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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현 팀장 Apr 28. 2021

뇌과학에 입각한 자기소개서 경험정리 전략

무의식 글쓰기에 대하여

* 이 글은 "관점만 잡았을 뿐인데 합격률이 91%가 됐습니다" 라는 전자책의 일부를 소개하는 글입니다.




1. 무의식 글쓰기

2. 휴식하기

3. 다시 쓰기

4. 결론




우리의 욕망과 부합하는 것은 진실해 보인다.
그렇지 않은 모든 것에 우리는 분노한다.
― 앙드레 모루아(André Maurois)


대다수의 취준생들은 일반적으로 엑셀표를 사용해서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기억나는 대로 경험 정리를 합니다. 자신이 지원하는 직무와 관련된 경험들을 엑셀표로 정형화된 카테고리에 맞춰서 분류를 합니다.


하지만 뇌의 메커니즘을 고려했을 때, 이 방법은 어리석은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기억력은 상당히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편협하기 때문입니다. 


신경과학자들은 외부 정보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이나 생각과 일치하거나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선택적 지각(Selectvie Perception)이라는 용어로 부릅니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사실이나 증거들은 배척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당신이 인간인 이상 취업에 도움이 될만한 경험들을 모두 정확하게 떠올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본인이 지원하려는 기업이나 직무를 최근에 정했을 경우 관련된 경험을 떠올리지 못할 가능성은 더 높아집니다.


그렇다면 이 경험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당신이 떠올리지 못하는 경험들은 프로이트의 말처럼 빙산 아래 숨겨져 있는 빙하처럼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습니다1. 그러므로 당신이 정말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경험들을 떠올리기 위해서는, 무의식에 잠들어 있는 기억들까지 꺼낼 수 있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자소서를 쓰기 위해 진행하는 경험 정리는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경험뿐만 아니라 무의식 속에 있는 경험까지 모두 꺼낸 후, 당신에게 가장 와 닿는 생각들과 취업에 도움이 될만한 경험들을 합쳐서 당신만의 고유한 문장들을 뽑아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무의식 글쓰기



무의식 글쓰기란 당신의 무의식에 잠들어 있는 기억들을 써내려는 것을 말합니다. 당신의 안에 꽁꽁 숨어있는 뭔가가 흘러나오도록 아무런 생각 없이 펜의 율동에 따라서 글을 써 내려가는 작업을 말합니다.


무의식 글쓰기는 사실 많은 작가들이 애용하는 방법입니다.


소설가 스티븐 킹(Stephen King)은 당신의 내면에 숨은 '화석'을 발굴해내기 위한 글쓰기2라고 무의식 글쓰기를 표현했으며, 프랑스의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 1914~1996)는 무의식 글쓰기를 무의식 속에서 잠재해 있다가 드러날 기회만 기다리고 있는 '뭔가'를 발견하는 작업3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의식 글쓰기가 거창해 보일 수 있지만, 진행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매일 오전 아침 정확히 같은 시간에 하루 1시간 이상씩 글을 쓰는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소음이 없는 장소에서 휴대폰을 끄고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는 환경에서 손으로 글을 써야 하는 것4입니다.


빈 공책을 펼쳐놓고 의식의 흐름대로 아래 리스트에 나와 있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당신의 인생에서 있었던 일들을 써 내려가면 됩니다.


성장과정(유년시절, 가정교육, 인생의 철학, 지켜온 신념, 특이한 가정사 등)

학창 시절(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교내/교외 활동(동아리, 봉사활동 등), 관심사 등)

대학생활(학과, 학회, 동아리, 프로젝트, Lab 등)

학교 외 활동(어학연수, 워킹홀리데이, 아르바이트, 봉사활동, 자격증, 독서 모임 등)

군대(업무, 직책, 프로젝트 등을 위주로)

인턴(업무, 직책, 프로젝트 등을 위주로)

취미와 특기(개인적인 관심사 위주로)

기타(좌우명, 책, 영화, 음악, 위인, 글귀 등)


중학교 또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가능한 한 당시에 사용했던 어휘들과 감각들을 떠올리며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대로 적으려고 노력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아주 사소하거나 바보 같거나 엉뚱한 내용이 생각나더라도 모두 적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첫사랑에게 한 마디도 못하던 자신의 감정을 적어보고, 축구를 하다가 친구와 다툰 일도 적어보고, 친구와 함께 좋아하는 아이돌 덕질을 하던 기억도 적어봅니다.


무의식 글쓰기를 할 때는 내부의 검열관을 내려놓고 자연스레 떠오르는 말들을 꾸밈없이 기록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당신은 내부에 잠들어 있던 경험들과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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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휴식하기


무의식 글쓰기를 하고 난 다음에는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이번 단계의 포인트는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나 자소서 작성을 위해 경험을 반드시 떠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최대한 몰아내는 것에 있습니다.


여기서 휴식이란 단순히 침대에 누워서 빈둥거리라는 말이 아닙니다. 산책을 하거나 등산이나 헬스와 같은 운동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것을 말합니다. 그냥 평소대로 하던 일을 해도 상관없습니다. 대신 취업에 대한 것은 아니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시간이 날 때 휴대폰에 저장된 오래된 사진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자 자신이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나 학교를 둘러보는 것과 같은 과거와의 연결고리가 있는 행위를 하며 쉬는 것입니다.


