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생각
오늘은 오전 10시에 약속이 있었는데 10시에 일어났습니다. 양말도 안 신고 뛰쳐나갔습니다. 다행히 집 근처라 10시 30분에 만났습니다.
기다리시던 대표님은 다음 일정도 빠듯하게 있으셨는데, 제가 지각한 시간만큼 다음 일정을 뒤로 미루시고 푸근하게. 연남장에서 커피 한잔을 건네주셨습니다.
대표님을 처음 만났던 건 2015년이었습니다. 그때도 대표셨어요. 회사 직원이 10명 정도 계셨던 것 같은데, 지금은 60명이 계셨습니다. 동료의 이름은 다 외울 수 있으실까 궁금했습니다. 저라면 못 외울 것 같아요.
그간 VC 투자도 받으셨고, 기업은 이제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가 되어있었습니다. 여전히 6년 전 그 친근한, 푸근한 대표님인데, 회사는 전혀 다른 모습의 회사가 되어있었습니다.
대표지만 작년부터 한 사람이 감당할 영역을 벗어나기 시작하니 늘 긴장 상태의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고 하셨습니다. 만나는 사람과 하는 일이 하나하나 기억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셨어요.
저는 6년 전, 작게 시작할 무렵 대표님의 모습을 이제야 조금 닮아가는 것 같은데 대표님은 또 다른 현실을 직면하며 진화하고 계셨습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요.
“기업은 성장하는데 저는 그대로예요. 그래서 이제 제 역할을 줄이고 있어요.” 긴장 속에서도 전문 경영인과 각 분야 전문가를 영입하며 서울뿐 아니라 부산, 수원, 순천에 새로운 공간,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계셨습니다.
기업은 사회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듭니다. 그리고 기업은 구성원을 성장하게 합니다. 특히 설립자는 성장 앞에 도망칠 수도 없습니다. 경험하지 않아도 될 일을 온몸으로 감당해내고 있는 대표님의 모습에서, 이미 기업의 성장만큼 넓어지고 깊어져 가고 계시는 걸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