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해, 나의 아가.
오늘은 아이가 태어난 날. 280여 일, 10개월의 긴 임신 기간을 보냈으면서도 임신 시절이 잘 생각나질 않는다. 그나마 내가 써놓은 글을 읽으면 기억이 난다. 또렷하게 기억나는 장면은 단 두 장면.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듣던 날과 출산 1~2주 전 땡볕을 피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노래를 들으며 걷던 장면이다. 그때는 놀면뭐하니에서 싹쓰리가 인기였던 시절로, 싹쓰리의 노래와 박문치의 MBTI를 무한 반복해서 들었다. 노래에는 그 시절이 담겨있다더니, 노래를 떠올리기만 해도 그때 그 지하주차장으로 돌아간 것 같다. 아이가 무사히 나오는 것만이 목표였던 시절. 마음껏 자고, 마음껏 먹는 것이 미덕이었던 만삭 임산부의 시절. 그 시절을 거쳐 나는 한 아기를 거뜬히 돌보는 아기 엄마가 되었다. 여전히 거울 속의 나는 스무 살쯤의 얼굴과 생긴 건 비슷한데, 느낌은 다르다. 나도 어느새 삼십 대의 얼굴이 되었다. 아이가 한살 한살 자랄수록, 나의 얼굴은 점점 늙어가겠지. 아이가 기억하는 나의 모습은 몇 살의 모습이 될까?
요즘 아이는 박수에 꽂혀있다. 안녕을 해달라고해도 박수를 치고, 악수하자고 해도 박수를 친다. 박수 치는 걸 따라서 치면 좋아서 또 박수를 친다. 자신의 생일에도 박수를 쳐주련지.
생일 축하해, 나의 아가. 너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2019년의 한겨울부터 오늘의 2021년 한여름까지, 한결같이 너를 사랑해. 아니,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 조금만 천천히 자라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