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전담경찰관의 올바른 사회규범 이야기
거짓말을 하면
친구의 마음은 진짜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되고
조금씩 네 말을 믿지 못하게 돼.
그 거짓말은 점점 더 불어나서 네 마음도
쿵쾅쿵쾅 불안해지고 무거워질 거야.
※ 이 글에서 나오는 새봄이와 다온이는 저희 아이들의 실제 이름과 관련 있는 이름입니다. 이름에 담긴 봄빛과 좋은 기운이 오는 것처럼, 두 아이의 이야기가 독자에게 따뜻하고 유익하게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화단에는 연둣빛 새싹들이 막 고개를 내밀고, 낮 동안 포근했던 봄 햇살이 아직도 창틀에 남아 집 안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다. 저녁 식탁 위로 된장국 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 여섯 살 새봄이는 포크로 백김치를 살짝 옆으로 밀어두고, 다섯 살 다온이는 밥알을 여기저기 흘리면서도 "맛있다!"를 연발했다. 그 모습을 보니 하루의 피로가 스르르 풀렸다. 가족이 함께 앉아 밥을 먹는 이 순간, 집 안은 따뜻한 웃음으로 가득 찼다.
새봄: 아빠, 왜 거짓말하면 안 돼?
숟가락을 들던 내 손이 잠시 허공에 멈췄다. 다온이는 '무슨 이야기지?' 하는 눈빛으로 언니를 바라봤다.
다온: 언니가 내 젤리 먹고 안 먹었다고 했어!
새봄: 아니야! 내 건 줄 알고 먹은 거야!
순식간에 저녁상은 작은 법정이 되어버렸다.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아빠: 좋아, 오늘은 아빠가 심판이 되어줄게. 주제는... 거짓말을 하면 왜 안 되는가!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아빠: 첫째, 거짓말은 다른 사람 마음을 헷갈리게 해. 만약에 아빠가 "내일 놀이공원 가자"고 하면 어때?
새봄: 좋아! 너무 신나!
아빠: 그렇지? 그런데 막상 내일이 됐는데 아빠가 "놀이공원 약속한 적 없는데?"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다온: 아빠 나빠! 거짓말쟁이야!
아빠: 맞아. 처음에는 "내가 잘못 들었나?" 하고 헷갈릴 거야. 그런데 아빠가 거짓말했다는 걸 알게 되면 속상하고 화가 나지. 그러면 다음부터는 아빠 약속을 믿지 못하게 되는 거야.
다온: 그럼 난 아빠랑 약속 안 할 거야!
아빠: 알았어, 알았어! 아빠 이제 거짓말 안 할게.
다온이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아빠: 둘째, 거짓말은 점점 커져. 예를 들어 보자. 아빠가 먹으려던 아이스크림을 새봄이가 먹고 나서 안 먹었다고 하면?
새봄: 음... 아빠가 '누가 먹었어?' 하고 물어보겠지.
아빠: 그렇지. 그럼 뭐라고 대답할까?
새봄: ... 다온이가 먹었다고 할지도 몰라.
다온: 나 안 먹었어! 언니 미워!
아빠: 다온이가 안 먹은 거 잘 알지. 아빠랑 언니는 예를 들어서 말한 거야.
다온이가 숟가락을 툭 내려놓으며 입을 삐죽거렸다.
아빠: 한 번 거짓말을 하면 또 다른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게 눈덩이처럼 점점 불어나게 돼.
새봄: 계속 거짓말 하는 건 싫어.
새봄이의 입꼬리가 아래로 내려갔다.
아빠: 셋째, 거짓말은 결국 들키게 돼. 주방에 물이 엎질러져 있는데 "나 안 했어"라고 말해도 옷이 젖어 있으니까 금방 알 수 있지.
새봄: 맞아! 내가 방귀 안 뀌었다고 했는데 냄새가 지독해서 바로 들켰잖아!
두 아이는 깔깔대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빠: 마지막으로, 거짓말을 하면 마음이 콕콕 아픈데 사실대로 말하면 마음이 아프지 않아.
다온: 콕콕 아파?
아빠: 응, 만약에 다온이가 장난감을 망가뜨렸는데 "나 아니야"라고 하면 마음이 어떨까?
다온: 내가 안 망가뜨렸는데?
새봄: 아유 참, 아빠가 설명 하시는 거잖아. 마음이 아플 것 같아.
아빠: 그렇지. 그래서 웃음이 안 나오지. 근데 "내가 망가뜨렸어"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아빠가 같이 고쳐줄 수 있으니까 마음이 편해지고 웃을 수 있는 거야.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다온이가 물었다.
다온: 그럼 아빠는 거짓말 안 해?
나는 순간 뜨끔했다. 오늘 낮에 몰래 과자를 먹고 모른 척한 게 떠올랐다.
아빠: 음... 아빠도 가끔 거짓말할 때가 있어. 그래서 아빠도 연습 중이야. 솔직하게 말하는 게 훨씬 멋지다는 걸 알았거든.
새봄: 그럼 우리도 같이 연습해!
다온: 좋아!
그날 우리는 "진실 게임"을 시작했다.
다온: 언니야, 네가 내 세이펜 가져갔지?
새봄: 응... 사실 내가 갖고 놀았어.
다온: 아빠, 낮에 과자 먹었지?
아빠: (뜨끔) 맞아... 하나 먹었어.
아이들은 깔깔 웃으며 박수를 쳤다.
밤이 되어 아이들이 이불 속에서 속삭였다.
새봄: 아빠, 내일 놀이터 갈 거지?
아빠: 비 안 오면 꼭 가자.
다온: (훈계하듯) 거짓말은 안 돼요오.
아빠: 그래 약속!
아이들은 안심한 듯 웃으며 잠이 들었다.
형법에서는 단순한 거짓말을 처벌하지는 않지만, 속여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법정에서 진실을 숨기는 거짓말은 중대한 범죄로 다뤄집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사기)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처럼 사기죄가 무겁게 취급되는 이유는 단순히 "거짓말은 나쁘다."는 차원을 넘어 진실이 무너지면 사회 질서와 신뢰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정직함은 인간관계와 사회 규범의 최소 단위입니다.
아이들에게는 "거짓말은 결국 드러나고,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는 구체적인 경험으로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와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사실대로 말하기, 군것질을 했으면 몰래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장난감을 실수로 부쉈을 때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하기, 학교에서 잘못한 일이 있으면 담임선생님이나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바로 이야기하기 같은 작은 실천이 바로 정직을 훈련하는 방법이 됩니다.
이렇게 실천이 이어질 때 부모가 해줄 보상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서적인 인정과 신뢰여야 합니다. 아이가 군것질한 사실을 솔직히 말했다면 "말해줘서 고마워, 네가 사실대로 말해줘서 아빠는 네가 더 믿음직스러워"라는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또 때로는 작은 특권을 주는 방식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정직하게 말해줬으니 이번 주 간식은 네가 직접 고를 수 있어"라고 하거나 "네가 솔직했으니까 아빠가 내일은 먼저 놀이터 갈 수 있도록 허락해줄게"와 같이 신뢰의 보상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부모가 이렇게 반응해줄 때 아이는 정직을 단순히 '혼나지 않기 위해 선택하는 행동'이 아니라 신뢰와 자유를 얻는 길로 체득하게 됩니다. 가정에서부터 거짓말을 줄이는 연습은 결국 아이가 사회 속에서 책임감 있고 신뢰받는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첫걸음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