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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Nov 08. 2021

애쓰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소소하고 평범하게 사는 삶

한국에 다녀온 후

다시 싱가포르에 돌아왔다.


가기 전에 코로나로 인한 절차때문에 많이 고민했었는데 안갔음 어쩔뻔했나 했던 한국행이었다.

외삼촌의 부고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준비해서 갔던 한국행, 코로나 PCR검사를 여러번 해야한다길래 잔뜩 긴장했지만 비록 코가 벌집이 될지언정 감수하고 갔던건 백번 잘한 일이었다. 싱가포르 돌아온 후 공항에서 하는 PCR검사와 전자팔찌도 생략되었다. 7일 자가격리는 해야하지만 그래도 어차피 재택근무라 크게 상관은 없다.


2년만에 방문한 한국에서의 첫 일주일은 장례식으로 인해 정신없이 흘러갔지만 그래도 외삼촌 덕분에 한국에 다시 올수 있어서 감사했다. 장례식을 치르면서 인생의 근본적인 의미에 대해 자꾸만 생각하게 되었다. 행복한 인생이란 무엇인지, 이럴때보면 길지않고 짧은인생인데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중요한건 소소한 일상의 행복에 감사하는게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두번째 일주일은 엄마와 최대한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원래는 화담숲이라는 곳이 유명하다길래 엄마를 모시고 함께 단풍구경을 하고 싶었지만 엄마가 원하는건 근처 동네에 있는 산에서 가을 등산을 하는거라고 하셨다. 마음이 울적하실 엄마를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했던 가을산행은 대단한 관광지가 나이었어도 너무 좋았다.


가을이 한창일 무렵, 한국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동안 보통 늦봄이나 초가을에 방문했는데

늦가을과 겨울로 넘어갈 무렵의 한국의 쌀쌀한 날씨 역시 너무 그리웠다. 엄마가 바쁘신 시간을 틈타서 보고 싶었던 지인들과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도 항상 여전히 그대로인 친구들을 만나면서 그냥 이대로 한국에 다시 오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은 내가 한국에 휴가로 나와있어서 그렇다고 일하면서 생활하면 다르게 느껴질거라고 했지만- 해외에서 너무 오래 살아서 지쳤던건지, 아니면 오랜만에 보는 엄마랑 헤어지기 싫어서 그랬던건지, 이번엔 유난히 생각이 많아졌다.


20대에는 한국에 오면 쇼핑하느라, 친구만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이번엔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도 역시 나쁘지 않았다. 혼자서 가을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거리를 걷기만 하는데도 마냥 좋았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걸까. 평소에 일을 벌이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나였는데 이상하게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행복했다.


서점에 가서 그토록 그립던 한국책을 마음껏 읽기도 하고, 카페에 앉아서 멍때리기도 하고 사람들 구경하는것도 좋았다. 백화점 문화센터로 삼삼오오 유모차를 끌고 가는 내 또래의 엄마들을 바라보면서 나도 한국에 살았다면 이렇게 평범한 삶을 살수 있었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도 평범하지만, 외국에서 사는것 말고 그냥 다 접고 한국에 들어오면 과연 어떤 삶을 살게 될까란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한국에 오는것이 어려워져서 그동안 꾹꾹 눌러두었던 향수병과 쌓였던 그리움이 폭발하는 것 같았다. 어차피 길지도 않은 인생인데 더이상 애써서 아등바등 살기보다는, 그리움을 억지로 참으면서 외국에서 지내는것 보다는 그냥 편하게 내 나라에서 살고 싶단 생각이 깊어졌다. 남편과 아이들을 생각하면 싱가포르에서 살아야겠지만, 그냥 나도 한국에서 소소하고 평범한 삶을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여운이 남았던 방문이었다. 


항상 그래왔지만, 특히 이번에는 한국 방문 후유증이 좀 오래 갈것 같은 느낌이다. 얼른 또다시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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