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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Apr 05. 2021

나쁜 며느리 되기 10

어느 봄날..

시댁과의 거리두기를 선언한 후 내 세계가 흔들리고 무너질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일상은 평온하고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나의 행복지수가 올라갔으며  무엇보다 남편과 이혼까지 생각하며 폭발되었던 시작과 달리  

남편과 나는 서로의 본가에 대한 어떠한 강요나 요구를 하지 않고 평화롭게 잘 지내고 있다.

남편과 나 역시 서로의 본가에 아들과 딸로서 충실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처음 얼마간은 그동안의 공든 탑은 나 스스로 무너뜨린 것에 대한 자책과 불안에 힘들었다.

스스로 대역죄인이 된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다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는

 복기 하고서야 나는 내선택을 존중하고

확신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결혼생활 이후 처음으로  나의 온전한 결정으로 선택했다는 것에 미련은 없다.


나의 결정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다른 사람은 판단할 권리가 없다.

어쩌면 인생의 모든 결정이 맞고 틀리고 가 있을까 싶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도 있고 그때는 틀리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맞을 수도 있는 거니까..





예전에  TV에서 진행자가 원로배우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몇 살로 돌아가고 싶은지 물었다.

그 배우의 대답은 지금이 좋다고 했다. 사회자가 왜냐고 물으니 다시 돌아가 힘들었던 모든 시절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내가 얘기를 들었을 때 그 나이엔  이해하지 못했다.

중력을 거스르지 못하고 늘어지는 피부와 매일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는 근육들을 볼 때면

내가 늙어가고 있음이 서글퍼지기도 하지만 이제야 조금은 세상을 보는 지혜가 뭔 소린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이제야 누군가를 보는 눈이 싫다 좋다의 이분법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기에 이르렀으며 나를 먼저 사랑할 수 있어야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 역시 다시 돌아가 수만 번의 시행착오와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공평하게도 주름과 근 소실을 장착하는 대가로 같은 상황이 닥쳐도 조금은 여유와 짬이 생겼다.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안될 것은 안되고 될 것은 되었다.

그저 최선을 다하고 그다음은 시간에 맡기면 되는 거였다.



만약 내가 타임슬립을 타고 십수 년 전의 나에게 돌아간다면 그때의 나에게 넘어져도 괜찮고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젊은 시절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다 괜찮다고..."



창문 넘어 목련이 보이고 벚꽃잎이 눈처럼 휘날리는

 어느 봄날

나는 오늘도 괜찮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P.S :  어딘가에서 애쓰며 사는 나같은 사람에게..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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