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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초밥왕 만화에서 배운 리더십

미스터 초밥왕이 알려준 진짜 리더십

by 업의여정

「미스터 초밥왕」은 1990년대 후반 한국에 소개되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전 27권짜리 일본 장편만화입니다.


초밥 요리사들의 기술과 경쟁을 소재로, 시골 출신 19세 소년 쇼타가 도쿄에 상경해 초밥 장인이 되기까지 여정을 그린 감동적인 성장드라마죠.


90년대 후반, 제가 한창 팀장으로 바쁘던 시절 일요일마다 동네 만화방에서 빌려 보며 빠져들던 기억이 있습니다. 쇼타의 성공을 향한 집념, 초밥 장인이 되기 위해 완벽을 추구하는 근성, 그리고 그림만 봐도 군침이 도는 초밥들, 고객을 대하는 일본식 서비스 정신에 감탄하며 단숨에 완독 했습니다.


만화 구성은 탄탄했고 초밥에 대한 조사와 연구도 치밀했습니다. 만화가 다이스케 테라사와는 이 작품으로 1996년 일본에서 제20회 강담사 만화상을 수상했고, 우리나라의 호텔업계에서는 필독서로 읽히기도 했습니다.


다시 읽은 미스터 초밥왕, 보이지 않던 리더십이 보이다


그런데 2017년 우연히 전자도서를 검색하다 미스터 초밥왕 27권을 발견하고는 기쁜 마음에 다운로드하여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더군요. 스토리 뒤에 흐르는 리더십의 장면 장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겁니다.


제가 1990년대 후반과 2017년이란 세월 속에서 팀장과 임원을 거치며 조직생활한 것, 그리고 경영학 박사과정을 하면서 리더십 이론을 공부한 것들이 쌓여서 자연스레 만화를 보면서 리더십 이론을 떠올린 것입니다.


리더십의 진수라 할만한 내용들이 있어 메모해 두었습니다. 1990년대 일본 만화 속에 담긴 리더십 진수는 놀랍게도 요즘 리더십 이론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19살 소년 쇼타(주인공)는 홋카이도 오타루시 출신으로, 아버지는 홋카이도 항구 근처에서 작은 초밥집을 운영했다. 실력 있고 성실한 분이고 장사도 잘 되었다. 그런데 홋카이도 시내에서 크게 성공한 사사초밥이라는 대형 초밥집이 인근의 좋은 참치와 횟감들을 독점 구매하고, 분점(체인점)을 내기 시작했다. 쇼타 아버지에게도 초밥집을 분점으로 바꾸라고 제안했고 그는 반대했다.


작지만 전문 초밥집을 고집한 쇼타네 가게에 사사초밥의 횡포가 시작되었다. 사사초밥은 어부와 도매상들이 쇼타네 가게에 좋은 횟감을 팔지 못하게 압력을 넣었다. 단골들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고 쇼타 어머니는 고생 끝에 돌아가시고 아버지도 건강이 악화된다. 몸이 아픈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게는 쇠락한다.


아버지의 초밥 열정과 기술을 보고 자란 쇼타는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가게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도쿄의 오오토리초밥에 수습생으로 들어간다.


오오토리초밥은 대형 초밥집은 아니지만 60년 전통의 명가였다. 5대 사장 오오토리 세이고로의 초밥실력은 도쿄에서 유명했고 제자들에게 엄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그 가게는 홀서빙을 1년 이상 해야 비로소 밥을 짓고, 계란말이 하려면 3년, 초밥 쥐고 카운터에 서려면 5년은 있어야 했다.


그런데 쇼타의 잠재력을 알아본 사장은 쇼타가 1년도 안 된 상태에서 5년 차인 안토와 공개경쟁을 시킨다. 이긴 사람은 6개월 후 열리는 신인 초밥 요리사 경연대회에 출전시키고, 대회에서 입상하면 카운터에 서게 해 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2달 후부터 시험을 치르기로 하고 밥 짓기, 초밥 쥐기, 생선 고르기 등의 예비 테스트를 시킨다.


5년 차 안토는 새까만 후배와 경쟁해서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카운터에 설 수 있다는 희망과 목표로 크게 동기부여 된다. 쇼타는 하루 3~4시간만 자며 일과 후 밥 짓기, 초밥 쥐기, 칼다루기 연습했고 안토는 후배에게 밀릴 수 없다는 자존심으로 독하게 임했다. 쇼타는 주말에 생선 고르는 법을 배우려고 어시장에 나갔다.


