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보다 더 시급한 것은 '관성'과의 결별이다

EP 05

by 김윤진

직장인 열 명을 만나면 아홉 명은 이렇게 말합니다.

"변화가 필요해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거 알아요."

"새로운 걸 배워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바빠서..."

"딱 이번 프로젝트만 끝내고 진짜 다르게 살아볼 겁니다."

신기한 건, 1년 뒤에 만나도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의지 부족이나 게으름 탓으로 돌리곤 합니다. 하지만 이건 성실함의 문제가 아닙니다. '더 열심히'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관성을 깨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학창 시절 배운 관성의 법칙을 기억하시나요?

"정지해 있는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 하고,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 한다."

이 법칙은 커리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우리가 매일 출근해서 익숙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기차 위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미 '회사원'이라는 궤도 위에서 가속도가 붙은 상태죠.


이 상태에서 멈추거나 방향을 트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것이 에너지 소모가 가장 적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변화를 거부합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보다 익숙한 궤도를 달리는 편안함을 택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변해야지"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면서도, 3년째 같은 방식으로 일하는 진짜 이유입니다.


문제는 내가 탄 기차가 절벽을 향해 가고 있을 때도, 관성 때문에 멈추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AI가 직무를 대체하고, 산업의 지형이 바뀌고 있습니다. 기차는 여전히 달리고 있지만, 선로 자체가 사라지거나 방향이 틀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 상황에서 "하던 대로 한다"는 것은 현상 유지가 아닙니다. 상대적인 후퇴이자 도태입니다.


[자가진단] 나는 '관성'에 갇힌 사람인가?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관성에 갇힌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세요. 10개 중 3개 이상 해당한다면, 당신은 '숙련'된 것이 아니라 이미 '고이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1. 업무 지시를 받을 때 배경(Why)을 묻기보다, 기한만 확인하고 넘어간다.

2. 이전에 썼던 기획안이나 보고서 양식을 날짜만 바꿔서 쓰고 있다.

3. 회의 중 의문이 생겨도 "다 이유가 있겠지"라며 삼킨다.

4. 비효율적인 관행을 발견해도, 굳이 분란을 만들고싶지 않아 모른 척 덮어둔다.

5. 새로운 툴이나 방식이 도입될 때, 호기심보다 "일이 늘었네"라는 짜증이 먼저 든다.

6. "중간만 가자", "오늘도 무사히"가 직장 생활의 가장 큰 목표가 되었다.

7.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봐도 "남의 일"처럼 느껴지고 굳이 찾아보지 않는다.

8. 솔직히 지금 받는 연봉이 내 실제 시장 가치보다 높다고 생각한다.

9. 최근 3개월간 "이게 최선인가?"라고 치열하게 물어본 적이 없다.

10. "나중에 시간 나면 해야지"라고 미뤄둔 공부나 프로젝트가 3개 이상이다.



[처방전] 관성을 깨는 10가지 작은 행동

위에 나에게 해당하는 항목이 있다면, 같은 번호의 행동을 하나만 시도해보세요.

1. 이번 주 업무 하나만 골라서 "이 일이 왜 필요한가요?"를 물어보세요. 질문 하나가 시야를 넓힙니다.

2. 다음 보고서는 구조를 한 가지만 바꿔보세요. 순서를 뒤집거나, 새로운 시각화를 시도하거나. 작은 변형이 사고의 근육을 깨웁니다.

3. 다음 회의에서 한 번만 "혹시 이건 어떤 배경인가요?"라고 말해보세요.
어색해도 괜찮습니다. 침묵보다 질문이 당신을 성장시킵니다.

4. 이번 달 안에 비효율 하나만 짚어서 개선안을 제안해보세요.
논쟁이 아니라 제안입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한마디면 됩니다.

5. 짜증이 드는 순간이 신호입니다. "이걸 익히면 내 시장가치가 올라갈까?"로 질문을 바꿔보세요.

6. 한 달에 한 번,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하나 만들어보세요. 작은 제안서, 개선 아이디어, 뭐든 좋습니다.

7. 하루에 15분만 투자하세요. 업계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출근길에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감각이 달라집니다.

8. 이직할 생각이 없어도 3개월에 한 번은 채용 공고를 살펴보세요. 시장이 원하는 역량과 내 역량의 간극을 아는 것, 그 자체가 경쟁력입니다.

9. 이번 주 금요일, 30분만 시간을 내서 "지난 3개월간 내가 성장한 게 뭐지?"를 적어보세요. 답이 안 나오면, 그게 답입니다.

10. 미뤄둔 것 중 가장 작은 것 하나를 골라, 이번 주에 30분만 시작해보세요.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 목표입니다.


왜 이렇게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노력해야 하는 것일까요? 물리학에서 관성을 깨뜨리는 방법은 단 하나, 외부에서 힘을 가하는 것 뿐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멈추기 힘들다면, 의도적으로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궤도'를 비틀어보는 겁니다. 익숙한 툴 대신 낯선 AI 도구를 업무에 강제로 도입해보거나, 지시 받지 않은 제안서를 써서 상사를 설득해보거나, 업무적 관련이 높지 않은 타 부서 동료에게 점심을 요청해 새로운 자극을 받는 것. 그렇게 내 일상에 '인위적인 마찰'을 일으켜야 합니다. 그 마찰은 뜨겁고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열기가 있어야만 굳어진 관성을 녹이고 방향을 틀 수 있습니다.


"그럼 당장 사표 쓰고 나가라는 말이냐?" 아닙니다.

물리적인 공간을 옮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하는 방식의 이동'입니다. 회사 안에 있어도 매일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은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인 야생에 있는 것이고, 회사 밖 1인 기업가라도 어제와 똑같이 안주하고 있다면 그곳이 곧 온실입니다. 회사를 다니느냐 아니냐가 이 시대에서의 생존을 결정짓지 않습니다. 진짜 위기에 처한 사람은 소속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오늘 자신의 일에 아무런 질문도 던지지 않는 사람입니다.


지금 편안하신가요?

그렇다면 잘 가고 있는 게 아닐 수 있습니다. 익숙한 궤도 위에서 떠밀려 가고 있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무엇보다 나를 지키기 위해. 익숙한 중력을 거스르는 힘이 필요합니다. 오늘, 위의 행동 중 딱 하나만 골라서 해보세요. 그 작은 마찰이 당신의 관성을 깨는 첫 번째 힘이 됩니다.

keyword
이전 04화그건 실력이 아니라 익숙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