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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Nov 12. 2020

나쁜 며느리 되기 6

 나는 행복해지고 있습니다만..

우울함은 가끔 심해 같은  맘속 깊은 곳으로 나를 던져

가라앉게 만든다.

남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내게는 미칠 것 같은

처절함이 될 때도 있고 끝을 알 수 없는

 절망감이 어둠으로 나를 덮칠 때도 있다.


롤러코스터 같은 삶은 시도 때도 없이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가며

  단단하고 냉정하게 만드는 중이다.



나를 상담했던  선생님은 우울증 검사 결과  

 약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편해질 거라 했지만  약이 듣지 않았다.

약에 대한 거부반응인지 몇 가지 다른 약으로

 바꿔봤지만 소용없었다.

선생님 말로는 부작용이나 이상을  느끼기는

부족할 정도의 미량을 처방한 것이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약들이라고 했는데..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도 모르겠다.

심한 어지러움증을 동반하기도 하고

빈뇨 때문에  밤새 몇 번씩 일어나야 했다.

마음도 몸도 힘든 시간이었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는 건 스스로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와서 이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면

나도 행복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온전히 행복하지 않은 채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선

 희생이라는 미명 아래 나를 갈아 넣어야 했던 거다.


법륜스님의 '행복'이라는 책 내용 중 행복의 기준을

미리 정해놓고 그 길만 고집하면

도리어 행복에서 멀어진다는 내용이 있다.



한동안 나는 내 주변 모든 이에게 그들이 내 감정이나 나의 노고에 대해 알아주지 않는 것에

 분노하고 억울해했다.

어쩌면 그들은 원하지 않은 희생과 배려를 하고

 그 대가를 강요 하지는 않았나 싶다.

남편이 내게 표현하지 않음을 섭섭해하면서 나 역시도 남편에게  표현을 하지 않고 살았다.

어떻게든  대상을 찾아 원망하고 미워하

조금은 후련해지고 나의 희생이 좀 더 거룩해 보였다. 

 

생각하고 싶은데로 넘겨짚고 상상하고

 기분에 따라 처지에 따라 뒤집고 비틀어서  생각한다



이제부턴 내가 먼저 행복해지기로 했다.

 나의 행동과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대로 있으면 내 자존감은 소멸될 것 같았고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나중에 나중에 하고 미루던 가족여행을 떠났다.

여행지를 고르고 상품을 검색하고 준비를 하는

 시간은 설레고 벅찼다.

여행을 예약하고 가기 전까지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 순간을 견딜 수 있었고

여행을 다녀와서는 그 추억으로

다음 여행을 기다리며 고됨을 이길 수 있었다.


결혼 전에는 없던 비행기 안에서의 답답함과

두려움.. 공포를 참아야 했지만 

여행이 나에 미치는 효과는 컸다.

사람에게 감당할만한 착한 변화를 필요한 것 같다.

(당분간은 코로나로 여행은 힘들겠지만.. )


나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현실에 안주하길 원하며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내게는 극도의 스트레스가 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런 변화 없는 일상이

불안하고 위태롭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  몰두하며 멍 때릴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았다.


아래는 내가 혼자 놀거리를 찾아 시도해본 일이다.

보터니 컬 아트

 보테니컬 아트를 배우고 처음 그린 작품

혼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색연필로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실력은 처음보다는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

가끔씩 꺼내어 조금씩 그리고 있다.


식물 강좌

 이제껏 식물을 제대로 길러본 적 없던 내가 용기를 내어 참여했던 프로그램이다.


식물을 기르려고  몇 번 시도한 적 있었는데

썩거나 말라죽거나했다.

나는 똥 손이다 포기했는데

이수업을 계기로 반려식물을 기르기 시작했다.

이후로 나는 반려식물을 몇 가지 더 들였고

지금도 잘 키우고 있다.

잘 자라는 식물을 보면 고맙기도 하고

내가 위로를 받을 때도 있다.


내가 작아지고 멘털이 흔들려 충전할 시간이 필요할 때 단순하지만 무언가에 몰두하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양말 목으로 의자 방석 만들기/과일 모양 수세미 뜨기

 동영상 보고 양말 목으로 만든 의자 커버 만들기

그리고 코바늘 잡아본 적도 없는 내가

 수세미를 떴다.

수세미는  주변에 선물로 나눠주니

다들 너무 좋아했다.


요즘은 동영상으로 많은 걸 배울 수 있어 좋다.

소소한 취미에 몰두할 때면 무념의 시간에 빠져든다.




지루할 때도 있고 이유 없는 짜증이 날 때도 있고

또는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하는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쌓여 좋든 싫든 내 삶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나에게 맞는 치유방법을 찾아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사실 우리의 결혼생활에서 싸움의 1순위는

시댁일 때문이었다.

남편은 무조건적인 방어와 공격을 하려 했고

난 엄두도 못 내고 꾹꾹 눌러 그게 상처가 되었다.

2순위는 아이들 육아문제였는데

오히려 이문제는 서로 대화를 통해

이성적으로 풀어갈 때가 많았다.


  싸움의 1순위에 대한 문제가

잠금장치로 채워진 이후 우리는 싸울 일보다

대화가 많아져 오히려 서로에 대한 배려가 많아졌다.

우리의 노후에 대한 많이 생각하고

늙어서도 같이 할 수 있는 취미나 공통분모를 찾으려 노력 중이다.




적어도 우리는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시댁은 지금 나에게는 덮여있는 어려운 숙제이다.

언제고 꺼내서 풀어야 하겠지만 아직 손이 가지는 않고 있다.

 아직은 어머니를 비롯 시댁 식구를 마주할 자신은 없지만

미워하는 맘은 이제는 없다.

 

비겁할지도 모르지만 최대한 미루고 미뤄 내가 조금 더 성숙해져

 숙제가 쉬워지는 날이 오길 바라고 있다.


지금 시댁의 대소사는 남편이 셀프로 챙기고 있다.

나에게는 강요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남편도 스스로 노력을 해주고 있다.


나에게 한 번의 폭풍이 지난 후

얻은 것은 나 자신에게 솔직해진 것과

남편의 변화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싸우거나 서로에게 화가 날 때도 있겠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잘 풀어낼 것 같은 자신이 조금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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