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혁명 : 승리의 조건
수학자들이 주축이 된 국방개혁과 교육개혁이 승리의 조건을 만들다.
포위당하는 프랑스
프랑스 혁명 전쟁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대프랑스 동맹의 규모가 점점 커졌기 때문이었다.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로 시작된 동맹에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지방의 왕국들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프랑스가 모든 유럽 국가들의 적이 된 것이다.
대프랑스 동맹에 참여한 국가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프랑스를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 프랑스 북부를 공격하는 역할은 네덜란드, 프로이센, 오스트리아가 맡았다. 이 국가들은 라인강을 통해 프랑스 북부의 도시를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 프랑스의 해역을 봉쇄하는 역할은 영국이 맡았다. 영국은 프랑스 해군의 거점인 툴롱항을 봉쇄하여 프랑스 해군의 움직임을 막았다. 그리고 프랑스 왕정을 재건하려는 왕당파들은 툴롱 항에 스페인 함대를 입항시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프랑스 혁명 정부는 외세의 침략과 내부의 반란에 대처해야 했다. 누가 보더라도 프랑스에 불리한 싸움이었다.
그러나 결국 프랑스는 혁명전쟁에서 승리했다. 프랑스 혁명군은 오합지졸의 군대였다. 반면, 프랑스가 상대해야 할 대프랑스 동맹국들은 병사의 수도 많았고, 전술에 능한 귀족 계급이 이끄는 군대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프랑스 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이유는 바로 프랑스의 수학자와 과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국방개혁과 교육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개혁을 추진한 자들의 이름은 루이 베르나르 기통 드 모르보(Louis-Bernard Guyton de Morveau), 니콜라 드 콩도르세(Nicolas de Condorcet), 라자르 카르노(Lazare Carnot)이다. 이들은 수학자이자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정치인이었다. 이들은 프랑스 혁명 정부의 국무회의에 참석하여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그들은 대체 누구인가?
프랑스 혁명 정부 국무회의에 참석한 수학자와 과학자
대한민국 정부에 국무회의가 있다면, 프랑스 혁명 정부에는 입법의회 그리고 공공안전위원회가 있었다. 프랑스 혁명 정부의 정치인들은 여기에서 국가의 중대사를 의논하고, 법안을 결정했다.
- 루이 베르나르 기통 드 모르보 : 화학 방위산업의 아버지
루이 베르나르 기통 드 모르보 (Louis-Bernard Guyton de Morveau, 1737 ~ 1816)프랑스 입법의회와 공공안전위원회에 모두 참여한 화학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루이 베르나르 기통 드 모르보이다.
루이 베르나르 기통 드 모르보(이하 기통 드 모르보)는 프랑스의 화학자이자 정치인이다. 기통 드 모르보는 1782년 프랑스의 유명한 화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Antoine-Laurent de Lavoisier), 베르톨레(Claude Louis Berthollet)와 함께 화학적 명명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 전역의 화학자들이 프랑스 화학자들의 명명법을 따르게 되었다.
기통 드 모르보는 화학을 이용해 프랑스 혁명군을 도왔다. 그는 군인들에게 농장에서 질산칼륨을 추출하는 방법, 화약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또한 기통 드 모르보는 수소를 채운 풍선기구를 제작했고, 프랑스 항공대는 그의 풍선기구를 이용해 적군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니콜라 드 콩도르세 : 공교육의 설계자
니콜라 드 콩도르세 후작 (Nicolas de Condorcet, 1743 ~ 1794)
프랑스 입법의회에 참여한 수학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니콜라 드 콩도르세였다.
니콜라 드 콩도르세(이하 콩도르세)는 수학자이자 교육학자이며 정치인이었다. 콩도르세는 수학의 눈으로 사회를 이해하는데 관심이 많았다. 콩도르세는 수학, 특히 확률과 통계학을 적용하여 콩도르세의 역설을 밝혀냈다. 콩도르세의 역설이란 오늘날까지도 선거 이론 및 정치 통계를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면 반드시 공부하게 되는 개념으로 "각 투표자가 합리적인 선택으로 선거를 했는데도,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투표 결과가 나오는 상황"을 설명한다.
