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로 초대받던 날

모교의 강단에 선다는 것

by 커리어 아티스트

어린 시절 장래희망 중 하나는 "선생님"이었다.


그 꿈을 위해 학창 시절에 교직 이수도 했지만, 대학 졸업 당시 나는 교단에 서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스스로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쌓아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사회생활을 해보다가 훗날 언젠가 준비가 되었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선생님이 되야겠단 다짐을 했다. 직장생활을 한 지 꽤 시간이 흐른 지금, 흥미로운 제안을 받았다.


"저희 대학에서 특별 기획한 시리즈의 강사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한지도 어느덧 5년이 지났다. 그 이후 돌아갈 기회가 없을 줄 알았는데 인생이란 참 예측 불가하게도 모교 캠퍼스에서 초청 강사로 초대를 받게 되었다. 사실 커리어 특강을 했던 적은 몇 번 있었지만, 내가 회사에서 하는 일에 대한 강의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주제로 어떻게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볼 수 있을까란 고민이 되었다. 엄청난 전문성을 갖추고 나서야 이런 자리에 설 수 있을 것 같다는 무게감이 몰려왔다.


얼마 전 패널리스트로 무대 위에 서기 전까지도 비슷한 고민을 했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목소리가 떨릴 것 같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하기로 하고 열심히 준비했던 시간이었다. 준비하는 동안에는 고생했지만 막상 하고 나니 뿌듯함이 몰려왔었다. 그런데 이번 케이스는 약간 더 어렵기도 하고 결이 다른 것 같았다. 몇 시간 강의하고 끝이 아니라 하루 종일 하는 수업 전체를 리드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을 좋아하기에 공부하는 학생의 위치가 익숙한 나였다. 책상에서 일어나서, 누군가를 가르치는 자리를 과연 할 수 있을까, 아직 부족한 것이 아닐까 라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셀프 필터링이 가동되기 시작할 무렵, 내 안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아니면 과연 언제 해볼 수 있을까? 어차피 이 분야는 초기단계라서 시장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그동안 배운 것을 토대로 시도해 봐도 되지 않을까. 엄청난 전문가라는 포지셔닝보다는 한 발자국, 아니 반 발자국이라고 먼저 앞서서 배운 사람으로서 경험 공유는 충분히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불과 몇 개월 전 내가 겪었던 혼란을 떠올려 보니 그때 비해선 지금은 그래도 많이 익숙해진 건 사실이니까. 권위 있는 교수님의 모습은 자신이 없지만, 친절하고 다정한 옆자리 사수의 느낌으로 얼마든지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배우는 학생의 입장에서도 너무 고차원적인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보다는 나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쉽게 가르쳐주셨던 선생님이 훨씬 더 기억에 오래 남았었다.


무엇보다 잘하든 못하든 결국은 해봐야 아는 것이기에 눈 꼭 감고 그냥 일단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안그래도 몰려드는 회사일 와중에 수업 준비를 하려면 신경 쓸 것들이 은근히 많다. 하루 콘텐츠를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지 교안 짜는 것부터 해서 준비할 것들 투성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배우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같은 일을 반복하기보다는 편한 comfort zone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시도를 해볼 때 비로소 발전하는 것이니까. 가을학기 수업이라 다행히 시간이 있으니까 수업하는 날까지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준비를 해봐야겠다. 아마 선생님으로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내가 배워갈 것이 더 많을 것 같다. 막상 수업을 한다고 마음먹고 나니 회사일 하나하나를 처리하는 과정에 정성을 쏟게 된다. 미팅을 가더라도 건성으로 듣기보단 시장의 변화를 토대로 진지하게 분석해보기도 하고,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모든 것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집중하게 된다. 그리웠던 모교의 캠퍼스에서 멋지게 강의를 하게 될 날이 올 때까지 지금의 자리에서 차곡차곡 지식을 쌓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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