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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그냥 보내지 않을거라고

폭탄주와 함께한 페어웰 디너

by 커리어 아티스트
떠나기 전에 우리 꼭 코리안 바베큐 가는 거다!

퇴사 소식을 알리고 나서 아쉬워하던 동료들이 나에게 떠나기 전에 꼭 코리안 바베큐에 가자고 신신당부를 했었다. 우리 팀 사람들은 국적이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다들 주량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퇴근 후 맥주타임 할 때마다 맥주를 마치 물 마시듯 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그냥 맥주 대신 한국의 소맥 폭탄주면 물처럼 못 마실걸 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동료들은 한국의 폭탄주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모임이 어려워지고 외식이 어려워서 뜸해졌다가 결국 이렇게 작별을 앞두고 페어웰 디너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가볼 수 있었다.


모임 인원 제한이 5명이었기 때문에 아쉽게도 팀 전체가 함께할 순 없었지만 시간이 되는 친구들 위주로 선별해서 드디어 한국식당에 데려갔다. 나는 고기를 굽느라, 폭탄주를 제조하느라, 한국의 술 게임을 가르쳐(?)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동료 중 몇몇은 요즘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랑 솔로 지옥에 푹 빠져서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한국의 폭탄주를 마셔보더니 완전 자기 스타일이라면서 마음에 쏙 든다고 연거푸 원샷을 한다. (무서운 친구들 같으니...)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의 인기 덕분에 한국의 문화에 호감을 갖고 관심을 갖는 동료들이 많아진 것 같다.


회사를 다니면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이직 결정을 할 때도 쉽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도 이렇게 챙겨주는 동료들이라니, 안 그래도 떠나기가 망설여졌는데 더욱 아쉬워진다. 이제는 동료가 아닌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남겠지만 회사를 떠나더라도 다들 그리울 것 같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조금 더 자주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기도 하다.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결정, 쉽지 않았을 텐데 멋져. 넌 거기서도 잘할 거야.

퇴사하고 나서도 우리 잊어버리면 안 돼"


나의 페어웰 디너에 바쁜 동료들이 시간을 내줘서 참석해주는 게 고마웠기에 오늘 저녁 식사는 내가 대접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이미 계산을 다했다는 동료들-_-; 다음에 다시 보면 그땐 내가 대접하라고 한다. 오랜만에 소맥을 마시다 보니 어지러웠는데 오늘 출근한 동료들은 다들 hangover 없이 쌩쌩했다. 역시 다들 체력이 좋은 것 같다. 단체 사진 찍는 걸 깜빡하고 우리가 마신 소주랑 맥주병 단체 사진만 기록으로 남아있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동료들과의 추억이 사진으로 한 장 남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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