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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내 편이 아니고 상사 편이다

조직의 생리

by 업의여정

회사에서 상사와 내가 심하게 다투는 일이 벌어진다면 회사는 누구 편을 들어줄까?


정답은, '회사는 상사의 손을 들어준다.'


착각하면 안 된다. 갈등의 원인이 상사에게 있고 잘잘못을 따졌을 때 상사 잘못이 더 크더라도 회사가 부하직원 편에 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왜 그럴까?


회사 입장에서는 직책권한을 더 많이 부여한 상사 편을 들어야 조직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효율적이고 일사불란한 조직 운영을 위해 사규를 만들고 직급, 직책, 보고체계를 정비한다. 이를 토대로 인사권, 예산권, 의사결정권 같은 권한과 책임을 위임한다. 여기서 '회사'란 대표이사일 수도, 경영진일 수도, 또는 인사부서일 수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하려고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조직 유지를 위해서 덜 공정한 선택을 한다. 공정성 일부를 희생하더라도 전체 시스템을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럼 회사가 부하직원 편을 든다면 도대체 어떤 불이익이 생길까?


첫째, 상사는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된다. 공개적으로 상사의 잘못된 행동이 부각되고 사내에 소문이 퍼지면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고 조직 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부서 구성원들은 상사의 과거 잘못까지 들추어낼 수 있다. 부하직원들이 상사에게 항명하고 이런 분위기가 다른 부서로 전파되면 전체 조직관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둘째, 회사의 책임론이 부상할 수 있다. 상사에게 권한을 위임한 주체는 회사다. 부하직원을 두둔하면 "잘못된 사람에게 권한을 줬다."는 질타가 회사로 향한다. 경영진이 자기 얼굴에 스스로 침 뱉는 꼴이다.


셋째, 상사들은 회사 핵심 정보를 다루고 조직 성과를 견인한다. 이들의 반발은 부하직원의 불만보다 훨씬 위험하다. 회사는 어지간하면 상사의 자존심을 건드려 내부 균열을 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조직의 생리


이 현상은 어느 한 회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조직이 스스로 생존하기 위한 의사결정 구조는 일반 회사들 뿐 아니라 정부기관, 비영리단체, 정당, 종교조직, 군대 등 모든 조직이 비슷하다.


따라서 회사가 내 편을 안 들어줬다고 해서 너무 억울해하거나 사표를 던질 필요는 없다. 다른 곳에 가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중요한 건 회사가 속으로는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신이 크게 잘못한 게 아니라는 것을. 조직 전체의 안정을 위해 상사 편을 드는 것뿐이다.


회사는 회사 입장이 있고 나는 나의 자리를 지키면 된다.


현명한 대처법


상사와 갈등하는 상황이라면 상사의 자존심과 역린을 건드리지 말자. 정면충돌보다는 시간을 벌면서 문제점을 드러내는 편이 낫다. 상사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일단 수용하고 따르는 모습을 보이면서, 문제점이 드러날 때 넌지시 다른 대안이나 의견을 제시하는 방법이 있다.


혹시 상사와 첨예하게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가급적 사규와 사내 제도를 활용하여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을 고려해 보자.


이도저도 안 될 때는 시간의 흐름에 맡기는 방법도 있다. 시간이 가면 조직은 바뀐다. 상사가 부서를 옮기거나 내가 이동하거나, 승진으로 판도가 바뀌기도 한다.


직장생활 오래 할 직장인이라면 긴 안목으로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실 회사는 본질적으로 내 편, 네 편을 가르지 않는다. 조직 전체가 한 팀이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명한 직장인이라면 '누구 편, 누구 편' 하는 상황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조직 관점에서도 한 번 생각해 보는 호흡을 가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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