또한 콩도르세는 공교육 체계를 설계한 교육학자이기도 하다. 프랑스 혁명 당시 제1 신분으로 시민들의 분노를 샀던 가톨릭 교회는 점점 힘이 약해졌고, 이들이 지배하고 있던 교육체제는 붕괴 직전이었다. 이로 인해 초등교육에 대한 시급한 개혁이 요구되었고, 입법의회는 공공교육위원회를 설립한다. 콩도르세는 공공교육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교육 개혁을 이끌었다. 콩도르세는 가톨릭 교회가 담당해오던 기존 교육체제를 국가의 틀 안으로 편입시키는 것을 골자로하는 개혁안인 〈공공교육의 전체 조직에 관한 보고서와 법안〉을 제출했다. 이 개혁안을 콩도르세 안이라고 하는데, 콩도르세 안은 프랑스 혁명기의 가장 대표적인 교육개혁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 라자르 카르노 : 근대적 징병제를 만든 수학자
라자르 카르노 (Lazare Carnot, 1753 ~ 1823)프랑스 공공안전위원회에 참여한 수학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라자르 카르노이다.
라자르 카르노(이하 카르노)는 수학자, 공학자, 장군, 정치인으로 활동했다. 정치와 전쟁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그는 프랑스 역사에서 ‘위대한 카르노’ 혹은 ‘승리의 조직자’로 알려져 있다.
카르노는 프랑스 혁명이 의지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프랑스 혁명 전쟁 초기, 혁명 정부의 지도부는 정치력을 기준으로 장군을 임명했다. 그들 중에는 의사나 화가 등 전쟁과는 전혀 무관한 직업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카르노는 혁명 정부 지도부의 실책으로 프랑스 혁명군이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 군대에게 패배하는 것을 보았다.
1792년, 카르노와 그의 동료들은 외세의 침략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수학과 과학을 이용해 총력전(Total War)을 할 수 있는 프랑스 혁명군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카르노는 국민군대와 방위산업과의 연계, 경제생산체계 재편, 과학기술의 대규모 활용 등을 강조했다. 또한,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 가지 요건으로 다음을 제시했다. 첫째, 대규모의 병사를 모집한다. 둘째, 총력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군사력을 조직한다. 셋째, 총력전을 지원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든다.
유럽 왕정과의 전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프랑스 혁명군의 의지는 충만했다. 필요한 것은 실제 승리를 거두기 위해 프랑스의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었다.
프랑스의 제도 개편 : 국방개혁과 교육개혁
프랑스에서는 수학자들과 과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국가 제도를 개편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입법의회와 공공안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크게 2가지의 개혁안을 추진한다.
첫째, 프랑스의 국방체계를 개혁하는 것이다. 새로운 군대에는 새로운 국방체계가 필요하다. 귀족들의 군대에 패배하지 않을 혁명군이 필요했다. 국방개혁은 카르노가 주도하였다. 카르노는 국민 총동원법을 제정하여 프랑스 시민들이 주축이 된 새로운 군대를 만들었다. 또한 그는 새로운 군대에서 귀족의 특권을 타파하고 능력에 따라 진급시켰다. 이렇게 하여 젊고 유능한 장군들과 전의에 찬 많은 병사로 혁명군이 조직되었다. 부족했던 무기는 기통 드 모르보와 함께한 화학자들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둘째, 프랑스 국민에 대한 교육체계를 개혁하는 것이다. 새로운 나라에는 새로운 교육체계가 필요하다. 혁명의 정신을 전파할 수 있고, 혁명군을 돕는 교육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교육개혁은 수학자이자 정치인이기도 한 콩도르세가 주도하였다. 콩도르세는 공교육에 대한 법안을 제출했다. 그의 법안을 바탕으로 국가는 프랑스 시민들에게 공교육을 제공할 의무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카르노와 동료 수학자들은 전문학교인 에콜 폴리테크닉(École Polytechnique)을 만들었다. 에콜 폴리테크닉에서는 비록 흙수저 일지라도 국가를 지키고 싶은 재능있는 학생들이 무상으로 수학과 과학을 배울 수 있었다.
프랑스의 국방개혁
프랑스의 국방개혁은 3가지로 구성되었다. 첫째는 국민 개병제이다. 둘째는 군대 제도의 개편이다. 셋째는 군수 체계의 발전이다.
(1) 국민 개병제
1792년 8월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 연합군이 프랑스 국경 내로 진입하는 위기를 맞게 되자, 궁지에 몰린 프랑스 혁명정부는 1792년 8월 국가 총동원령을 발령하고 각계각층의 국민들로 병사를 징병한다. 유럽 국가들의 주력 부대가 용병이었던 것에 비해, 프랑스군은 거대한 병력을 가진 국민 군대의 형태로 변화되었다. 1794년 4월 1일에는 프랑스 군의 총병력이 63만 5천명에 달했다. 반면, 대프랑스 동맹국들의 연합군은 총 40만명에 불과했다.
