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시작되면 한국에 있는 부모님 생각이 유난히 많이 난다. 우리나라에 어버이날이 있는 것처럼 싱가포르에도 어머니날, 아버지 날이 따로 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집 안에서만 보내고 있지만, 예전 이맘 때는 어머니날을 맞아 싱가포르 대형 제과 프랜차이즈인 Bread Talk에서 주최한 어머니날 메이크오버 이벤트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참여했었다. 이 이벤트는 Bread Talk 그룹 내 F&B 사업부에 속한 가게들에서 일하시던 어머니들 중 몇몇을 본사로 초대하는 것이었다. 마치 중요한 본사 트레이닝이 있는 것처럼 초대한 후, 깜짝 이벤트로 메이크업을 해드리고, 비밀리에 어머니들의 가족까지 초대해서 다 함께 어머니날을 축하하는 서프라이즈 파티였다.
싱가포르 Bread Talk 본사로 가는 길-
싱가포르에서 살면서 최대 제과업체인 브레드톡 본사를 방문해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집에서 조금 멀었지만, 그래도 뜻깊은 자리였기에 가는 길 내내 설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제과업체여선지 오피스 내에도 맛있어 보이던 빵들이 먹음직스럽게 디스플레이 되어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이곳에 일하는 직원들은 항상 맛있는 빵들을 무제한으로 먹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부러움이 느껴졌다.
도착하고 나자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따로 미팅룸에서 대기해야 했다. 하루하루 바쁘게 가족들을 위해 일하시는 어머니들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된 서프라이즈라니, 기획의도부터 엄마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마치 우리 엄마를 위해 비밀 깜짝파티를 준비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머니들의 메이크업 장소로는 본사 내 갤러리가 있었는데, 주최하던 측에서 화장대와 vanity거울을 준비하면서 순식간에 메이크업룸이 되었다. 대기하는 동안 다른 메이크업 아티스트들도 저마다 큰 메이크업 트롤리를 가지고 속속 도착했다. 그중 나의 아카데미 동기도 만나게 되어서 반갑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순식간에 메이크업 룸으로 변신한 갤러리
갤러리에 도착한 어머니들은 드레싱 테이블이 놓인 모습을 보고 놀라신 듯하면서도 기뻐하시는 것 같았다.
어머니들은 랜덤으로 배정이 되었고, 나는 toast box 커피숍에서 커피 마스터로 일하시던 어머니를 화장해드렸다. 어머니는 평소에 화장을 거의 안하신다고 하시면서 많이 쑥스러워하셨다. 어머님들의 화장에서 피부 표현이 제일 중요하기에, 주름에 파운데이션이 끼지 않도록 양 조절에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더군다나 내가 맡은 분은 갈매기 모양 눈썹 문신을 하셔서 더욱 하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쉽지 않은 상황을 마주할 때면 어떻게 해야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지만 그럴 때마다 연구하면서 많이 배우는 계기도 된다. 최대한 문신 형태를 컨실러를 사용해서 조금씩 수정하는 식으로 진행했더니 강한 인상이 한결 나아졌다.
이벤트 스케줄상, 한정된 시간으로 인해 서둘러서 메이크업을 마무리해야 해서 아쉬웠다. 완성된 모습에 어색해하시면서도 만족하셨는지 거울에 비친 달라진 모습을 보며 어머님들은 미소를 지으셨다. 그런 어머니께 나는 빠르면서도 부담 없이 인상을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 메이크업 팁들을 말씀드렸다. 어머님은 내가 한국인인걸 아시고선, 재미있게 보셨다는 한국 드라마를 말씀하시면서 한국 배우들은 다들 피부가 너무 고운 것 같다고 하셨다. 화장을 마치고 난 후, 어머님들의 가족 분들이 입장하셨고, 메이크오버로 인해 아름다워진 모습의 어머니들을 보며 가족들도 기뻐했다. 어머니의 날을 기념해서 본사에서는 케이크를 마련해 두었고, 모두들 어머니날을 축하하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 일부로 참여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내가 담당했던 어머님
엄마들은 모두 아름다운 존재이다. 하루하루의 일상을 바쁘게 살아가지만, 그러면서도 항상 가족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전 세계 모든 엄마들의 공통점인 것 같다. 어머니 메이크업을 해드리면서 한국에 있는 친정엄마가 생각났다. 우리 엄마도 내가 예쁘게 메이크업을 해드릴 수 있는데... 올해에는 손녀들을 보고 싶어 하시는 엄마를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깜짝 귀국을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이번 한국 방문이 무산돼서 아쉽다.
그날의 기억을 영상으로 기록한 링크를 이곳에도 남겨본다. 오랜만에 영상을 보니 그날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해서 새삼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내가 담당했던 어머님이 자주 화면에 잡히셔서 담당 아티스트로서 뿌듯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