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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왜 친구를 때리면 안 돼요?

육아전담경찰관의 올바른 사회규범 이야기

by 연옥



친구를 톡 하고 때리면,
친구는 몸도 다치고 마음도 속상해져.
그 모습을 보는 너도 마음이 찌릿,
기분이 좋지 않을 거야.





노란 개나리가 아파트 담장을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가볍게 흔들리는 꽃잎들이 봄바람에 일제히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를 건넸다. 놀이터는 이미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여기저기서 불어 올린 비눗방울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하늘 위로 흩어졌고, 아이들은 그 뒤를 쫓으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사랑하는 두 딸은 가방을 내팽개치고 곧장 그네 쪽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그네는 두 자리 중 하나만 비어 있다. 잠시 멈칫한 딸들의 눈빛이 스치며 신호탄이 터졌다.


다온: 내가 먼저 탈 거야!

새봄: 아니야, 내가 먼저 왔어!


다온이가 먼저 그네에 손을 얹었고, 새봄이는 자기 발이 더 빨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말싸움은 순식간에 몸싸움으로 번졌고 작은 손바닥으로 서로를 밀쳐댔다. 그리고 그네의 줄을 놓친 순간,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아이가 비어 있던 그네를 재빠르게 차지했다. 두 딸은 동시에 그네를 바라보다가 싸움으로 달아오른 감정과 아무도 타지 못하게 된 현실이 뒤엉켜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둘을 벤치로 불렀다.


아빠: 얘들아, 울지 말고 아빠랑 잠깐 얘기 좀 해 보자.

새봄: 억울해! 내가 먼저 달려왔는데 얘가 막고 나 때렸어!

다온: 아니야! 내가 먼저 잡았는데 언니가 밀고 소리 지르고 그랬잖아!

아빠: 몸을 밀치거나 때리면 다른 사람이 다치게 돼. 언니나 동생이 다쳤으면 좋겠어?

다온: 아니! 그래도 언니가 먼저 때렸단 말이야!

새봄: 나도 얘가 밀어서 넘어질 뻔했단 말이야!


아빠: 얘들아, 우리 잠깐 숨 고르고 얘기해보자. 지금은 마음이 많이 화가 나 있으니까 조금씩 진정한 다음에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새봄이는 여기 벤치에 잠시 앉아 있어줄래? 아빠가 먼저 다온이랑 이야기해볼게.

새봄: (잠시 망설이다가) ... 알겠어.


나는 다온이를 데리고 옆 벤치에 앉았다.

아빠: 다온아 화 많이 났어?
다온: (훌쩍이며) 언니가 먼저 소리 질렀잖아. 그래서 민 거야.
아빠: 많이 속상했구나.
다온: 응.
아빠: 이제 좀 괜찮아? 아빠랑 얘기할 수 있겠어?
다온: 응.

아빠: 다온이 저번에 놀이터에서 넘어졌던 거 기억나?
다온: 응. 너무 아파서 집으로 갔잖아.
아빠: 맞아. 몸이 다치면 상처도 생기고 많이 아프지. 그런데 만약 다온이가 누군가를 밀어서 그 아이가 다치면 어떨까?
다온: 아플 거야.
아빠: 그렇지? 언니도 다온이한테 맞으면 아프고 속상할 거야. 그래서 화가 나더라도 손으로 밀거나 때리면 안 되는 거야.
다온: 응.

아빠: 다온이가 이렇게 이해해줘서 아빠가 고마워.


다온이의 눈물이 조금 가라앉은 걸 확인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새봄이가 앉아 있는 벤치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빠: 새봄아 아빠랑 얘기할 수 있겠어?

새봄: 응.

아빠: 벤치에 앉아서 무슨 기분이 들었어?

새봄: 아까는 화가 좀 났는데 지금은 좀 미안해.

아빠: 맞아. 새봄이는 정말 멋진 언니구나. 동생을 때리면 그때는 기분이 조금 풀릴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미안한 마음이 커져서 오히려 새봄이 마음이 아프게 할거야.

새봄: 정말?

아빠: 응, 지금 새봄이가 미안한 감정이 드는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몸에 난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금방 없어지지만 마음에 생긴 상처는 오래 지나도 잘 안 없어져.