나폴레옹의 승리 비법을 연구한 군사학자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Carl Phillip Gottlieb von Clausewitz)는 ‘왕족에 의한 전쟁은 용병을 사용하는 어설픈 전쟁놀이에 지나지 않았지만, 나폴레옹은 프랑스를 위해 목숨을 거는 병사들을 양성하여 적을 전멸시킬 때까지 싸우도록 전쟁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혁명 전쟁에서 위기 상황에 몰린 프랑스는 제도의 혁신을 이루어냄으로써 전세를 뒤집기 시작한 것이다.
(2) 군대 제도 개편
대한민국 군대를 전역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단 제도(Division System)'가 이때 시작되었다. 라자르 카르노는 국방 장관이 되어, 프랑스의 대규모 시민군을 통솔하기 위해 군제도 개혁을 실시했다. 라자르 카르노는 개별적으로 독립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사단 제도’를 창설한다. 각 사단이 독자적으로 작전 및 보급을 수행할 수 있는 사단 제도는 거대한 병력으로 다수의 대프랑스 동맹군과 싸우는 혁명군에게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조직 관리 체계였다.
외세의 침략에 국토가 짓밟히는 상황에 처하자 프랑스 국민들의 애국심은 고양되었고, 피 흘려 획득한 평등국가를 지키기 위해 의용병들은 전쟁터로 자진해서 몰려들었다. 의용병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혁명정부는 군대 내에서 신분에 의한 계급제를 모두 폐지하고 전쟁에서 성과를 올린 사람을 장군으로 뽑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전쟁에서 큰 공훈을 세운 의용병은 신분을 뛰어넘어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의용병들은 나라를 위해서도,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열심히 싸우기 시작했다.
국민 개병제로 병사의 수가 늘고, 군대 제도의 개편으로 의지가 충만한 병사들이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었음에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급속하게 늘어나는 병사의 수에 비해 무기가 부족했던 것이다.
(3) 군수 체계 발전
부족했던 무기는 기통 드 모르보와 함께한 화학자들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전쟁에서는 병사의 수가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당시 프랑스 혁명군은 대포와 화약이 부족했는데, 화학자인 기통 드 모르보는 여러 화학자들과 함께 협력하여, 프랑스 혁명군에게 대포의 포신과 화약을 공급했다. 기통 드 모르보를 도운 화학자에는 셰프탈(Jean-Antoine Chaptal)과 베르톨레(Claude Louis Berthollet)가 있었다. 이들의 도움으로 프랑스 혁명군은 대프랑스 동맹군과 싸우기 위해 필요한 총과 총알, 화약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장 안토니오 셰프탈 : 성공한 화학 공학자
장 안토니오 셰프탈 (Jean-Antoine Chaptal, 1756 ~ 1832)장 안토니오 셰프탈(이하 셰프탈)은 프랑스의 화학 공학자이다. 셰프탈은 화학을 이용해 성공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셰프탈은 몽펠리에에 프랑스 최초의 현대 화학 공장 중 하나를 설립했다. 황산, 질산, 염산 및 기타 산, 명반, 백연 및 소다를 제조하는 셰프탈의 사업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1787년 몽펠리에는 프랑스에서 산업용 화학 제품 생산을 위한 혁신의 중심지가 되었다.
1794년 국방부 장관인 카르노의 명령에 따라 셰프탈은 파리에 있는 주요 화약 공장의 관리를 맡았다. 프랑스는 혁명군에 공급할 화약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셰프탈은 동료 화학자들과 협력해 혁명군에게 제공할 화약의 생산량을 늘렸다.
클로드 루이 베르톨레 (Claude Louis Berthollet, 1748 ~ 1822)클로드 루이 베르톨레 : 화학 평형 개념의 발견자
클로드 루이 베르톨레(이하 베르톨레)는 프랑스의 화학자이다. 베르톨레는 화학의 역사에서 중요한 여러 가지 업적을 남겼다. 첫째, 화학적 명명법을 정리했다. 베르톨레는 앙투안 라부아지에 그리고 기통 드 모르보와 함께 화학적 명명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둘째, 상업용 표백제를 발명했다. 베르톨레는 1785 년 상업용 표백제로 염소 가스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셋째, 암모니아의 원소 조성을 알아냈다. 베르톨레는 1785년 암모니아의 조성을 결정했다. 넷째, 화학적 평형 개념을 깨달았다. 화학적 평형 개념을 통해 화학자들은 정반응과 역반응을 통제하는 방법을 이해하게 되었다. 베르톨레는 1794년 셰프탈과 협력해 혁명군에 제공할 화약의 생산량을 늘리는데 기여했다.
