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전담경찰관의 올바른 사회규범 이야기
친구 물건을 몰래 가져가면
친구 마음이 깜짝 놀라서 눈물이 날지도 몰라.
왜냐하면 그 물건은
친구한테 아주 소중한 보물이니까.
창밖으로 흩날리는 벚꽃잎이 봄바람을 타고 춤을 춘다. 다온이는 토끼 스티커가 붙은 세이펜을 펜꽂이에 꽂아두고 블록을 맞추고 있다. 새봄이는 옆에서 조용히 책을 넘기더니, 반짝이는 눈으로 다온이의 세이펜을 집어 들었다. 봄만 되면 집 안 가득 울려 퍼지는 다온이의 애착 동요 '벚꽃팝콘'이 세이펜에서 흘러나온다.
"아기 봉오리가 옥수수 기둥처럼~ 삐죽삐죽 솟아 나더니~ 펑퍼벙펑!"
다온이는 두 눈을 반짝이며 어깨를 씰룩거리고, 발끝을 까딱거리며 장단을 맞췄다. 양손으로는 마치 팝콘이 터지듯 껑충껑충 뛰어오르며 작은 공연을 펼치듯 흥겨워한다. 그러나 시선이 펜꽂이에 닿는 순간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버렸다. 동요의 근원지가 다름 아닌 언니의 손에 쥐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온: 아빠! 언니가 내 세이펜 가져갔어. 말도 없이 가져갔어!
새봄: 잠깐만 쓰려고 한 거야. 돌려주려고 했단 말이야.
오늘도 어김없이 사소한 다툼이 시작되었다.
아빠: 둘 다 여기 앉아볼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천천히 말해 보자.
다온이는 작은 손으로 펜꽂이를 가리켰다.
다온: 여기가 내 세이펜 자리인데, 세이펜이 없어서 깜짝 놀랐어.
새봄: 내 세이펜은 배터리가 다 떨어졌잖아. 그래서 잠깐 쓴 거야. 나쁜 마음은 아니었어.
아빠: 새봄이가 책을 읽고 싶었구나. 그런데 다른 사람 물건을 쓰고 싶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새봄: 물어봐야 돼.
아빠: 맞아. 그럼 왜 물어봐야 하는지도 알아?
새봄: ...
아빠: 그럼 우리 같이 생각해 볼까? 오늘은 아빠가 선생님!
다온: 아닌데?
장난기 가득한 다온이의 말에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대화를 이어갔다.
아빠: 첫번째, 물건에는 다 주인이 있어. 내 거, 네 거, 친구 거.
새봄: 맞아. 알파카 인형은 내 거야.
아빠: 그렇지. 다온이 고슴도치 인형은?
다온: (걸쭉한 목소리로) 내 이름은 고솜이에요~ 고솜!
아빠: 하하, 맞아. 이렇게 "내 거, 네 거"가 있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해.
아빠: 새봄이 알파카 인형 없어졌을 때 기억나?
새봄: 응.
아빠: 그때 기분이 어땠어?
새봄: 어디 갔는지 몰라서 막 찾으러 다녔지. 눈물이 찔끔 났어.
다온: 하하하. 언니 그래서 울었잖아. 울보인 줄 알았잖아!
새봄: (손을 휘저으며) 야아아!
아빠: 봐봐, 내 물건이 없어지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눈물도 나잖아. 친구들도 똑같아. 그래서 친구 물건을 허락 없이 가져가면 안 되는 거야.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둘째, 몰래 가져가면 새봄이를 믿는 사람들의 마음이 줄어들어. 그럼 다음에 다른 걸 빌려 달라고 하면 빌려 줄까?
새봄: 아니. 안 빌려줄 것 같아. 힝, 그럼 친구들이 나랑 같이 놀기 싫어하겠다.
아빠: 새봄이는 마음이 고운 아이라서, 다음에는 분명히 '빌려줄래?'라고 말할 수 있을 거야. 그러면 친구들이 새봄이를 더 아끼고 좋아하게 될 거야.
새봄: 정말?
아빠: 정말이지!
아빠: 셋째, 우리 가족은 한 팀이야. 팀끼리는 서로의 물건을 지켜줘야 해. 한 사람이 몰래 쓰면 팀이 단단해지지가 않아.
다온: 단단해지지가 않아?
아빠: 응. 팀은 젠가랑 비슷해. 한 명이 마음대로 블록을 가져가면 탑이 금방 무너지잖아. 그러니까 서로가 블록을 지켜줘야 우리 팀이 단단해지는 거야.
다온: 그럼 다른 팀 거는 가져가도 돼?
아빠: 아니야. 다른 팀 물건도 함부로 가져가면 안 돼. 너희들 혹시 축구 해봤니?
