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소득의 수고로움
직장을 그만두고 매달 21일이면 들어왔던 월급이 통장에 들어오지 않아도 신용카드에서 자동 출금되는 항목들은 제 사정을 봐주지 않더군요. 이젠 한시도 없이는 살 수 없는 핸드폰 요금, 생활의 터전인 아파트 관리비와 공과금 그리고 지금 해지하기에는 너무 손해가 클 것 같은 각종 보험료까지.
단돈 몇만 원이라도 매월 정기적으로 꽂히는 그런 수익의 파이프라인에 관심을 갖아보니, 이런 것들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임대 수익, 배당주, 블로그 광고수익, 전자책 판매, 쿠팡 파트너스...
일명 불로소득.
불로소득不勞所得 이란?
: 아닐 불, 수고로울 로, 바 소, 얻을 득.
[풀이] 노동에 직접 종사하지 않고 얻은 이익.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출근을 해야 하고, 퇴근 시간에는 상사의 눈치를 보았던 노동의 세계를 벗어나 이 참에 저도 이런저런 불로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수익의 파이프라인을 깔아 보려 한지 만 1년이 되어갑니다.
예금이자가 연 3%만 되었어도, 아무 짓도 하지 않았을 보수적 성향의 저인데 월급이 끊긴 상황에서 초저금리, 실질 금리 마이너스라는 말을 듣고서는 저도 가만히 있지는 못하겠더라구요. 꽤 신경이 쓰이고 번거롭지만 전세 줬던 아파트를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게 되면서 월세로 바꾸고, 퇴직금으로 배당주를 사기 시작했습니다. 조물주 위의 건물주라고 하지만, 월세 세입자에게는 한없이 약자가 되는 느낌은 저만 그런가요? 10년이 이제 넘어가는 아파트라 수리할 꺼리들이 생기고, 한 번씩 세입자분에게 연락이 올 때면 왕건이가 생겼을까 봐 걱정이 앞서네요.
어쨌든 이렇게 제가 약 20여 년 악착같이 맞벌이하며 워킹맘으로 살며 쌓아온 노동의 대가의 시간차 수익 말고, 뭔가 진짜 요즘 트렌드에 맞는 디지털 노마드형 불로소득 수익이 나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 싶더라구요. 바로 그때 저에게 포털 사이트 네이O 로 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의 일상과 생각 그리고 여행을 주제로 블로그에 거의 매일 포스팅을 하다 보니 제 블로그도 광고를 달 자격이 되었다며 신청 절차를 밞으라고 말이지요. 갑자기 눈이 번쩍 뜨이며 나에게도 새로운 파이프 라인이 생기는 것인가 살짝 설렐 뻔했는데 말이죠, 블로그 광고 수입의 시작이 하루 1원. 나 이거 참....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일본에서 돈의 가장 작은 단위인 1엔도 10원이 넘는데 말이지요. 그동안 회사에서 그 큰돈을 매달 꼬박꼬박 받았던 게 미안해질 정도.
그런데 생각해보니 일 방문자 수가 50명도 안 되는 블로그에 그 흔한 블로그 수익화 관련 강의 한 번 안 들어 본 제 욕심이 과했던 것 같아요. 누군가의 블로그 글을 보다가 잘못 클릭하지 않고서야 광고 클릭은 잘하지 않잖아요. 왜 이렇게 블로그들 글 사이에 광고가 나오는 건지부터도 무심했고 스크롤을 내리는데 방해가 될 뿐이었지요. 제 블로그에 광고를 달고 나서야 이제는 누군가의 포스팅의 중간 광고들을 볼 때마다 이 분도 참 포스팅하느라 고생이 많으시네 라고 생각하게 되고 또 광고 수익은 좀 나실는지 괜히 마음이 쓰인 답니다.
역시 콘텐츠를 통한 자산 소득 역시 첫 단계는 찐한 노동의 산물임이 제 뼈를 때립니다. 요즘 돌고 있는 이야기에 나훈아와 남진의 수익 구조가 나오던데 아마도 남진 아저씨가 화려한 무대에 서 있을 때 나훈아 아저씨는 머리를 싸매고 작사, 작곡을 하고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나훈아 아저씨 머리가 빨리 하얗게 센 것일지도 몰라요. 저도 요즘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거든요. 50대에 찐 불로소득을 위하여 오늘도 새로운 수고스러움을 찾아가 보렵니다.