프랑스의 교육개혁
1789년 프랑스 혁명 이전 교육은 나라에서 책임지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교육을 개인이 알아서 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듯, 당시에는 2가지 교육 방법이 있었다. 첫째, 귀족들만 할 수 있는 고액과외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 비싼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일부 귀족들이 각 과목마다 고액과외 교사를 고용하여 자녀들을 가르쳤다. 둘째는 가톨릭 교회가 자선사업으로 시행하는 교육이다. 귀족들처럼 비싼 돈을 낼 여력이 없는 일반 민중의 자녀들은 이 교육만을 받을 수 있었다.
프랑스 혁명 이전 앙시앙 레짐 시기에는 제1 신분인 가톨릭 교회와 제2 신분인 귀족이 프랑스의 모든 권력을 휘어잡고 있었다. 그리고 프랑스 사회의 교육 체제는 제1 신분인 가톨릭 교회의 자선사업과 제2 신분인 귀족의 고액과외에 맞춰져 있었다. 프랑스 혁명이 시작되자 앙시앙 레짐을 지탱하던 가톨릭 교회와 귀족이 몰락하기 시작했고, 이들 특권계급에 맞춰져 있던 프랑스의 교육체계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프랑스 교육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 혁명 정부의 수학자들은 교육개혁을 추진한다. 프랑스의 교육개혁은 2가지로 구성되었다. 첫째는 프랑스 시민을 기르는 공교육 제도이다. 둘째는 고급 학문을 가르치는 전문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것이다.
(1) 프랑스 시민 모두를 위한 공교육 제도
가톨릭 교회가 자선사업으로 베풀던, 민중에 대한 교육은 프랑스 혁명으로 붕괴되기 시작했다. 프랑스 혁명 정부 입법의회는 공공교육위원회를 설치했는데, 그 위원장을 맡은 사람은 수학자 콩도르세였다. 콩도르세는 가톨릭 교회가 담당하던 교육체계를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다. 콩도르세가 발의한 〈공공교육의 전체 조직에 관한 보고서와 법안〉은 프랑스 혁명기의 가장 대표적인 교육개혁안이었다.
콩도르세의 공교육 개혁안에는 여섯 가지 원칙이 제시되어 있다.
첫째, 교육의 평등.
프랑스 공화국 내의 신분제는 혁명을 통해 폐지되었다. 그러나 경제적 불평등은 없앨 수 없다. 따라서 국가는 무상교육을 통해 대중에게 지식을 제공하여 법에 의해 인정된 정치적 평등을 실현한다.
둘째, 국가의 책임.
국가는 시민을 위한 교육과정 계획하고 교육을 담당하는 관리(교사)를 임명한다.
셋째, 아이를 위한 공교육.
국가는 초등학교를 설립해 개인이 잘 처신하고 자기 권리를 완전히 행사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넷째, 직업을 위한 공교육.
국가는 중등학교를 설립해 수학, 물리학, 윤리학, 정치학, 응용과학, 문학 예술을 필요로 하는 직업인을 양성한다.
다섯째, 학자양성을 위한 공교육.
국가는 고등교육 기관을 설치하여 전문 직업인과 학자를 양성한다.
여섯째, 평생교육.
자신이 배운 지식을 응용할 수 있도록 정치, 도덕, 경제, 실용학문, 체육에 관한 지식을 평생 가르친다. 평생교육을 통해 진리를 활용할줄 알게 된 시민들은 자신들의 자유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혁신적인 콩도르세의 개혁안은 이후 로베스피에르(Robespierre)의 공포정치 시대에 인정받지 못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나폴레옹이 집권한 이후 제도화되어 현재까지 프랑스의 공교육을 떠받치는 원칙으로 인정받고 있다.