두 달 후 사장은 그 둘을 방으로 부른 후 과제를 냈다. 세 종류의 초밥을 일주일에 하나씩 만들게 했다. 첫 번째는 도미, 두 번째는 장어, 세 번째 빛나는 재료였다. 세 달에 걸친 시험을 통해 쇼타와 안토의 실력은 일취월장하게 되고, 최종적으로 쇼타가 안토를 이긴다. 쇼타는 드디어 신인초밥 요리사 경연대회에 나가게 된다.


시험은 과제별로 5가지 세부 평가항목이 있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한 총점으로 우열을 가렸다. 평가점수는 사장이 직접 매겼지만 쇼타와 안토에게 매번 자기 작품과 상대방 작품을 먹어보게 하고, 평가결과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 두 사람은 모두 수긍하고 한 수 배우는 소중한 계기가 된다.


사장은 후배에게 패배하여 상처받은 안토를 전 직원 앞에서 크게 칭찬했다. 이번 경쟁을 통해 놀랍게 실력이 향상되었다고 격려하면서 카운터에 즉시 설 수 있다고 선언한다.





카운터에는 쇼타와 안토의 선배인 10년 차 코마사와 15년 차 오오마사가 있었는데 이들은 이미 도쿄에서 인정받는 요리사들이었다. 쇼타는 반드시 신인 초밥 요리사 경연대회에서 입상하겠다는 일념으로 매일 정진한다. 사장은 쇼타에게 일주일 휴가를 주면서 최고급 쌀 산지에 다녀오고 쌀도 사 오게 한다. 초밥에서 가장 중요한 쌀에 대해 배우게 함으로써 경연대회를 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안토와 쇼타의 경연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오오토리초밥 사장은 안토가 쇼타보다 초밥을 더 잘 만들었지만 안토의 초밥 그릇 안에 작은 물방울이 몇 방울 남아 있어서 이런 상태로는 고객에게 음식을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쇼타는 그릇을 마른행주로 잘 닦았을 뿐 아니라 대나뭇잎 장식까지 닦는 걸 보고 사장은 초밥 장인이 될 재목이라고 판단한다. 장인이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손님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세 번째 과제인 빛나는 재료 편에서는 빛나는 생선인 전어를 가지고 대결했다. 전어는 초절임을 해서 초밥을 해야 한다. 여기서 고객 입장에서는 10분 전에 만든 전어초밥이 가장 맛있다는 점을 간파한 쇼타가 또 이기게 된다. 보통 초밥은 만들어서 즉시 손님에게 내어야 하는 음식이지만 초절임에서는 초밥 온기가 초절임 한 전어살로 들어가고 전어살에서는 식초향이 배어져야 더 맛있어진다.


장면을 바꾸면 이런 내용도 있다.

어느 날 저녁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갈 무렵, 신입 직원이 전화를 받았는데 오늘 8시까지 특상초밥 도시락 50인분을 배달 확인하는 전화였다. 그런데 그 신참 직원 실수로 내일 배달로 적어 놓았고, 알고 보니 오늘 배달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특상초밥은 특별 재료들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제 재고도 없고 50인분이나 만들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직원들이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사장은 바로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누구누구는 인근 일식집을 돌며 1시간 내로 재료들을 빌려와라, 전화는 내가 하겠다, 누구는 도시락 그릇을 준비하고 고참 요리사들은 바로 재료 손질에 들어가라, 도시락이 나오는 즉시 배달은 누가 어느 차로 갈 수 있도록 출동 준비해라” 등 업무분담을 시켰다. 사장도 직접 고참들과 전화통을 돌리면서 결국 8시까지 무사히 50인분을 배달해 낸다.


비상시 경영진의 위기관리 능력과 명확한 지시, 그리고 솔선수범을 잘 보여주는 내용이다.




오오토리초밥의 성공 비결은 단순한 초밥 기술이 아니라 고객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리더십 때문에 가능했다.

가게의 성공과 명성, 그리고 직원들의 끈끈한 연대의식과 소속감은 바로 오오토리 사장과 고참 직원들의 리더십 역량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1) 상사의 직원들에 대해 강점과 약점 파악

2) 내부 경쟁을 통한 직원 성장 유도

3) 직원들의 커리어 관리 및 성장 지원

4) 명확한 목표 설정과 동기부여

5) 공정한 경쟁과 평가, 피드백

6) 인정과 칭찬

7) 고객만족 & 직원 만족

8) 리더의 솔선수범


위 내용들은 하나 같이 리더십 이론과 교재에서 강조되는 핵심내용들입니다.


미스터 초밥왕은 현장 리더십을 흥미진진한 스토리 속에서 잘 보여줍니다. 팀장 이상 리더라면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특히 회와 초밥, 참치를 좋아하신다면 빠져드실 것입니다. 후속 <전국대회> 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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