새봄: 그럼 어떻게 해야 돼?

아빠: 아빠도 가끔 엄마한테 미안한 일을 하면 "미안해"라고 말하기도 해. 그래서 새봄이도 지금처럼 미안한 마음이 들 때는 용기 내서 "미안해"라고 말하는 게 가장 좋아. 그러면 동생 마음에 난 상처도 조금씩 사라지고, 새봄이 마음도 훨씬 가벼워질 거야.


다온이에게 새봄이와 앉아있는 벤치로 손짓했다.

아빠: 화가 나는 건 잘못이 아니야. 누구든 화날 수는 있어.

다온: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럼 화내도 되는 거야?

아빠: 응, 화가 나는 건 당연한 거야. 다만 그걸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해. 화날 때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는 대신에 '싫어. 하지마.'라고 말하거나 '나 먼저 타고 싶어'라고 말했으면 어땠을까?

다온: 그럼 언니가 안 비켜준단 말이야!

아빠: 그럴 수 있어. 그래도 말로 하면 누가 먼저 탈지 같이 정할 수 있잖아.

새봄: 그럼 나도 가위바위보 했을 거야.

아빠: 맞아. 어른들도 화가 나면 결국 대화로 풀기도 해. 그렇게 말로 싸움도 멈추게 하고, 화해도 할 수 있는 거야.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지더니, 새봄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새봄: 근데 아빠, 싸우면 경찰이 다 잡아가?

아빠: ... 크게 싸우거나 남을 다치게 하면 그땐 경찰이 오기도 해.

다온: (다급하게 손을 들며) 그럼 언니만 잡아가면 안 돼? 난 안 때렸는데?

새봄: 거짓말! 너 밀었잖아!

결국 나는 다시 중재자 모드로 돌입해야 했다.


다온: 아빠, 그럼 책에도 싸우면 안 된다고 쓰여 있어?

아빠: 그럼, 사람들은 서로 사이좋게 지내자고 약속한 책이 있어. 그 책을 '법'이라고 불러. 그럼 우리도 법에 있는 약속처럼 서로 싸우지 말고 화해 해볼까?

다온: 미안..해! 잘못했..어!

새봄: 미안해. 앞으로는 너 먼저 태워줄게.


두 딸은 언제 싸웠냐는 듯 다시 빈 그네를 향해 웃으며 달려갔다. 그리고는 동시에 나를 보며 말했다.

새봄, 다온: 그럼 아빠는 밀어주는 사람!

아빠: (더 앉아 있고 싶었는데...)

새봄: 아빠, 더 높이! 더 높이!

새봄이 덕분에 오늘은 헬스장 안 가도 되겠다.

두 딸의 까르르 웃음소리에 결국 나까지 웃고 말았다.






형법은 누군가를 때리거나 밀치는 행위를 폭행으로 규정합니다.


형법 제260조 제1항(폭행)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여기서 말하는 폭행은 반드시 큰 상처가 남아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닙니다. 손으로 밀치거나 때릴 듯 팔을 들어 올리는 등 상대방의 신체에 힘을 가하려는 모든 행위가 폭행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처벌 규정이 아니라 모두가 안전하게 지내기 위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또한 폭행은 맞은 사람에게는 고통과 상처를 남기지만 때린 사람 역시 법 앞에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순간의 분노가 결국 무거운 대가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부모가 아이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단순히 "때리는 건 나빠"라는 훈계보다 때리는 행동이 서로의 몸과 마음을 다치게 하고 가족과 친구 사이의 관계까지 멀어지게 만든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 나아가 이를 실제 생활 속에서 실천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화가 날 때는 먼저 심호흡하기, 친구가 싫은 행동을 했을 땐 "싫어"라고 말로 표현하기, 놀다 보면 다툴 수 있다는 사실 알려주기, 1분 동안 쉬기를 통해 감정을 가라앉히기 같은 연습이 도움이 됩니다.


이런 작은 실천을 반복하다 보면 아이는 폭력을 쓰지 않고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고 이는 결국 사회 규칙을 지키면서 스스로를 지킬 힘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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