(2) 고급 학문을 가르치는 전문 교육기관 탄생
프랑스 혁명 과정에서는 기술자와 장교들이 부족했다. 이들은 대부분 귀족 출신으로 해외로 도망쳤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혁명 전에 귀족들은 수학, 과학, 공학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갖고 군대에서 포병과 기술자로 종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귀족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혁명 시기의 프랑스에서는 귀족들이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카르노는 수학자들과 함께 프랑스 시민을 위한 전문 교육기관인 에콜 폴리테크닉(École Polytechnique)을 설립한다. 개교 당시의 목표는 수학 및 물리학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작업을 무료로 가르침으로써, 기술자로 일할 청년을 만드는 것이었다. 에콜 폴리테크닉의 교수진에는 유럽의 최상위 수학자인 라그랑주((Joseph-Louis Lagrange), 푸리에(Jean-Baptiste Joseph Fourier), 몽쥬(Gaspard Monge) 등이 있었다.
조제프 루이 라그랑주 : 해석역학 창시자
조제프 루이 라그랑주 (Joseph-Louis Lagrange, 1736 ~ 1813)조제프 루이 라그랑주(이하 라그랑주)는 프랑스에서 활동한 수학자, 물리학자, 천문학자이다. 라그랑주는 해석학, 정수론, 고전역학, 천체역학 전반에 걸쳐 중대한 기여를 했다. 특히 물리학에서 뉴턴의 고전역학을 새로운 수학적 방식으로 표현한 해석 역학은 이론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라그랑주가 개발한 해석 역학과 변분법은 약 100년이 지나 양자역학에 적용되어, 복잡한 원자의 운동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천재 수학자인 라그랑주는 에콜 폴리테크닉에서 첫 번째로 해석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다.
장 바티스트 조제프 푸리에 : 조화해석 창시자
장 바티스트 조제프 푸리에 (Jean-Baptiste Joseph Fourier, 1768 ~ 1830)장 바티스트 조제프 푸리에(이하 푸리에)는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이다. 고체 내에서의 열전도에 관한 연구로 열전도 방정식(푸리에 방정식)을 유도하였으며, 이 방정식을 풀기 위해서 푸리에 해석으로 불리는 이론을 전개했다. 푸리에 해석이란 거의 모든 함수를 주기함수의 합으로 나타내는 것인데, 이는 소리나 빛과 같은 파동의 연구에 넓게 이용된다. 이후 리만의 적분론이나 칸토어의 집합론도 푸리에의 연구로부터 태어나게 된다. 푸리에는 에콜 폴리테크닉에서 라그랑주의 해석학 교수 자리를 계승했다.
가스파드 몽쥬 : 사영 기하학의 창시자
가스파드 몽쥬(Gaspard Monge, 1746 ~ 1818)가스파드 몽쥬(이하 몽쥬)는 프랑스의 수학자이다. 몽쥬는 사영 기하학을 발명한, 미분 기하학의 아버지이다. 몽쥬는 카르노와 함께 에콜 폴리테크닉의 설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후 에콜 폴리테크닉의 사영 기하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최고의 교수들을 모은 에콜 폴리테크닉은 이후에도 수많은 천재들을 배출한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앙리 베크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장 티롤, 모리스 알레부터 프랑스 대통령을 역임한 사디 카르노, 기스 카르, 알버트 르 브룬 등 최고의 명문학교로 자리매김한다.
승리의 조건을 갖춘 프랑스
국방개혁과 교육개혁을 마친 프랑스는 강한 나라가 되었다. 교육개혁을 통해 프랑스 시민들은 국가로부터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었고, 교육을 통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근대 시민이 되었다. 이제 혁명 정부를 무너뜨리려는 왕과 귀족의 군대(대프랑스 동맹국들의 군대)는 프랑스 국민이 쟁취한 자유를 빼앗으려는 압제자가 되었다. 국방개혁을 통해 프랑스 시민은 귀족이 아니더라도 군대에 입대할 수 있었고, 강력한 무기인 대포를 사용하는 방법을 에콜 폴리테크닉에서 일류 교수들에게 배울 수 있었다. 프랑스는 당시 가장 혁신적인 나라가 된 것이다.
대프랑스 동맹국들의 군대가 프랑스를 침략해도 견주어 볼 만한 상황이 되었다. 프랑스는 시민의 지지를 얻는 거대한 대군을 가진 나라였으며, 수학자와 과학자의 도움으로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승리를 위한 제도적 여건이 갖추어 졌다고 해서 상대방을 바로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국방개혁과 함께 교육개혁이 실시된 이유가 밝혀진다. 프랑스 청년들은 수학을 통해 적에게 정확하게 대포를 쏘는 능력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다음 글에서는 전술의 체계적 복제를 가능하게 만든 수학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