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꾸역꾸역 맞벌이로 벌어은 내 돈을 살펴보니, 이녀석들은 팔자 좋게 편안한 곳에서 잠을 자고 있더라고요. 돈에도 인격이 있다더니, 그 인격은 누구를 닮은 것인가? 설마 나?
이제는 제가 출근해서 일하지 않으니, 제 돈들이라도 깨워서 출근을 시켜보려고 돈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거 아시죠? 네이버로 검색하면 옛날 사람이고, 유튜브로 검색하면 요즘 사람이라는 거.... 요즘 사람 한번 되보기로 하고 잘 나가는 신사임당님이나, 김미경 강사님 그리고 존리 아저씨, 각종 재테크 정보 채널들을 맘 가는 대로 듣다가 금융 지식도 지식이지만 부자가 되는 라이프 스타일이나 돈에 대한 태도, 투자와 자산관리에 대한 나만의 작은 철학들이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대를 이어 부자가 되어가는 유태인들의 투자 마인드를 따라 하고 싶어 졌고, 사교육 대신에 외동아들에게 동생은 못 만들어줬으니 가진 것의 일부라도 아이 몫으로 미리 챙겨 두고 싶어 졌고, 스타벅스 커피 마실 돈으로 스타벅스 주식을 사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우선 저는 1차 목표로 예금과 부동산뿐인 제 자산의 10%는 주식으로 보유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무리 제가 자본주의 시장의 우상향 전제에 동의를 한다 하더라도 사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RISK 가 큰 것이 주식이잖아요. 그래도 저 세상 갈 때 지금 가진 것의 10%는 남기고 가지 않겠냐 싶어 이만큼은 딱 떼어서 주식으로 담기로 한 것입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식을 터부시 해 왔던 저였습니다. 심지어 회사 다닐 때는 주식을 하는 사람들을 죄악시까지 하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매일 매매 현황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흔히 단타라고 불리는 주식 매매는 진정한 의미의 투자가 아니라 트레이딩이라는 것, 저는 트레이더 보다는 투자자라는 타이틀이 맘에 들더라고요.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그 회사의 주인들과 동업을 하는 것이지요.
이제부터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무슨 주식으로 담아야 할지, 이런 숙제가 생기니 또 이것저것 공부를 하기 시작했지요. 그러다 보니 저도 한 마리의 동학 개미가 되기도 하고, 미국 주식도 사보고, 배당주도 사보고, 공모주 청약도 하고.. 정말 하나씩 하나씩 배워가며 야금야금 주식을 사모았습니다.
제일 먼저 샀던 주식은 제가 퇴사한 회사의 주식이었습니다. 이제는 회사의 종업원이 아닌 회사의 주인이 된 기분도 좀 느껴보고 싶고, 배당금도 나오니까 왠지 월급 받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퇴직 연금 저축도 각종 ETF로 갈아타니 얼추 애초 계획대로 몇 달에 걸쳐 자산의 10% 를 주식으로 보유하게 되었답니다. 이제 저는 두어 달에 한 번씩 배당 소득도 꽂히고, BTS 도 이제는 남이 아닙니다.
코로나 블루 시절을 이렇게 보낸 제 주식계좌의 현재 수익률은 맑음입니다.
재테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부지런히 실행하지 않았다면 저의 종잣돈과 퇴직금은 여전히 푹 쉬고 있겠지요. 이제라도 정말 본의 아니게 좋은 타이밍에 금융투자를 시작한 것에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몽땅 적금하는 대신에 단돈 몇만 원이라도 꾸준히 우량주를 사모았으면 지금 더 여유로웠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도 정말 큽니다.
물론 저의 이 투자의 경험치가 상승장만 경험한 미숙한 주린이의 것이라 매우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아기에서 주린이로 성장하면서 내 돈과 친한 친구가 된 것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