이런 시간을 갖는 이유는 뇌의 분산 모드(diffuse mode)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즉, 당신의 경험들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한 뇌가 재충전할 수 있도록 휴식을 줌과 동시에, 뇌의 다양한 영역들을 자극해 줌으로써 더 많은 기억들을 활성화시키고, 당신의 감정과 경험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망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입니다5,6.


당신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당신의 의식 뒤편에서는 무대 뒤에서 다음 신(scene)을 연출하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는 연극배우들처럼, 당신의 뉴런들은 다음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과거에 경험한 사건들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실어 나릅니다.


휴식을 취하며 당신의 뇌는 점점 농익어 갑니다. 이를 건설에 비유하면 콘크리트 타설 후 양생(養生, curing)을 하는 것과 같고, 요리에 비유하면 김치를 발효(醱酵, fermenting) 시키거나 고기를 숙성(熟成, aging) 시키는 작업과 같습니다.




3. 다시 쓰기


느닷없이 떠오르는 생각이 가장 귀중한 것이며, 보관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휴식을 취해줬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오전 아침 같은 시간에 무의식 글쓰기를 진행합니다. 다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키워드에 부합하는 경험들을 적어봅니다.


처음 글을 쓸 때보다는 더 다양한 경험들이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달걀에서 병아리가 태어나듯이 무의식이라는 껍질을 깨고 잊힌 경험들이 당신의 의식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것입니다7.


어쩌면 처음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글을 쓸 때보다 감각적으로 더 예민해졌다거나 당신의 상황에 딱 맞는 경험이 떠오를 듯 말 듯 한 느낌을 받는다면 무의식 글쓰기의 효과가 점점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과정이 쉽지 않음을 인정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념들도 글을 통해 덜어냅니다.




4. 반복하기


무의식 글쓰기 사이클


앞에서 제시한 리스트들을 모두 작성할 때까지, 글을 쓰고 휴식을 취하고 다시 글을 쓰고 다시 휴식을 취합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들을 쓰다 보면 끝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무의식 글쓰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내심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작성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이유로 무의식 글쓰기에 필요한 시간이 최소 2주라고 언급한 것입니다. 2주 이내에 끝냈다면 빠진 것이 없는지 확인해보고, 2주가 넘도록 끝나지 않았다면 조급해하지 말고 무의식 글쓰기를 계속 진행합니다.


자기를 알아가는 일은 힘든 일이지만, 자신이 참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경험을 하며 살았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며 글을 계속 써 내려갑니다.




5. 마무리하기


앞에서 제시한 리스트들에 대한 경험들을 모두 작성했다면, 그리고 더 이상 생각나는 경험들이 없다면, 이제 무의식 글쓰기를 종료합니다.


이제 경험들을 정리할 시간입니다.


경험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에서 알려준 대로 엑셀표로 정리해도 되고, 자기만의 양식을 그려서 정리해도 되고, [커리어너스에서 제공하는 양식]에 정리해도 됩니다.


무의식 글쓰기를 통해 완성한 글들을 하나씩 훑어보며 천천히 경험들을 정리해 나갑니다.




6. 결론


지금까지 자소서를 쓰기 전에 해야 할 경험 정리를 하는 방법을 살펴봤습니다.


당신은 살아가면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자소서를 쓰기 어려운 이유]라는 칼럼에서 말한 대로, 자신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 없이 공부만 열심히 하면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취업은 당신을 판매하는 일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당신에 대해서 연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상품이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모르는 영업 사원이 고객에게 물건을 팔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자소서를 작성하는 과정은 단순히 서류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일이 아니라, 철저하게 당신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짧지만 소중한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이 글에서 제시한 무의식 글쓰기를 통해 천천히 시간을 두고 자신의 경험들을 고민하다 보면, 어느덧 자신의 진정한 자아와 조금 더 가까워졌음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p.s. 무의식 글쓰기는 수천만 원의 연봉이 걸려있는 중대한 문제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입니다.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자격증을 준비하며 수십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무의식 글쓰기를 하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취업에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References and Notes:

1. Simon Boag (2017). Conscious, Preconscious, and Unconscious.

2. Stephen King (2000). On Writing: A Memoir of the Craft, "I believed stories are found things, like fossils in the ground", p.156

3. Mason Currey (2019). Daily Rituals: Women at Work, "Writing meant uncovering something that, she felt, already existed inside her unconscious, whole, waiting to be revealed." p.157.

4. 손으로 글을 쓰는 행위는 망상 활성계(RAS, Reticular Activation System)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주의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킵니다. 즉, 무의식 영역에 잠들어 있는 기억들을 깨울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손으로 쓰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키보드를 통해서라도 쓰는 것이 좋습니다. Karin H. James (2012)Karin H. James and Laura Engelhardt (2013).

5. Malaak N. Moussa (2012). Consistency of network modules in resting-state fMRI connectome data.

6. Benjamin, A. S., & Tullis, J. (2010). What makes distributed practice effective?

7. 기억해 내지 못하던 경험들을 기억하기 위해 애쓰다가 휴식을 취한 뒤에 느닷없이 기억이 툭 튀어 오르는 현상을 인지심리학에서는 부화 효과(incubation effect)라고 부릅니다. Steven M. Smith and Steven E. Blankenship (2013).



출처: 커리어너스 블로그




https://blog.naver.com/careerners/222526246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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