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향이 깊은 커피 한잔
재택근무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사무실이 그리워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향이 깊고 맛이 시지 않고 고소한 커피 한잔이다.
본격적인 아침 업무가 시작되기 전 동료들과 마시는 커피,
자료 준비하는 동안 글을 쓰면서 마시는 커피 한잔이 그립다.
커피야 사실 믹스커피도 있고 카누 커피도 집에 잔뜩 쌓아놓고 있지만
아침 출근길에 단골 커피숍을 들어서자마자 내 주위를 감싸는 깊고 고소한 커피빈 볶는 향을 맡을 때
그리고 밀크 거품이 가득한 진한 향의 커피 한 잔을 들고 바쁜 출근길로 향할 때
비로소 앞으로 시작될 활기찬 하루가 기대되고 설레는 느낌이 든다.
요즘 달고나 커피가 유행이라고 해서 집에서 해 먹어 보았지만,
가끔 한두 번이라면 모를까 계속 먹기엔 너무 달고 질리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400번 이상 저어대는 노동력을 갈아 넣고 나서야
비로소 한잔의 커피를 맛 실수 있는 과정이기에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엔 버거운 듯하다.
물론 카누 커피나 믹스 커피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커피숍에서 느끼던 맛과 향을 느끼기엔 아쉬운 감이 있었다.
그러던 중, 최근에 즐겨보는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나온 네스프레소 머신에 계속 눈이 간다.
블랙커피인데 마치 흑맥주 마냥 풍부한 거품이 가득 한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네스프레소 기계를 하나 이참에 장만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락다운 이후로 네스프레소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아마도 재택 하면서 집 안에서만 있는 답답함을 달래줄수 있는
제대로 된 커피 한잔의 여유가 그리워진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커피머신을 검색하면서 이리저리 알아보니 종류도 많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알고 보니 내 주변에서도 커피머신을 장만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
처음 살때는 비싸더라도 계속 마시는 거면, 카페에서 돈주고 사먹는 것보다
길게 봤을때 저렴하니까, 나쁘지 않은 투자라는 지인들의 이야기에 솔깃해진다.
낮에 재택근무를 할 때나, 새벽에 독서를 할 때나, 점심시간에 글을 쓸 때나
그리고 하루 일과가 끝난 후,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홀로 앉아서 일기를 쓸 때
책상 위에 깊고 부드러운 향이 있는 커피 한잔을 놓아두면 행복하다.
그 향과 분위기에 왠지 일도, 글도, 독서도 더 잘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커피 한잔을 두고 함께 같이 이야기할 친구들, 동료들을 만날 수는 없지만
줌이나 구글 행아웃을 통해 원격화상통화로 만나더라도
나의 곁에 좋은 커피 한잔이 있으면 집안이 아니라 마치 카페에서 만나는 것 같다.
싱가포르는 어제도 3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코로나가 점점 심해지는 분위기라 왠지 재택근무가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 같은데
이런 시기일수록 왠지 나의 소소한 행복을 위해 커피머신을 하나 장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