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 사이에서 둘째를 갖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는 건 늘 나였다. 너무 힘든 날이면 남편에게 둘째는 절대 낳지 말자고 했고, 아이가 유독 사랑스러운 날이면 둘째를 낳자고 했다. 그럴 때면 왜 이렇게 흔들리냐며 질책 아닌 질책을 하던 남편이었건만, 남편이 둘째를 낳지 말자고 한 것은 처음이었다.
"난 한번 이야기하면 안 변하는 거 알지? 진짜야."
"그래, 그러자. 누가 정해주니까 오히려 더 낫네."
라고 나는 대답했지만, 사실은 여전히 결론을 못 내리고 있었다. 남편의 둘째 포기 선언이 장난 같이 느껴지기도 했고, 나처럼 또 조금만 지나면 다시 둘째를 가지자고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남편은 달랐다.
"장난감 다 쓴 것 정리는 어떻게 하면 될까??"
"둘째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얼른 정리하고 싶어."
둘째 없음이 확고해 보이는 남편이 야속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 이게 맞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녀는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원하지 않으면 가질 수 없는 거니깐. 내 마음도 안 갖는 쪽이 더 컸으니까.
남편의 둘째 포기 선언 일주일째, 사실 나는 아직도 흔들리고 있었다.
남편에게 왜 둘째 낳기를 포기했는지 물어보았다. 남편의 대답은 이랬다.
첫째. 자신의 육아 방식에 실망해서. 출산 전에 생각했던 자신의 육아 방식과 출산 후의 육아 방식은 너무나도 달라서 자신에게 실망을 많이 했다고 한다. 둘째가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잘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둘째. 내가 너무 흔들리고 확고한 의지가 없어 보이기에 자신이 정해서 밀고 나가야 고민을 안 할 것 같아서. 내가 남편의 둘째 포기 선언을 듣고 난 뒤에도 여전히 둘째 고민이라고 하자 이제는 더는 고민을 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둘째를 낳지 않으면 나중에 꼭 후회할 것 같아. 그런데 낳으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겠지? 낳아서 후회한다면 둘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게 되니깐."
"그렇다고 해도 둘째를 낳고 나서 후회할 수도 있겠지."
우리는 미래에 후회할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누었고,
"부모님이 아쉬워하실 것 같아. 오빠가 잘 쉴드쳐줘."
"쉴드칠게 뭐가 있어. 그냥 안 낳기로 결정했다고 하면 되지."
은근히 둘째 이야기를 하시는 시부모님이 아쉬워하리라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분명 나는 살아가면서 둘째를 낳지 않음을 후회할 것이다. 하지만 둘째를 낳지 않음으로써 얻는 더 많은 기회와 자유를 만끽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우리 부부는 이렇게 둘째를 포기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