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실력이 아니라 익숙함입니다

EP 04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일이 유난히 잘 풀리는 시기가 있습니다. 성과는 뚜렷하고, 주변의 인정도 뒤따릅니다. 회사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내 등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안정감, 그리고 그 안에서 오는 자신감은 직장인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잘 나가는 순간에 우리는 한 번쯤 멈춰 서서 냉정하게 물어봐야 합니다.

"이 성과는, 온전히 나의 실력에서 비롯된 것인가?"


시스템의 힘에 기대어 가는 것과, 시스템을 장악하고 리드하는 것은 겉보기엔 비슷해 보여도 그 본질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 차이는 평온할 때는 보이지 않습니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순간'에야 비로소 진짜 실력의 민낯이 드러납니다.


많은 직장인이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회사 업무에 '익숙해진 것'을 '유능한 것'으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익숙함 :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문법을 잘 알고, 내부 정치 역학은 물론 과거 히스토리를 꿰뚫고 있으며, 사내 시스템을 능숙하게 다루는 것. 이는 회사의 문을 나서는 순간 증발해 버리는 '휘발성 지식'입니다.

유능함 : 낯선 조직, 부족한 자원 속에서도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힘. 이것이 환경이 바뀌어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진짜 실력'입니다.


그렇다면 나의 유능함을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까요?

누구나 회사 생활 중 마주치는 '5가지 결정적 순간'에서의 반응을 보면 명확해집니다.


당신의 '진짜 내공'을 검증하는 5가지 필터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변하고,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이럴 때 진짜 실력자는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을 넘어서는 사람입니다. 다음 다섯 가지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나요?


1. [문제 정의] 가이드가 없는 상황

시스템 의존형 : 리더의 지시나 과거 사례가 없으면 멈춰 섭니다. “어떻게 할까요?”만 반복하며 스스로 방향을 잡지 못합니다.

독립형 전문가 : 백지 위에 밑그림을 그립니다. 문제를 직접 정의하고, 가설을 세워 “이렇게 해보겠습니다”라고 제안합니다.


2. [자원 최적화] 자원이 부족한 상황

시스템 의존형 : “예산이 없어서”, “사람이 없어서”라며 환경 탓을 합니다.

독립형 전문가 : 제약을 창의성의 재료로 씁니다. “예산이 없다면 다른 툴을 써보자”, “인력이 없다면 프로세스를 줄이자”는 식으로 최적의 해법을 찾습니다.


3. [위기 관리] 돌발 변수가 터진 상황

시스템 의존형 : “매뉴얼대로 했는데요”, “제 역할이 아닌데요”라며 책임을 회피합니다.

독립형 전문가 : 일단 불부터 끕니다. 문제를 수습한 뒤, 재발 방지를 위해 시스템을 조정합니다.


4. [갈등 조정] 타 부서와 충돌하는 상황

시스템 의존형 : “협조를 안 해줘요”라며 상사에게 의존하거나, 직급으로 압박합니다.

독립형 전문가 : 논리와 설득으로 승부합니다. 상대의 이익을 이해시키고,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냅니다.


5. [변화 적응] 룰이 바뀌는 상황

시스템 의존형 : “우린 원래 이렇게 해왔는데요?”라며 과거에 머뭅니다.

독립형 전문가 : 변화를 기회로 봅니다. “시장이 변했으니 우리도 변해야지”라며 새로운 도구와 트렌드를 가장 먼저 학습하고 적용합니다.


이 5가지 상황을 읽으면서 "딱 내 얘기네" 하며 뜨끔하셨나요?

혹은 "우리 회사는 맨날 저런 상황인데..." 하며 한숨이 나오셨나요?


역설적이게도, 당신이 마주한 그 답답한 상황들이야말로 진짜 실력을 키울 최고의 기회입니다.

모든 것이 갖춰진 완벽한 회사는 없습니다. 우리는 매일 모호함, 결핍, 위기, 갈등, 변화와 마주합니다. 이때, 도망치거나 불평하는 대신, 이 상황을 '나를 위한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재정의해보는 겁니다.


가이드가 없어 막막할 때 → "내 기획력을 테스트할 기회다."

진상 고객이나 비협조적인 동료를 만났을 때 → "최고 난도의 협상 훈련 코스다."

갑작스러운 사고가 터졌을 때 → "나의 위기 대처 근육을 키울 타이밍이다."


이렇게 마음먹는 순간, 지긋지긋했던 노동의 현장은 나를 성장시키는 '실전 훈련소'로 바뀝니다. 회사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성장을 위해 회사의 문제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누구나 꿈꾸는, 월급 받으며 하는 가장 남는 장사 아닐까요?


"그것이 정녕 당신만의 실력인가요?" 이 질문은 당신을 질책하려던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은 배경 없이도 충분히 빛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회사라는 배경이 없어져도 설명될 수 있는 사람,

시스템이 사라져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은 조직 안에 있어도 종속되지 않고, 당당하고 자유롭게 일합니다.


오늘부터는 회사의 시스템에 편안하게 탑승한 승객이 아니라, 내 커리어라는 자동차를 직접 모는 탁월한 드라이버가 되어보시길 바랍니다. 그때 비로소 모든 경험은, 누구도 뺏어갈 수 없는 당신만의 '진짜 실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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