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대학원에 꼭 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샐러던트의 삶을 산다는 것

by 커리어 아티스트


직장인이 대학원에 꼭 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 고민은 사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직장인들도 많이 느끼는 고민이다. 그중에서도 교육이나 학업 성취를 중요시하는 문화를 가진 아시안 동료들 (특히 중국과 인도 출신)은 이 질문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것 같다. 예전에 같은 부서에 있던 인도인 동료는 인도에서 학부를 졸업했는데 싱가포르에서 근무하면서 금융 관련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었다. 직장 10년차에 MBA를 다녀온 나의 경험을 늘 흥미롭게 들었던 그녀는 어느날 고민상담을 요청했다. GMAT 고득점을 이미 갖고 있었고, (심지어 수학은 만점을 받았다고 했던 똑똑한 동료였음) 커리어 업그레이드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은데, 학비가 비싸서 고민이 되어 주변의 조언을 구했다가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이 이런 피드백을 주었다고 했다.


거길 뭐하러 가? 실무경험이 더 중요하지


쓸데없는 돈 낭비하지 말라고 하는 조언을 많이 듣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대학원에 대한 열망이 부질없는 미련인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늦은나이(?)에 대학원에 진학한 나의 의견이 궁금하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않게 투자되는 일이라서 선택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했다. 물론 실무경험이 중요하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녀가 말했던 주변의 ROI 피드백은 나 역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반응이었다. 대학원 가기 전에 네가 돈이 많구나, 배가 불렀구나, 요즘에 누가 MBA를 쳐주냐, 현실을 제대로 봐라라는 반응도 들어보았다.


MBA에 가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가라는 고민을 장장 10년간 해왔다. 오래 걸렸던 이유는 나 역시 대학원 가고 싶단 생각이 들 때마다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들에 움츠러들면서 역시 이건 어리석은 걸까, 현명하지 못한 결정인 걸까라고 머뭇거렸기 때문이다. 커리어 업그레이드의 목적으로 선택하기엔 많은 시간과 비용의 투자를 요구하는 일이었기에 정말 어려웠다. 그러다가도 매년 대학원 설명회가 열릴 때면 등록하기 버튼에 나도 모르게 저절로 손이 갔고, 설레는 마음으로 많은 학교들의 브로셔를 잔뜩 받아와서 올해는 꼭 도전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비용, 그리고 여유시간 부족, 게다가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들로 다시 슬그머니 대학원에 대한 꿈을 마음속에 꾹꾹 묻어두고 애써 외면하려고 했다.


그렇게 결심과 포기를 반복해가던 중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에 가기로 마음먹었던 계기는 아이를 출산하고 난 이후였다. 시간적인 여유는 더욱 없어졌고, 점점 나를 잃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더욱 할 기회가 없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 입학은 그냥 하고 싶다고 덜컥 하는 것도 아니었고 시험을 봐야했기에 GMAT이랑 토플을 준비했다. 육아에 회사일을 하면서 공부까지 동시에 하는건 정말 쉬운일이 아니었다. 공부에는 때가 있다던데 왜 이제야 선택해서 이 고생을 하는가란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당시 내가 해야할 것은 또다른 후회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에라도 과감하게 도전하는 행동이었다.


시간을 쪼개서 공부한 끝에 결국 학교 두곳에서 합격증을 받았고, 장학금 대상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말 그대로 십 년 묵은 체증이 사라지는 듯 했다. 나를 알던 친한 친구들은 드디어 한을 풀었구나 라는 말을 전했다. 대학원 진학에 대한 견해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나눠보자면 결과적으로 나는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대학원 진학은 투자이기 이전에, 지적 허영심이고 자기 만족일 수 있지만, 나는 오히려 왜 더 빨리 결정을 못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MBA에서 필수적으로 따지는 ROI 투자 대비 수익률은 사실 경력이 얼마 되지 않았을 때 (2 - 3년 정도) 가는 것이 졸업 후 커리어 연봉 상승 이라던지, 아니면 업종전환의 부분에서 유리한 편인 듯하다.


고민하던 인도 동료에게, 주변의 반응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얘기했다. 어차피 주변 사람들이 나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고 고민해 봤을 때, 내가 정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드는 거라면 일단 도전하는 걸로 결정하는 것이 나중에 후회나 미련이 남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적지 않는 학비의 부담이 있긴 하지만, 어차피 파트타임이니까 돈 벌면서 공부하면 되고, 샐러던트의 삶이 체력적으로 만만치 않긴 하지만,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잠을 줄여서든, 어떻게든 방법은 찾게 되어있다.


돈은 벌면 되지만,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


혹시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에 주춤해서 나처럼 10년까지 걸리진 않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주변사람들은 나의 삶에 "나"만큼 관심은 없다. 그들이 나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고민했던 이유중 큰 부분이었던 학비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비용은 시간을 지체하면 할수록 마치 물가상승률 처럼 점점 더 오른다. 10년 전 알아봤던 것에 비해 현재 학비가 훨씬 더 올라가 있던 것을 보고, 차라리 그냥 그때 했었으면 좀 더 절약할 수 있었는데 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마음 속에 대학원을 가고 싶다는 마음이 남았다면, 일단 시험 준비를 하자. 대학원 졸업 후 결과까지 미리 끌어와서 고민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장 중요한건 당장 "지금 이 순간" 할수 있는 한걸음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면, 주변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귀를 닫고, 오롯이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결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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