새봄: 응! 다른 친구들이랑 시합도 했어.
아빠: 축구할 때 우리 팀만 규칙을 지키고 상대 팀은 안 지키면 어떻게 될까?
다온: 재밌겠는데?
아빠: 하하... 경기가 엉망이 되겠지. 그래서 모든 팀이 서로 약속을 지켜야 다 같이 즐겁게 놀 수 있는 거야.
새봄: 아 그러니까 모든 사람이 약속을 지켜야 되는 거구나!
아빠: 맞아! 새봄이 똑똑한 걸? 그렇게 약속을 지켜서 모든 사람들의 물건들을 지켜주는 거야. 그럼 이 지구도 튼튼해지겠지?
새봄: (무언가를 결심한 듯) 다온아! 급해서 그냥 네꺼 세이펜 가져갔어. 미안해.
다온: 다음부턴 먼저 말해야 된다. 그럼 빌려줄게!
아빠: 그럼 이번엔 우리 집 빌리기 규칙을 만들어 볼까? 스케치북 가져와 볼래?
새봄, 다온: 응!
아빠: (스케치북에 써내려 가며)
첫째, 물어보기. "나 이거 써도 돼?" 하고 물어보기.
둘째, 약속하기. 언제까지 쓰고 어디에 둘지 약속하기.
셋째, 돌려놓기. 빌렸던 자리 그대로 돌려놓기.
넷째, 고맙다고 말하기.
다온: 아빠, 다시 말해봐.
아빠: 첫째, 물어보기. 둘째, 약속하기. 셋째, 돌려놓기. 넷째, 고맙다고 말하기.
다온: 다시.
아빠: 첫째, 물어보기. 둘째, 약속하기....
다온: 다시.
네 번을 똑같이 말하자 다온이가 만족했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온: 지금 연습하자!
새봄: 그래!
새봄: 다온아, 네 거 세이펜 잠깐만 써도 돼? 책 두 개만 보고 바로 돌려줄게.
다온: 응. 다 쓰면 내 필통에 다시 놔야 해.
이야기가 끝나자 새봄이는 손수건으로 펜을 닦아 펜꽂이에 꽂아놓았다.
새봄: 고마워, 다온아. 정말 재미있었어.
다온: 응. 다음엔 내 카메라도 빌려줄게.
다온: 그런데 아빠, 어제 내 분홍색 이불 가져가서 소파에서 낮잠 잤지?
새봄: 맞아! 이불에서 과자 부스러기도 나왔어. 증거 발견!
아빠: (악당의 표정을 지으며) 읔... 꼬마탐정단이 출동하셨군. 그래. 아빠가 범인이다!
다온: 으아악! 아빠 감옥에 보내자!
새봄: 감옥에서 이불 빨아와 아빠!
아빠: 하.. 항소.. 할 수는 없겠지?
새봄: 항소가 뭐야! 황소지!
우리 셋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세이펜에서 벚꽃팝콘이 다시 흘러나왔다. 아이들은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췄다. 그렇게 우리 집에는 다른 사람의 물건을 말없이 가져가는 대신 "먼저 물어보기"라는 작은 규칙이 생겼다. 작은 약속 하나가 아이들을 더 단단하고 올바르게 만들고 있었다.
아이들이 "남의 물건을 가져가면 안 된다"는 약속을 배우는 것은 단순한 예절교육이 아닙니다. 먼저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모든 물건에는 주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내 인형은 내 마음대로 쓸 수 있고, 친구 장난감은 친구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내 것'과 '네 것'을 구분하는 게 기본입니다. 이 원칙은 가정에서의 작은 규칙을 넘어 실제 형법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형법 제329조 (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서 '절취'란 몰래 가져가는 것을 뜻하고, '타인의 재물'이란 주인이 있는 물건을 말합니다. 즉, 남의 물건을 허락 없이 가져오는 순간 법적으로 절도가 되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작은 물건 하나라도 주인에게는 소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법은 물건 자체의 가치뿐 아니라 그것을 지키려는 사람의 마음과 권리까지 보호하고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단순히 "가져가면 안 돼"라고 말하기보다 "네 물건을 누가 허락 없이 가져가면 어떤 기분이 드니?"라고 물어보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그렇게 공감의 경험을 통해 '내 것과 네 것의 구분'을 이해하게 되지요.
가정에서는 역할놀이를 통해 친구 연필을 빌릴 때 "빌려도 돼?"라고 묻기, 다 쓰면 "고마워"라고 말하기, 원래 자리에 돌려놓기 같은 간단한 연습을 생활화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이런 과정을 잘 지켰을 때 작은 칭찬을 건네며, 물건을 존중하는 습관이 즐겁고 따뜻한 경험으로 남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