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itude is Nothing
이제는 나를 팔아먹고살아야 한다.
2002년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입사 후 강산이 거의 두 번 정도 바뀌는 긴 시간 동안에 조직에서 일하는 여성으로 버티어 내면서 저에게는 확실히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회사 안에서 중요한 것은 '태도'다. 한마디로 Attitude is Everything."
특히나 조직에 막 들어온 신입사원에게는 좋은 태도라는 것이 미덕 중에 미덕이지요.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는 꼼꼼함과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히 하는 성실한 노력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이런 태도는 선배들의 사랑을 먹으며 강화되어 왔고, 마지막 출근을 하는 그날까지도 무엇보다 저에게 중요하고도 소중한 가치였습니다.
스스로 무던히도 애썼고 또 주변 동료와 후배들, 심지어 상사에게도 같은 것을 기대하고 요구하면서 종종 이에 반하는 모습의 사람들을 볼 때면 저도 모르게 마음속 불기둥이 솟아오르기도 했지요. 18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통화 중에 전화기를 딱 2번 내던진 적이 있었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면 상대방의 무책임한 태도때문이었어요. 기질이나 강점 검사 같은 것을 해도 저의 첫 번째 장점이 책임감이기도 했구요.
아마도 이런 태도에 대한 신념 어쩌면 강박이 있었기에 실제로 82년생 김지영씨보다 몇년 먼저 태어난 79년생 결혼한 여성으로서 피해 갈 수 없는 출산과 육아라는 현실적 여건 속에도 동기들과 같은 해에 승진도 할 수 있었던 운이 따라주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직장인의 별이라고 하는 임원까지 되셨지만, 너무 일찍 고인이 되어버리신 저의 첫 직장 상사분께서는 출근 첫날 회의실에서 저를 앉혀 놓고 이런 말씀을 진지하게 해 주셨지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앞으로 3개월간 너의 회사 안에서의 태도가 조직 생활하는 내내 따라붙을 것이다!"
그때부터 저는 'Attitude is everything이라는 세상'에 입사하여 18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온 것입니다.
제가 사원 3년 차쯤 되었을 때일까요, 제가 침을 튀기며 열정적으로 후배 사원에게 기본 업무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 후배 녀석이 꾸벅꾸벅 조는 거 아니겠어요? 이후 그 친구도 어엿한 중년의 간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를 마주칠 때면 늘 그 과거의 졸린 눈빛을 잔상처럼 떠올렸으니, 지금 생각하면 일종의 꼰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태도는 저에게는 그만큼 중요한 그 무엇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제가 퇴사한 오늘은 말이죠.. Attitude is Nothing이라고 소리치고 싶습니다.
퇴사를 하여 조직을 떠난 순간부터 저의 금 같은 태도의 장점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고요. 저는 매사 긍정적이고 책임감 있고 성실한 사람이라고 자부해 왔는데요, 이런 것들이 그 어디에도 쓸모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태도만으로는 홀로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십원 한 장의 가치도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조직을 떠난 지금 더 이상 제 가치는 주어진 일을 잘 해내는 태도가 아닙니다. 이제부터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저에게 가치로운 것은 '태도'로부터 스스로 가지고 있는 그리고 이제부터 만들어가야 하는 콘텐츠라는 것으로 치환되는 것입니다.
태도에서 콘텐츠로 내 인생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제 저는 '나'를 팔아먹고살아야 합니다.
퇴사 후 홀로서기를 꿈꾸는 사람의 진짜 고민이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어떻게 나를 팔아먹고살까? 내가 가진 것으로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