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향을 그리워한다. 내게 고향은 태어난 곳이 아니라 내가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다. 15여 년-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초반까지-을 부산 금정구에서 살았는데, 떠나고 와서 금정구가 늘 그리웠다. 온천천의 고즈넉함, 부산대 앞 거리의 활기, 지하철이 아닌 지상철인 지하철까지. 눈을 감고도 활보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거리를 사랑했다.
금정구에서 떠나 정착한 곳은 부산 동구. 이런 지역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잘 모르고 낯선 동네였는데, 그곳에서 졸업하고, 취업하고, 회사에 다니고 운동을 하는 사이 그곳은 내 동네가 되었다. 그렇게 그립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버스를 타고 그 동네를 지나오는 사이 나는 그 동네가 그리웠다는 걸 깨달았다. 부산역이 보이자마자 반가웠고, 2년 전 떠나올 때 한참 건설 중이던 건물이 이제는 누군가의 터전이 되어 집마다 환한 불을 밝히고 있는 걸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살던 건물을 보니 느낌이 이상했고, 내 첫 회사를 보니 그곳에서 일하던 날들과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그리웠다. 버스는 부산역을 거쳐 초량역을 스치고 부산진역을 지나갔다. 동시에 내 20대 후반의 날이 아주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갔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아, 얼마 후면 나는 또 내가 정착한 이곳을 그리워하겠구나. 낯서디 낯선 이곳을. 나중에는 그리워하고 이때의 나와 남편, 아이를 그리워하겠구나.
나는 버스를 타고 떠났던 길을 거슬러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는 볼일을 보는 사이 내내 그리웠던 남편과 아이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움에 후회가 없도록 오늘을 오늘답게 살아야지.
아기가 신생아일때 썼던 글. 나는 힘들때마다 결국에는 이 순간이 그리워 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이렇게 생각하면 덜 힘들어진다.), 이때도 너무 힘들어서 그렇게 생각하며 글을 썼다. 지나고나니 정말로 아이가 신생아일때가 그립다. 몇 없는 동영상을 보며 그리움을 달랜다. 동영상을 많이 찍어둘껄. 요즘 사진을 많이 안찍는데, 다시 열심히 찍어야겠다. 왜냐하면, 결국에는 이 순간이 그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