, 주름이 깊어지고, 검버섯이 피어났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노인 같아서 놀랐는데,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처럼 아기는 점점 살이 오르고 머리가 자라며 어려졌다. 아이는 활발하게 움직이고, 눈빛이 반짝거린다. 할머니의 눈동자는 백내장 때문인지 점점 옅어졌다.
오래도록 건강하세요. 항상 두 분께 이 말을 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오래….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